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시인 유종화 - [세월이 가면], [바람 부는 날]

by 정천식 posted Dec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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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0년 전, 안동에서 [시간여행]을 운영할 때였다.

안상학 시인(2집 5번째 곡 수록)이 CD 100장 가량을 들고 [시간여행]으로 찾아왔다.

유종화 시인이 우리나라의 여러 시에 곡을 붙인 음반인데 가게에 두고 팔아 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시인들의 시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1집 타이틀은 [바람 부는 날]

2집 타이틀은 [세월이 가면]

틈틈이 음반을 듣다보니 어느새 좋아져 자주 듣게 되었다.

유종화 시인의 곡은 어렵지 않아 친근하며 담백하다.

하지만 곳곳에 예사롭지 않은 화성 진행도 사용되고 있어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임을 엿볼 수 있다.

아래에 전곡을 링크한다. 

 

 1집 [바람 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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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반도의 별

 

오봉옥 시 / 박문옥, 박양희 노래 / 유종화 곡

 

울 엄니 별 밭에는요
글씨, 지는 꽃만 피었당게요
밤낮으로 가르쳐 농게요
지 맘대로 져 부른 꽃들



 


02. 그만큼 행복한 날이

 

심호택 시 / 유종화 곡 / 허설 노래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이제는 지나가 버린

내 어린 그 시절

싸리 빗자루 둘러 메고
살금살금 잠자리 쫓다가
얼굴이 발갛게 익어 들어오던 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먹을 것 없던 날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03. 바람 부는 날

 

유종화 시 / 유종화 작곡 / 김원중 노래

 

바람 부는 날 내 마음 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 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 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04. 먼 산

 

안도현 시 / 유종화 곡 / 이미랑 노래

 

저물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수록 멀어지는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숨기고
그대의 먼 산 되지요

 

 

05. 오살댁 일기

 

유종화 시 /  유종화 작곡 / 유종화 낭송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 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 날
-- 오살댁 인자 고생 다 혔구만
--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거립니다.
오살댁,
서울 쪽 한번 흘끔 쳐다 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말락하게
한마디 합니다.
... 오살헐 놈

 

 

06. 사랑의 풀씨가 되어

 

서홍관 시 / 유종화 작곡 / 박문옥 노래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우리 이 땅의 어디로엔지
안개처럼 피어나는 묻어 둔 이야기며
구름처럼 많기도 했던 못다한 일들이며
묵묵히 남겨둔 채로
빈 가슴 부벼댈 언덕을 찾아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황량한 벌판에 흙먼지 날리어도
대지의 속 살 깊이 뿌리 내리고
찬연한 풀꽃 한 송이 찬연한 꽃 한 송이 피워내야지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07. 땅

 

안도현 시 / 유종화 작곡 / 김원중 노래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보랏빛 소리 나팔소리 들리리
날마다 눈물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덩굴이 애쓰며 손 내미는 것을
내게 땅이 있다면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아들에게
다만 나팔꽃 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08. 개망초

 

유강희 시 / 유종화 작곡 / 박양희 노래

 

이 고개 저 고개 개망초꽃 피었대
밥풀같이 방울방울 피었대
낮이나 밤이나 무섭지도 않은지
지지배들 얼굴마냥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살드래
누가 데려가주지 않아도
왜정때 큰고모 밥풀 주워 먹다
들키었다는 그 눈망울
얼크러지듯 얼크러지듯
그냥 그렇게 피었대


 

 



09.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백창우 시 / 유종화 작곡 / 최현태 노래

 

언제나 내 마음 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먹장구름 다 걷히고 고운 햇살이 내릴까
힘겨운 삶의 저 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리워
나 오늘도 빈 하늘만 보네

언제나 내 마음 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굿은 비 다 그치고 맑은 바람이 불까
어둠 저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잊혀진 얼굴 다시 살아나
내 쓸슬한 노래가 되네

 

 

10. 사평역에서

 

곽재구 시 / 유종화 작곡 / 박종화 낭송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11. 감꽃

 

김준태 시 / 유종화 작곡 / 유종화 노래

 

어릴 땐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 머리를 세고
지금은 침 발라 돈을 세지
먼 훗날엔 무얼 셀까

 

 

 

 

 

12. 바람 부는 날

 

유종화 글, 곡 / 이미랑 노래

 

바람 부는 날 내 마음 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 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2집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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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세월이 가면

 

오철수  시 / 유종화 작곡 / 김원중 노래

 

