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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48.233.155) 조회 수 5133 댓글 2


왜 여지껏 브림 아제를 소개한 글이 안 올라 와있는가에 의구심을 느끼면서...
1993년 객석에 올라와 있는 글을 퍼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구 있는 자료는 타이핑 문제로 불가능(?)....

도움이 되시길.....

[1993 03 | 1. 역경의 라이프 스토리 ]
고뇌와 열정, 그칠 줄 모르는 생명력

교통사고 역경 딛고 재기에 성공

뉴욕 타임즈는 줄리언 브림을 "40년 동안이나 다양성과 생명력을 지켜온 변함없는 기타의 거장"(90. 3.26)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그 말은 기타의 황제로 불렸던 세고비아와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었던 브림에게 가장 적합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70년대에 '스페인에 세고비아가 있다면 스페인 밖에는 브림이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실질적으로 세고비아와 비견되는 기타리스트로 평가되곤 했다.

영원한 라이벌이자 오랜 친구인 존 월리엄즈 같은 기타리스트들을 뒤로하고 그가 세고비아 다음 세대의 거장으로 떠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그 동안 기타계의 조류였던 스페인 중심적 범주를 과감히 탈피하고, 기타음악의 새로운 길을 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회갑을 맞은 그가 3월 15일과 18일 양일간에 걸쳐 내한 공연을 갖는다. 호암아트흘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마련되는 이번 공연은 교통사고의 오랜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기타계에 등장한 그의 변화된 음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크와 현대음악에서 탁월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브림은 이번 공연에서 바흐에서 투리나에 이르는 전 시대의 레퍼토리를 골고루 선보인다. 특히 그라나도스의 스페인 춤곡을 비롯해서 파야의 방앗간의 춤, 호세의 소나타, 투리나의 세빌리아 환상곡 등 대표적인 스페인 음악을 레퍼토리에 포함시키고 있어 흥미롭다. 이번에 연주하는 스페인 곡들은 그가 '기타라' 라는 8개짜리 시리즈로 만든 비디오에 포함되어 있는 것 중에서 주요 레퍼토리만을 뽑은 것들이다.

스포츠카 광이었던 브림은 84년 여름 무개차를 타고 티스버그에서 옥크가에 있는 그의 집을 향해 달리고 밌었다. 오른팔을 차창에 기대는 습관이 있던 그는 그날도 차창에 팔을 피대고 시속 100킬로가 넘는 속도로 다리 아래를 질주했다. 그러나 그는 급커브길에서 그만 핸들을 돌릴 틈도 없이 앞에 있는 석조 건물을 들이받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병원 응급실에서였다. 팔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그에게 정밀검사가 시작됐다. 가장 걱정했던 두뇌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의 생명보다도 소중한 오른팔의 몇 군데가 조각나 있었다. 그를 알아보는 애숭이 의사들의 "브림이 더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브림은 그때 목숨을 부지했다는 안도감보다는 기타리스트로의 생명이 끝났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고 한다. 당시 51살이었던 그는 세고비아가 고령으로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짐에 따라 가장 확실한 주가를 을리고 있었다. 바로 1년 전인 83년에 그라모폰지는 50살 생일을 맞은 그를 표지 인물로 선정할 만큼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브림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수술을 받기 직전 의사가 전신마취와 국부마취, 어을 택하겠느냐는 주문에 그는 선뜻 국부마취 쪽을 택했다. 그것은 기타리스트로서의 그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다음은 의사와 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브림의 오른 팔은 보통 팔이 아니었다. 40여년 동안 기타와 함께 살아온 그를 전후 영국 음악계의 특별한 위치에 올려놓은 그런 팔이기 때문이다.

브림은 1년 만에 위그모어 흘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과거 정열적이던 그의 모습은 아니었다. 냉철하리만치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그는 사고 후 점차 기타와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기타계에서 모습을 감추자 자연 존 윌리엄즈가 기타계의 거장으로 등장했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들에 의하면 브림은 몇 년에 걸쳐 기타를 싫어했다고 한다. 이미 그는 5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고, 기타계에서는 공공연하게 그의 은퇴설이 나돌았다.

