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의 물고기가 또 한 마리 죽었습니다.
3년이 넘은 거 같으니까 수명이 다 되었나 물갈이가 시원찮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여름에 죽은 물고기는 아파트 정원에 묻어 주었는데
겨울에 죽은 물고기는 땅이 얼어서 정원에 묻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하얀 화장지에 싸서
변기에 넣고는 그 앞에서 묵념을 했습니다.
'살아 생전 아름다운 모습으로 헤엄치며 내게 기쁨을 줘서 고맙다.
저 세상이 있다면 넓은 강에서 태어나 마음대로 헤엄치며 살렴
고맙고 미안하다'
땅속에 파묻어도 흙이 될 거고 변기 속에 넣어도 *속에 빠져서 오랜 세월이 지나면 결국 흙이 될 거고...
보기는 안 좋다만 결국 흙이 되는 것이니 나의 마음이 네게 있으면 되는 거지 땅속에 묻히나 *속에 묻히나
무슨 상관이겠느냐
물내리개를 당기자 물고기는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나는 순간 약간 모순되고 슬픈 감정에 빠졌습니다.
다음 날 그 변기에서 볼일을 보면서 태연히 신문을 봤습니다.
신문에 세월호 안에 갇힌 학생이 창밖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나는 죽은 물고기를 벌써 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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