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번줄만 끊어지는가?

by 돌빈대 posted Jun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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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번줄만 끊어지는가?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4번줄이 유독 잘 끊어집니다.
20년 넘게 기타를 만진 저의 경우 다른 줄이 끊어졌던 기억은 한번도 없습니다.
4번줄 끊어질 때마다 6줄 모두를 함께 갈아 주었기에 그럴겁니다.
(끊어진 4번줄만 교체했다면 다른 줄이 끊어지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았을텐데...)

 

도대체 4번줄이 가장 먼저 끊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약하니까 그렇다"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문제는 4번줄이 특히 약하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개선이 안되는 이유가 뭐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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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줄 이야기 할려니 또 길어지겠네요. ^^

 

현의 음고를 결정하는 요소는 세가지입니다. 현의 길이, 현의 질량, 현에 걸린 장력.
그 세가지를 조정하여 6줄의 음고를 [미라레솔시미]로 맞추어야 합니다.

하프와 달리 기타는 프렛을 이용해야 하므로 기타 6현 길이의 개별적 조절은 불가능하므로 생각할 필요없고,
(다현 기타에 추가되는 줄의 경우 프렛 사용 안할거라면 원하는 대로 길이 맞출 수 있습니다)
6줄의 질량과 장력 조절의 방법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중에 장력의 조정도 제한이 있습니다. 각 줄마다 약간의 장력 차이는 용인될 수 있으나,
그 차이가 너무 커지면 음량이나 터치감 역시 너무 달라져서 연주가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6줄의 질량을 조절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군요.

 

1. 똑같은 재질(나일론)로 하고 굵기를 달리 하는 방법.
6줄의 음색이 같아서 좋긴 하지만 각 줄의 굵기 차이가 너무 커집니다.
3번줄만 해도 굵어서 브릿지에 매듭짓기 힘든데 6번줄로 가면 그 굵기가... 끔찍합니다.
 
2. 밀도가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
나일론의 밀도를 원하는대로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기껏해야 10% 바꾸기도 힘듭니다. 밀도가 몇배나 되는 그런 나일론은 없습니다.
나일론 이외의 줄재료, 예를 들어 폴리에스터, 케블라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성수지들의 밀도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결국 무거운 금속이 동원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3. 위 두 방법의 결합
결국 1,2,3 까지는 동일 재질(나일론)로 하고, (3번줄이 조금 굵긴 하지만 그런대로 쓸만함)
4,5,6번 줄에는 금속을 동원해 무게를 늘리는 방법으로 결정합니다. 최선의 방법이지요.

 

금속을 동원하는 방법은 다시 두가지입니다.
(a)가느다란 금속선을 나일론 줄 위에 감는 방법과 (b)나일론 속에 금속선을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타가 (a)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만일 (b)로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b)방법을 쓰면 4번줄이 쉽게 끊어지는 문제점도 단번에 해결되고, 운지 이동 시의 소음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b)방법은 나일론줄이 아닌 것이 되고맙니다. 나일론줄이 아니라 쇠줄이 되는 것이고 음색이 확 변해 버립니다.
장력의 대부분이 가운데 있는 쇠줄에 결려 버리므로 쇠줄 위에 나일론 코팅한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금속을 동원하더라도 장력이 걸리는 것은 여전히 같은 나일론이어야 하고 금속은 단지 무게만 늘리는 역할을 해야하지요.
그래서 나일론 줄위에 가느다란 금속선을 감아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나일론 줄 위에 금속선을 감았습니다.
4번줄은 가는 금속선으로, 5번줄은 중간, 6번줄은 굵은 금속선으로.
그렇게 하니 각 줄마다 추가된 금속의 양이 적당하여 원하는 음을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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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진짜 4번줄 끊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위와 같이 나일론 줄 위에 가느다란 금속선을 감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는데,
줄이 금방 끊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아마 일주일도 못갔을 겁니다.

 

그 이유는 라면 스프 봉지에 힌트가 있습니다.
스프봉지 찢는 부분을 잘 살펴보면 톱니처럼 잘려져 있거나 칼로 조금 그어 놓은 것이 보입니다.
그렇게 날카로운 흠집을 만들어 놓으면 찢기 위해 힘을 가했을 때 그 부분에 응력이 집중되어 쉽게 주욱 찢어지는 것이지요.
기타의 현에는 항상 강한 응력(장력)이 걸려 있습니다.
따라서 1,2,3 줄에 면도칼을 살짝 대기만 해도 큰일납니다. 조그마한 칼금에도 순식간에 끊어져 버리지요.
(기타줄을 그냥 바닥에 놓고 면도칼로 끊을 때와는 완전 다릅니다)

나일론 줄위에 감은 가느다란 금속선은 그 자체로 칼입니다. 가는 실에 손을 베어 본 경험 누구나 있지요?
그나마  5,6번줄에 감긴 금속선은 비교적 굵어서 다행이지만 4번선 위에 감긴 금속선은 너무 가늘어서 칼의 기능이 더 심하지요.
운지를 하기 위해 현을 누르면, 게다가 비브라토 한다고 문질러대기까지 하면,
그 가는 금속선은 속에 들어 있는 나일론줄에 흠집을 내게 되고, 장력이 걸려있는 줄은 순식간에 끊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등장한 해결책이 가운데 나일론 줄을 1,2,3줄처럼 통으로 쓰지 않고 미세한 굵기의 줄을 다발로 쓰는 것입니다.
4,5,6줄 금속선 풀어 보면 아주 가는 나일론 파이버 다발이 들어 있습니다. 모르시는 분 없슴.
통으로 하나 쓰나, 가는 것 다발로 쓰나 나일론은 나일론이며 장력에 견디는 힘 역시 같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대단한 장점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미세선 100개 다발을 쓴다고 합시다.
금속선의 자극에 의해 100개중 어느 하나에 흠집이 생기더라도 그 하나만 순식간에 끊어지고 나머지 99개는 멀쩡합니다.
기타줄은 그대로 걸려있고 연주는 계속됩니다. 기타줄의 수명이 통줄 썼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납니다.

 

이제 4번줄이 가장 취약한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4번줄 위에 감긴 가느다란 금속선이 문제입니다.
금속선을 조금 굵게 하면(5번줄 만큼이라도) 개선이 되겠는데... 무게 때문에.. 어찌 방법이 안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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