그럴 때쯤 아시아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다. 월리엄 월튼이 브림의 재기를 돕기 위해 몇개의 소곡을 작곡해 브림에게 연주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브림은 더 이상 연주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과거 같으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브림이었다.

월튼은 브림을 그 지역의 이발사에게 데리고 갔다. 그 이발사는 손님들에게 아주 형편없는 기타 솜씨로 세레나데를 들려주었는데, 이를 본 브림은 다시 기타를 잡게 되고, 몇년간에 걸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그는 기타 외에 류트에 대한 접근을 다시 시도하고, 기타에 관한 저술을 하기도 했다. 89년 엘리스 털리 흘에서 열린 그의 공연은 교통사고 이후 가장 확실한 재기 무대였다. 그는 음악의 모멘텀을 잃지 않으면서도 핑거링의 섬세함과 기악적 밸런스가 살아숨쉬는 뛰어난 개성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기타 리뷰지는 그날의 공연을 '올해의 가장 영감넘치는 연주'라고 평가했고, 그후 그는 "작곡된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연주가"로 떠올랐다.

플루트는 '인간의 소리' 그 자체

브림은 1933년에 런던 외곽의 작은 마을인 바터씨에서 태어났다. 상업 미술가이자 아마추어 재즈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 부터 자연스럽게 기타와 인연을 맺은 그는 11살 때 클래식 기타를 생일선물로 받고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러시아 기타리스트인 알렉시스 체스나코프에게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았던 브림은 불과 1년만인 12살 때 런던 필하모닉 기타리스트협회가 주최하는 연주무대에 참가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미 테크닉적으로 아마추어 수준을 능가했던 브림의 연주는 이 협회 회장인 보리스 페토트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브림은 그후 1년간 개인적으로 페토트에게 기타를 배웠다. 브림이 영국에 연주차 들렀던 세고비아의 눈에 띈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세고비아는 브림의 연주를 듣고 즉석에서 후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기타리스트로서의 브림의 정식 데뷔는 1947년 첼튼햄에서 이루어졌다. 그 공연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세고비아나 존 윌리엄즈 같은 투명한 음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변화하는 음을 구사하는 브림의 연주는 이미 그때부터 영국 기타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14살이었던 브림은 그 1년 후인 48년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영국 왕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기타를 공부하기 위한 학비를 면제받은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그가 영국에서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과 같은 것이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기타에 대한 편견이 대단했고, 기타를 클래식음악 범주에 넣기조차 꺼려했다. 심지어는 그가 다니는 학교에도 기타를 들고 들어갈 수 없었다. 브림이 처음으로 학교 안으로 기타를 들고 들어간 것은 학장이었던 게오르그 디슨의 생일 파티 때 기타를 연주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였다고 한다.

브림은 영국 사람들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 놓은 장본인이다. 거의 독학으로 기타를 공부한 그는 1951년 위그모어 홀에서 데뷔, 선풍적인 성공을 거두며 불과 3년 안에 영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떠오른 것이다. 군복무 기간에도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던 1954년 첫 유럽 순회 공연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주가가 막 올라갈 즈음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의 아파트에서는 연일 술마시고 떠드는 파티가 열렸으며, 런던의 젊은 음악가들이 그의 집에 모여들었다. 또한 브림은 프람로드에 있는 핀치라는 카페에서 매일밤 살다시피 했으며, 화가인 빌 톰슨의 아내인 마가렛과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69년에 결혼하기까지 했는데, 결국 2년 만에 파경에 이르고 말았다.

브림은 그때를 '대단한(거친) 시기'라고 회고한다. 그의 40년 기타인생 중 가장 고통스러운 바로 그때였다. 그는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음악에 대해 고민했고,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 한 귀퉁이에서 여자와 술로 젊음을 허송했다.

그가 찾아낸 돌파구는 현대음악과 전원 생활이었다. 과거 월셔의 섬머 스쿨에 참여한 적이 있던 그는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숲을 항상 동경하고 있었다. 그는 60년대 초 런던을 떠나 월셔로 이사를 했다. 우아한 18세기 양식의 브로트 옥크에 정착한 것이다. (브림은 지금도 그 집에서 동료인 준과 함께 살고 있다. )

그는 그때부터 바로크에서 낭만에 이르는 수많은 클래식 곡들을 기타곡으로 편곡·연주했고, 벤자민 브리튼·월튼·헨체·쇤베르크 등의 현대음악까지도 기타음악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연주가로서 왔금기를 맞은 그는 줄리언 브림 콘서트를 결성하고 기타합주 활동을 벌이는 한편,테너 피터 피어스와 같이 협연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수십곡에 달하는 기타 독주곡과 협주곡의 세계 초연도 대부분 이때에 이루어졌다.