세월이 가면 잊혀진다네요
사람사는 일이 그러노라고

살구꽃 치렁대는 노루목 고개
한 톳 바람 지나듯

세월가면 잊혀진다네요
있던 일도 없던 것처럼

하루 종일 퍼 붓던 햇살
숨어버리듯 그렇게

하루 종일 퍼붓던 햇살
숨어버리듯 그렇게

 


02. 꽃잎

 

이용범 시 / 유종화 곡 / 허설 노래

 

바람 불면 꽃잎 하나
그대에게 꽃잎 하나
날리고 싶어 그대에게 날리고 싶어
바람 불면 그대 곁에
달려가리
기다림으로 서있을 그대
그대 가슴에 힘껏 안기리

 

   

03.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시 / 유종화 작곡 / 김원중 노래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볕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도 눈물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04.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박남준 시 / 유종화 곡 / 허 설 노래

 

먼 길을 걸어서도 당신을 볼 수가 없어요
새들은 돌아갈 집을 찾아 갈숲 새로 떠나는데
가고오는 그 모두에 눈시울 적셔가며
어둔 밤까지 비어가는 길이란 길을 서성거렸습니다
이 길도 아닙니까 당신께로 가는 걸음걸음
차라리 세상의 온 길가에 나무 되어 섰습니다  

 


05. 보리밭

 

안상학 시 / 유종화 곡 / 꼬두메 노래

 

꽃이 피기도 전에 봄이 왔나봐
꽃이 피기도 전에 봄이 왔나봐

엄마 생각나 엄마 생각나
너무 일찍 잠 깬 호랑나비 한 마리

청보리밭에 잠시 앉았다
날아가는데 엄마 생각나

고생만 하고 간 엄마 생각나
우우우우 엄마 생각나


 



06. 오살댁 일기

 

유종화 시 / 유종화 작곡 / 유종화 낭송

 

오산리에서 시집와

오살댁이라 불리는

민수네 엄니가

오늘은

입 다물었다.


서울서 은행다니는

아들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고

콩밭매며 한 이야기 피사리할 때 또 하고


어쩌다 일 없는

날에도

또 그 자랑하고 싶어

옆집 뒷집 기웃거리던 오살댁

오늘은 웃지 않는다.


아들네 집에 살러간다고

벙그러진 입만 동동 떠가더니


한달만에 밤차 타고 살며시 내려와

정지에 솥단지 다시 걸고

거미줄 걷어내고


마당에

눈치없이 자란 잡초들 뽑아내는데

 

오늘따라 해는 오사게 길고

오살댁

오늘은 입 다물었다.

 


07. 전라도 길 #1
  
한하운 시 / 유종화 곡 / 오영묵 노래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가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08. 옛날의 금잔디

 

고운기 시 / 유종화 작곡 / 배경희 노래

 

해 따러 간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설 쇠고 떠난 서울 편지도 없고
봄 여름 푸르른 감자밭만 남아
황토흙을 제쳐 성아 너처럼
영글어가던 알알이 캘 사람 없네

해 따러 산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서울가서 하는일이 무엇일랴고 돈맛만 들이고
사람 버린다더라
쥐불 놓는 언덕 하늘 붉고
짧은 소매에 눈물만 물들이는데
해 따러 간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서울 가서 하는 일이 무엇일랴고 돈맛만 들이고
사람 버린다더라

 


09. 강물에 띄운 검정 고무신

 

오봉옥 시 / 유종화 작곡 / 최현태 노래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
강물에 띄운 내 작은 배 검정 고무신
멈칫멈칫 떠난 아비 찾아 갔을까
질레질레 떠난 누이 따라 갔을까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울 엄니처럼 홀로 남은 고무신 한 짝
울 엄니처럼 홀로 남은 고무신 한 짝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비 찾아 갈거나
노 저어라 둥둥 누이 찾아 갈거나

 


10. 아버지 아버지

 

김형수 시 / 유종화 작곡 / 유종화 노래

 

머슴였던 울 아버지
바지게에 꼴짐지고 두렁길을 건널때
등에 와서 얹히던 햇살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까
울 아버지 혼자 남아 밤 늦도록 일하실때
둠벙 속에 살고 있는 색시 같은 달덩인
얼마나 얼마나 처량한 친구였을까
그마저 구름이 가렸던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울 아버지

 


11. 강

 

안도현 시 / 유종화 곡 / 허설 노래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없다면
이 못된 세상을 후려치고 가는
회초리가 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먼 훗날
다 함께 바다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12. 전라도 길 #2

 

한하운 시 / 유종화 곡 / 국소남 노래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가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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