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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3.05.26 22:26

명명철학(命名哲學).

(*.195.69.219) 조회 수 4645 댓글 8
  "죽은 아이 나이 세기"란 말이 있다. 이미 가 버린 아이의 나이를 이제 새삼스레 헤아려 보면 무얼 하느냐, 지난 것에 대한 헛된 탄식을 버리라는 것의 좋은 율계(律戒)로서 보통 이 말이 사용되는 듯하다.

  그것이 물론 철없는 탄식임을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회에 부닥쳐 문득 죽은 아이의 나이를 헤어 봄도 또한 사람의 부모된 자의 어찌할 수 없는 깊은 애정에서 유래하는 눈물겨운 감상에 속한다.

  "그 아이가 살았으면 올해 스물, --- 아, 우리 철현이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달픈 원한이, 그러나 이제는 없는 아이의 이름을 속삭일 수 있을 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추억은 얼마나 영원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만일에 우리의 자질(子姪)들에게 하나의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그들을 죽여 버리고 말았을 때, 우리는 그 때 과연 무엇을 매체로 삼고 그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

  법률의 명명하는 바에 의하면 출생계는 2주 이내에 출생아의 성명을 기입하여 당해 관서에 제출해야 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어떠한 것이 여기 조그만 공간이라도 점령했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고고의 성을 발하며 비장히도 출현하는 이러한 조그마한 존재물에 대하여 대체 우리는 이것을 무어라고 명명해야 될까 하고 머리를 갸우뚱거리지 않는 부모는 아마도 없을 터이지만, 그가 그의 존재를 작은 형식으로서라도 주장한 이상엔 그 날로 그가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기 위해서는 한 개의 명목을 갖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은 두말 할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그 자신의 이름을 가지듯이 아이들도 또한 한 개의 이름을 가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

  만일에 그가 이름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는 실로 전연히 아무것도 아닌 생물임을 면할 수 없겠기 때문이니, 한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을 자기의 이름으로써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성장치 못한 아이의 불행한 죽음이, 한 개의 명명을 이미 받고 그 이름을 자기의 명의로서 알아들을 만큼 성장한, 말하자면 수일지장(數日之長)이 있는 그러한 아이의 죽음에 비하여 오랫동안 추억될 수 없는 사실 - 이 속에 이름의 신비로운 영적 위력은 누워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마르코만 인(人)들과 싸우게 되었을 때, 그는 일 군대를 적지에 파견함에 제하여 그의 병사들에게 말하되 "나는 너희에게 내 사자(獅子)를 동반시키노라!"고 하였다. 이에 그들은 수중지대와(獸中之大王)이 반드시 적지 않은 조력을 할 것임을 확신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자가 적군을 향하여 돌진하였을 때 마르코만 인들은 물었다. "저것이 무슨 짐승인가?"하고. 적장이 그 질문에 대하여 왈 "그것은 개다. 로마의 개다!"하였다. 여기서 마르코만 인들은 미친 개를 두드려 잡듯이 사자를 쳐서 드디어 싸움에 이겼다.      

  우리는 파리라는 도회를 잘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파리라는 읾을 기억함으로 의하여 파리를 대강은 짐작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요, 사옹(沙翁)이라는 인물을 그 내용에 있어서 전연히 이해치 못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불후의 기호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예술을 알고 있다고 오신(誤信)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이 이름을 알고 있는가! 그러나 그 이름을 내가 잊을 때, 나는 무엇에 의하여 이 많은 것을 기억해야 될까? 모든 것은 그 자신의 이름을 가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것의 태반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름이란 지극히도 신성한 기호다.

                                     - 김진섭님의 <명명철학(命名哲學)> 中에서 -


아직까지도 가끔씩 논쟁거리가되는 익명의 문제..
익명이든 고정된 닉을 사용하든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A만 있고 B가 없는 세상보다는 A와 B가 공존하며 서로 절충해나가는 사회가 더욱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익명이든 실명이든 악의에 찬 글이나 리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하지만 저는 더욱 많은 분들이 이 기타매니아 사이트에서 고정된 이름을 사용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얼굴도 보지못하고 마음만 먹으면 수십명의 사람행세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는 바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는 더 많은 분들을 알고 친해지고 싶거든요. 물론 그러러면 글도 많이 쓰고 리플도 많이 달고 해야겠지만 워낙에 게을러서 문제지만.. ;;;

암튼.. 월요일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한주보내세요. ^^

ps. 생각보다 타이핑하는게 귀찮고 힘드네요.. 장문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탄을.. ;;
Comment '8'
  • gmland 2003.05.26 23:34 (*.83.198.46)
    익명이든 실명이든,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 악문이나 악플,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뜻이네요. 누구나 공감하고 찬성하는 것이겠지요.
  • gmland 2003.05.26 23:36 (*.83.198.46)
    익명, 필명이든, 실명이든, 고정된 이름이 좋다... 명명철학, 이 또한 이의없이 공감합니다. 뭔가 기억하고픈 대상이 있어야 겠지요. 넷에서의 만남도 인연인데...
  • gmland 2003.05.26 23:37 (*.83.198.46)
    악문, 악플을 어떻게 하느냐? 그냥 내 버려두고,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이 상책.
  • gmland 2003.05.26 23:39 (*.83.198.46)
    처음엔 저도 타이르고, 교도하려 했으나, 어떤 이유로 포기하고, 내 버려두는 것이 차선임을 알게 됐심다.
  • 난누가뭐래도익명 2003.05.30 07:02 (*.190.147.238)
    백치님 말씀 지당합니다. 비록 넷상에서지만 고정된 이름이있어야 서로의 교제가 가능하고 아름다운 만남은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인 것입니까? 버젓한 자기 이름
  • 난누가뭐래도익명 2003.05.30 07:09 (*.190.147.238)
    두고서 익명으로 글을 쓰는 씁슬함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이곳의 묘한 분위기 때문에 쉽지 않군요. 아무리 넷상이지만 실명으로 이런 상처를 몇번 겪고나서 얻은 결론입니다.
  • 난누가뭐래도익명 2003.05.30 07:22 (*.190.147.238)
    대단한 용기가 없는 저같은 필부는 견디기 어렵더군요. 우리가 거의 알 수 있을만한 극소수의 극심한 피해의식을 가진 불과 몇사람 때문이 아닙니까? 백치님 같은 분을 위해서 좀 더
  • 난누가뭐래도익명 2003.05.30 07:28 (*.190.147.238)
    양질의 교제 광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곳에서 님같은 분하고 고정된 이름으로 만나 정말 서로 흉금을 터놓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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