EMI로 소속 옮기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

그의 레코딩 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RCA와 손잡고 40년 가까이 발매한 숫자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는 그동안 미국 국립 레코딩 과학아카데미상을 6회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에디슨상 2회, 수차례의 그라모폰상, 빌라 로보스 금상, CBE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동료인 존 윌리엄즈와 함께 출반한 음반은 여러장에 걸쳐 골든 디스크를 기록했다.

브림의 명성은 1976년 영국 BBC방송이 '전원생활'이란 프로그램으로 그의 일대기를 방영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특히 그는 예후디 메뉴인·BBC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을 통해 기타를 협주악기로 부각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브림은 낭만파 음악이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세고비아 스타일의 연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레퍼토리에 스페인 기타음악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스페인 음악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기타라'라는 8개로 된 비디오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그는 이 프로그램에 스페인 기타음악의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특히 류트 외에는 손대지 않았던 브림은 이 시리즈에서 르네상스기타·스페인 비우엘라·바로크 기타·얇은 몸체의 현대 기타에 이르는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브림은 지난 91년 위그모어 홀에서 자신의 연주생활 40주년 기념음악회를 가졌다. 1951년 첫 런던 데뷔 연주에서 성공을 거둔 바로 그 장소에서 가진 그날 공연은 영국 기타계에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영국의 기타 전문지인 팡파레지는 그날의 연주를 "그의 음색은 강하면서도 공명이 풍부하고, 인토네이션과 조화도 완벽했다. 그의 신화적인 음색과 테크닉에 누구를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쓰고 있다.

브림은 40년 동안인연을 맺어왔던 RCA와의 계약을 끝내고 지난 90년에 EMI로 소속을 옮겼다. 그것은 40년간의 연주활동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이미 EMI를 통해 몇 장의 디스크를 출반하기도 한 브림은 재기와 함께 몇몇 중요한 일들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BBC와 함께 4회에 걸친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했고, 8개의 스페인 기타 및 류트 음악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르네상스 류트음악에 기타 테크닉을 접목시킨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10여년간 멀리했던 류트에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 매년 여름 월셔에 있는 그의 집에서는 류트와 하프시코드 워크샵과 즉석 스티벌이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객석1993 03 | 2. 줄리언 브림의 기타음악 ]
고뇌의 숨결, 그을린 은같은 선율

