Skip to content

GuitarMania

음악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있을 까요.
왠지 모짜르트 영화가 생각이 나서..

============================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 2005년 2월 만화가 이현세 >
Comment '1'
  • 2005.03.18 16:17 (*.84.141.45)
    마찬가지 아닐까요?
    모자르트도 아버지 어머니때부터 엄청 그길을 걸은게 아닐까요?


    님이 걷는길은
    바로
    자녀들이 뒤따르는길 입니다.



    우린 결코 불연속적이지 않아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38 올해는 간도 뺏긴지 100년. 14 file 콩쥐 2009.05.04 3185
7437 외면하게되는 사진들 10 콩쥐 2009.06.11 4149
7436 요즘 가네샤님 다니는곳 5 file 콩쥐 2011.03.15 4590
7435 원숭이를 잡는 방법 (펌글) 3 아이모레스 2007.03.16 3414
7434 은애의 과르네리 10 콩쥐 2010.02.28 3900
7433 이걸 보고 뭐라 해야 하나요? 이뭐병?? 5 궁금이 2009.06.01 3715
7432 이래도 웃는 것이 아닙니까? 8 쥐를잡자 2009.05.31 4570
7431 이사람 왜이래? 21 정여립 2011.03.30 5305
7430 이슬님 칭구 달팽이님 만나고 나서..... 5 file 콩쥐 2009.07.16 4111
7429 이승복군은 이제 편히 눈을 감으라 1 대체로 2006.11.24 3098
7428 인도 최초의 시각장애인 앵커 화제 1 오모씨 2006.01.12 3556
7427 인생은 B to D 이다. 6 꼬뚜레 2009.07.10 3448
7426 일본 왜 댐을 철거 하려는가?(40여년을 걸렸던) 4 에스떼반 2011.01.21 4343
7425 일본을 곁눈질 해보니(펌) 12 최동수 2011.07.17 7078
7424 자주가는 음악사이트 9 file 인터넷 2010.08.19 4481
7423 잠자리잡는 조국건님 17 file 콩쥐 2009.07.10 5065
7422 장진영의 봄날이 간 '진짜' 이유??(반론)한의사협회 악의적 주장일 뿐" 반박 12 file 2009.12.26 5460
7421 전문가님께 질문?- 지구의 자전축이 변한다면??? 6 에스떼반 2010.10.16 4740
7420 절대자의 메시지??? 8 에스떼반 2009.05.31 3466
7419 중국 "김희선 의원 아버지 독립군 잡던 만주국 특무" 사실 확인 1 대체로 2006.11.18 3235
7418 중국 가네샤님 집 6 file 콩쥐 2010.01.12 4727
7417 지금은 날 수 없다는 게 혼란스럽다. 1 np 2008.04.20 3876
7416 지리산 산청의 벼익는소리. 4 file 콩쥐 2009.09.02 3636
7415 지엠 랜드님에게 (제이슨님과, 관리자"수"님께도 아래에 댓글로 남겼습니다.) 25 에스떼반 2011.02.01 5399
7414 직접 경험한 덴마크의 22 정여립 2011.01.18 5139
7413 찬바람불때는 모듬전골 6 file 콩쥐 2009.10.15 3583
7412 추적 60분 독일 전문가 감정서-4대강 사업관련 38 에스떼반 전상우 2011.02.10 5471
7411 추적60분(사대강사업 관련) 빠진 내용 14 에스떼반 2011.04.05 5688
7410 축제를 위한 볶음국수 1 file 콩쥐 2009.06.17 3687
7409 코레아씨 [Corea] 3 괭퇘 2007.12.09 5048
7408 콩쥐가 본 2009 한국 10대사건. 콩쥐 2009.12.28 3718
7407 키리데카나 가 불렀던 그 노래 가사를 찾습니다 2 에스떼반 2010.03.21 3762
7406 타이야끼 (도미빵) 4 file 콩쥐 2008.06.20 4915
7405 파크닝팬님.....김한섭님과 안용진님 7 file 콩쥐 2008.09.14 4238
7404 평화로 가는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5 평 화 2010.11.25 4992
7403 포도주 3 file 콩쥐 2008.12.04 3953
7402 하바드대학 도서관에 붙어있는 명문30 17 최동수 2011.07.09 5802
7401 한 여고생과 새우깡 오모씨 2004.01.27 4488
7400 한국내 화교의 위험성과 한국내 화교의 이간질 2 이런 2011.09.01 11615
7399 합천 38도…올해 최고 더위 오모씨 2006.08.10 2713
» 해 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1 citara 2005.03.18 3851
7397 혹시 남는 강아지 있으세요? 7 file 콩쥐 2009.03.04 3568
7396 화진포 file citara 2004.08.30 3410
7395 희소식 "개구리가 연꽃의 정기로 태어났다는군요...." 2 file 콩쥐 2009.07.17 3681
7394 "'추가 협상'? 김종훈이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고 있다" -펌 1 어휴~ 2008.06.18 2834
7393 "..것 같아요 "란 말은 그만 .."합리적 논쟁막아 민주주의 위협"NYT 칼럼.. "겸양어법이지만 말하는 순간 논리적 비판 봉쇄" 마스티븐 2016.05.03 2703
7392 "EU에선 소 창자 전체가 위험부위"(펌) 3 2MB MALL 2008.06.25 4178
7391 "La Strada" 완성중인 자필 악보 3 file 2005.04.04 6277
7390 "Pictures at an ehibition" 기사 2014.09.28 2908
7389 "TaeBaek"태백산연화봉 일출/Sunrise beyond Mountain "TaeBaek 2 file 마스티븐 2017.05.16 240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