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아들

by 소공녀 posted Nov 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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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성모의 아들이란 곡을 들은 것은 고등학교때였던것 같다.. 10여년전 누가 연주하는지도 모르고 그게 무슨 곡인지도 모르는체 그냥 맬로디가 좋아서 기타 소리가 좋아서 한동안 그 곡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한참후에야 브림이 연주한 것이란걸 알게되었다..)

지직 소리가 무슨 리듬악기 처럼 정기적으로 들리는 오래된 LP판..표지에는 '크라식기타 명곡' 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제목과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우울한 갈색의 여자 그림이 그려져 있던..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7번 트랙인 성모의 아들을 틀어놓고 김이 하얗게 서린 작은 창문밖으로 건조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던 풍경들을 바라보던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고 입대를 하고.. 제대하고.. 집에 있던 턴테이블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렇게 LP판도 내 기억속에서 원래 없었던 존재마냥 잊혀져버렸다..

그러고도 시간이 일기장 한권을 다 쓸만큼 지난 후.. 하얗게 흰눈이 내린 어느날.. 기타소리를 좋아하던 나에게 소녀는 기타를 모르는 자신이 좋아하는 몇 안되는 아는 곡이라며 CD를 한장 건내주었다.. 컴필래이션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냥 무덤하게 넘겨버리고.. '그래도 성의인데 들어야지' 하면서도 바쁜척 먼지가 쌓이게 방치해 두고 그 CD마저 바쁜 생활속에서 가물가물..

그리고 계절이 다시 바뀌고.. 운명은 그렇게 서로를 비껴가버리고.. 소녀와 소식이 닿지 않게 된 어느 벗꽃 만개한 봄날에서야 그 CD가 생각이 나서 하던일도 버려두고 집으로 돌아와 먼지쌓인 책사이에 껴있던 CD를 찾아내곤 들어보았다..

거짓말 같고 뻔한 이야기 같지만..  브림이 연주하는 성모의 아들이 흘러 나왔다.. 영화같이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성모의 아들 이란 곡에는 나의 자잘한 기억들 몇개가 더 덧씌워지게 되었다.. 하얀입김 서린 유리창.. 날 보며 웃어주던 소녀의 얼굴.. 하얀 털모자.. 눈덮힌 교정의 풍경들.. 그리고 아쉬움..



p.s 건방지게 반말로 썼습니다..  오늘 우연히 브림의 성모의 아들을 다시 듣게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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