진지하고 정열적인 기타리스트, 초연은 작은 연주장에서 하는 것이 철칙

브림은 재즈 기타를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기타와 만났다. 처음에 그가 재즈기타를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기타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에게 아버지는 피아노와 피크 기타를 사주었다. 그러다가 브림이 11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비로소 클래식 기타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렇게 아버지에게 기타를 배우고 있던 브림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은 13살 때이다. 당시 세계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명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가 연주차 영국에 들렀다가 브림을 발견한 것이다. 브림은 세고비아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클래식 기타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러한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란 브림은 "음악적인 사색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중세적인 분위기의 환경이 절대적 "이라고 말할 만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가능하면 그의 기타 강습회를 자연환경이 좋은 장소를 택하여 갖고 있는 것도 그의 이러한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브림의 음악에 대한 자세는 매우 진지하고 정열적이다. 그는 학생들을 레슨할 때 항상 정열과 즐거움이 넘쳐 있다. 그의 제자들에 따르면 그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으로 멜로디를 불고,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방안을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어떤 때는 학생의 연주에 즉흥적으로 반주를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재치있는 농담으로 제자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음악에 관한 한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편이다. 음악적인 바탕이 없는 연주나, 작곡자가 지시한 기호를 잘 지키지 않는 연주를 상당히 싫어한다. 여기서 그가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리듬과 템포 루바토이며, 같은 프레이즈도 여러가지로 해석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고비아를 중심으로 한 개성강한 스타일의 연주나 낭만파 분위기의 연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세고비아의 공적을 인정하고, 그의 음악세계를 대단히 좋아하긴 하나 그의 연주 스타일은 현대 연주가들이 추구하는 세계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기타음악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그의 연습과정을 살펴보면 금세 이해가 간다. 그가 어느 한 곡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만들기 위해서 보이는 열의는 대단한 것이며,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는 처음에 악보만 가지고 음악의 개요를 파악하고 그 곡에 사용된 몇 가지의 작곡 기법을 이해한다. 그런 다음 한동안 생각한 후에 기타를 가지고 연습에 들어가는데, 그 연습기간은 최소한 1개월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 곡이 그의 레퍼토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시 5~6주간 그 곡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며, 그 다음 작은 연주회에서 연주를 시도해 보고 서서히 본격적인 연주회나 녹음에 들어간다. 그 후 2~3년간에 걸쳐 몇 번이고 연주하다가 그 이후에 그 곡을 계속해서 연주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맘에 안드는 곡은 과감히 버려
브림은 또한 많은 기타곡을 편곡해서 연주하고 있다. 그는 편곡에서도 원래의 곡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타에 맞게 편곡하고 있는데, 그 고심한 흔적은 여기 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그가 한 곡을 편곡하는 데는 최소한 1주일 정도 걸리며, 어느 한 곡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만들 때와 같이 매우 신중한 편이다. 처음 편곡한 곡을 4개월 정도 검토하고 난 후에 자신이 직접 연주하여 녹음해 보고 다시 원보와 대조하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독자적인 기타의 생생한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곡은 그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때로는 그를 보면 대가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소심한 구석도 발견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편곡한 곡을 갖고 그 곡의 작곡가를 찾아 가서 조언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행위에 관한 한 자존심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줄리언 브림의 기타 음색은 세고비아니 존 월리엄즈 등의 빛나는 듯한 투명한 음과 비교하면 대단히 변화하는 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음 하나하나는 살짝 그을린 은처럼 수수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낭만파 음색도, 현대적인 음색도 아닌, 브림의 독특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음악으로 나타날 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브림은 어떻게 보면 기타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테크닉에 있어서의 그의 손가락은 남다른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탄현할 때 줄과 45도 각도가 되는데, 그는 그 주법을 톱 스트로크(Top Stroke)라 부른다. 이 톱 스트로크 주법은 현재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주법 중의 하나이다.

브림은 기타연주에 있어 "가슴으로 느낀 것을 머리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그의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기타 연주가 청중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연주가의 생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것을 기타라는 악기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한계라고 탓한다면 그것은 기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그는 확신있게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연주가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을 잘 듣고, 매우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부분에서는 정확하면서도 자신있게 연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도 테크닉도 자신이 엄격하게 콘트롤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때 청중은 비로소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인지 연주홀에서의 그의 자세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편이다. 연주홀에 따라, 또는 청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음향이 다르므로 우선 리허설 때 철저하게 점검하고 본 연주 때는 무대 위에서 작은 소리로 조현하면서 음향을 점검하는 철저를 기한다. 그러나 때로는 음향이 좋지 않은 홀에서 연주할 때도 있다. 그럴 경우 그의 연주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는 그런 흘에서는 음향을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몰두한다. 그렇게 하면 청중들도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음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연주가 없는 날에는 집에서 정원 손질도 하고 집 근처 구릉지대를 산보하기도 하지만,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 있을 연주를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휴식은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객석1993 03 | 3. 명 CD콜렉션 ]

목가적 선율의 조용한 낭송 음악들

1. 투게더/줄리언 브림·존 윌리엄즈 알베니즈 ·카루리 ·소르·라벨 등 RCA/RD83257
줄리언 브림과 존 월리엄즈는 이미 각자의 연주 영역에서 일가를 이룩한 세계적인 대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독주나 협연 앨범보다 특히 이 음반에 애착이 가는 것은 2중주 앨범의 회귀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사실은 두 거장의 만남이 이루어 놓은 절묘한 조화를 맛볼 수 알기 때문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화려하거나 어려운 기교를 원하는 곡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2중주곡들은 그들의 손을 거쳐 투명하고 영롱하게 정제된 선율들이 서로를 감싸며 신비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2. 줄리언 브림 '기타라' 타레가 ·그라나도스 ·파야·무리카·소르 등 RCA/6206-2-RC
브림은 스페인 초기 비우엘라 음악부터 르네상스·바로크·고전·낭만에 이르는 스페인 기타음악의 변천사를 축소하여 이 음반에 수록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아구아도 이전 시대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하여 르네상스 기타 바로크 기타 스페인 비우엘라 등의 연주를 재현시킨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고증에 의하여 현대에 제작한 악기들이지만) 브림의 음악적 성장 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오래된 것에의 학문적 탐구와 발굴·복원하려는 집념은 이 음반에서 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뒤늦게나마 그가 스페인 기타음악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레코딩에 임한 것은(1980년대) 그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줄리언 브림 기타로만티카 로베트 ·푸졸 · 타레가 RCA/60429-2-RC
고전 이후 낭만·근대에 이르는 기타음악의 변천사에서 타레가의 등장은 쇠퇴기에 접어든 기타음악의 새로운 도약의 장을 열게 한다. 이 음반에서 브림은 타레가의 작품과 그의 직계문하인 푸졸 그리고 로베트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곡하고 있다. 완숙의 경지에 다다른 브림의 테크닉은 스승과 제자들의 작품 세계를 넘나들며 낭만과 서정이 담긴 오묘한 선율들을 우리 우위에 가득 채워 가고 있다. 또 다른 의미로 타레가와 그의 제자들을 기리는 명반이라 할 수 있겠다.

4. 줄리언 브림 로맨틱 기타 알베니즈·멘델스존 ·파가니니 ·타레가·투리안·빌라 로보스 등 RCA/6798-2-RG
파가니니의 기타작품 중 그랜드 소나타A는 기타연주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 의사를 표시하지만 쉽게 함락되지 않는 난곡이다. 이 음반에서 브림은 바이올린 파트의 협주 선율을 기타에 옮겨 독주 스타일로 녹음을 했다. 그밖에 알베니즈의 피아노 작품인 레이엔다와 그라나다. 멘델스존의 칸소네타 베네치안 뱃노래 등 기타 곡으로 재편곡된 곡들을 수록, 다른 타 음반과의 대조적인 선곡을 보여준다. 이 난곡들을 거침없이 풀어가는 브림은 후학들의 숭배를 받는 세고비아 이후의 거목인 것이다.

5. 줄리언 브림 브라우어/협주곡 엘레지아코 로드리고/신사를 위한 판타지 기타/줄리언 브림 지휘/레오 브라우어 RCA 빅터 채임버 오케스트라 RCA/7718-2-RC
1986년 9월 랑햄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브림에 의해 BBC 라디오에서 초연되었던 브라우어의 기타 콘체르토 제)번은 현대 기법의 협주곡으로 보기 드문 수작이다. 기타가 갖고 있는 음량의 한계를 오케스트라와 절묘하게 조화시켜 시종 빈틈없는 명연을 들려준다. 초연 때와 같이 지휘봉은 브라우어 자신이 잡고 악단만 RCA빅터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바뀌었다. 로드리고의 '신사를 위한 판타지'라 불려지는 이 협주곡 은 그의 공전의 히트곡인 '아랑페즈 협주곡'에 가려져 레코딩에서도 제2선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다. 고전기법에 의한 이 협주곡은 전편에 깔린 서정성과 목가적인 선율로 부드럽고 우아한 색채를 띠고 있으며 조용히 낭송하는 시를 듣는 듯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그의 기타를 위한 세심한 배려는 몇 가지의 금관 악기를 오케스트레이션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Comment '2'
  • BACH2138 2008.12.24 20:01 (*.201.41.64)
    브림을 소개하는 멋진 글이군요.....
  • 최동수 2008.12.24 21:45 (*.237.118.155)
    크리스마스 이브 기념으로 좋은 글 간직합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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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1999년 GFA콩쿨 우승자 Lorenzo Micheli file illiana 2001.02.24 3905
88 1998년 GFA 콩쿨 우승자 Denis Azabagic file illiana 2001.02.24 3442
87 Lorenzo Micheli의 홈페이지 illiana 2001.02.24 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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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Stephan Schmidt 미니압바 2001.02.19 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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