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02 14:43
"콤파냐 보칼레" 연주회 후기...
(*.236.45.92) 조회 수 6061 댓글 10
KBS홀에 도착하니 7시...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
.
밖에는 자기 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초조하게 서있었고,
홀 안에는 벌써 만난 사람 - 대부분 가족과 연인 - 들로 북적거렸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길래 걍 객석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1층 B열 140번... 비교적 좋은 자리였지만...
연주자들의 표정과 숨소리를 듣기엔 좀 떨어진 곳이었다.
무대에는 한 남자가 쳄발로를 열심히 조율하고 있었는데...
오늘 연주를 하는 앙상블의 견습생이 아닌가 싶었다.
"아... 공부차 따라 와서 준비를 도와주는구나..."
나중에 알았지만... 역시 삽질~
요즘, 팔힘이 무척 강해졌다. 하두 삽질을 해대서...
ㅡㅡ;
여하간! 계속 그 남자 이야기를 해야겠다.
얼굴 형태는 분명 전형적인 러시아인 같았다.
크고 높은 또렷한 코에 짧고 약간 검은 머리, 그리고 훤칠하니 큰기...
올림픽에서 볼 수있는 소련의 남자체조선수...
그렇게 생각함 되겠다!
일단 조율이 끝나자 확인차 한곡을 연주한다.
골드베르크의 중간부분을 연주하는데...
올마나 느끼하게 하던지... --;
근데... 근데... 근데 말이지 이 칭구... 테크닉이 장난이 아닌것이다.
대충... 그렇게 대충 치는데도 어쩜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깨끗하게,
나름대로 프레이즈 까지 잡아가며 "연주"를 하는지~ ㅡㅡ;
언정도 조율이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터벅터벅 대기실로 들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 앙상블의 쳄발로 주자였던것이다! --;
게다가 이 칭구... 위트도 있었다.
연주회 중 다음곡을 연주하기 위해 조율을 하는데...
한국인의 매너! 핸펀소리가 "삐리삐리~"하고 울렸다.
청중들 "이런이런~"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하자...
얼굴 하얀 이 아저씨... 쳄발로로 "띠링띠링~"하고 흉내를 낸다.
잠시 웃음바다...
^^;
이 남자 스타일을 정리해보니 내가 아는 칭구 중에
이런 스타일 좋아할 사람... 딱 한명 생각이 났다.
.
.
곧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벌써 자리는 거의 메워져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짝으로 앉아 있는데 홀로 시위하듯...
옆자리 비워놓구 혼자 앉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이 연주를 보려했던건...
프로그램이 죽음... 그 자체였다...
총 10곡 중 7곡이...
소프라노, 바이올린과 바소콘티누오를 위한 곡들이었다.
2곡은 바소콘티누오가 딸린 소나타, 나머지 하나는 바로크기타 솔로...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바소콘티누오 연주란다!
^o^
알토소리를 좋아하기 땜에 소프라노는 즐겨 듣지 않지만...
소프라노와 바이올린이 대화하듯 서로 주고 받는...
그리고 가수의 표정이 범벅이되어 연주 내내 가슴이 뛰었다.
두번째 곡에선 정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뻔했다.
"Oh! but Yes, Oh! but No"
연주곡 중 한곡의 제목이다. 그리고 본인의 맘을 이해해주시라~
무엇보다!
아까 얘기했던 쳄발로주자가 압권이었다.
많은 쳄발로주자의 연주를 보고 들었지만...
이렇게 내맘에 꼭 드는 애드립을 때린 연주자는 정말 오랫만이었다.
분위기만 좀 업되었다면 기립박수라도 보냈을텐데...
첨에 견습생이라구 한거... 다시한번 미안하게 생각한다.
ㅡㅡ;
이 앙상블이 보여주는 바소콘티누오는 잼있는 구성인데...
첼로, 쳄발로, 바로크기타, 테오르보의 다양한 악기로
바소콘티누오의 진.면.목. 을 보여 주었다.
비발디의 "폴리아"에선 바로크기타가 느린 변주를 전담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곡중간에 바로크기타와 테오르보를 번갈아가며 반주하는것도
잼있는 풍경이었다.
"콤파냐 보칼레"는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6명의
네덜란드 고음악 앙상블로 성악이 같이 한다는 것이 특징...
전체적인 느낌은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과 비슷했다.
고로 좀 느끼(^^;)한 면이 있었다. ㅡㅡ;
참! 주최측에서 메인으로 밀어 붙인~ 비발디의...
"Nulla in Mundo Pax Sincera -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바이올린 2대, 첼로, 쳄발로, 바로크기타의 반주로 듣는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
할말은 많지만... 진짜! 마지막으로...
3곡의 앵콜곡중...
역시나 울나라사람들을 배려한 곡에 눈물을 찔끔했다. ㅠ.ㅠ
작년, 일본의 고음악앙상블 "타블라투라"의 "밀양아리랑"에 필적할만한 곡~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
.
Compagnia Vocale
Trio Sonata - A. Corelli
Aria for Soprano & Basso Continuo - J. Hidalgo
"Ay que si, ay que no - Oh! but yes, oh! but no"
Pasacalle for Soprano & Basso Continuo - H. de Bailly
"La Locura - Madness"
Sonata for 2 Violins & Basso Continuo RV63 - A. Vivaldi
"La Follia"
Cantate for Soprano & Basso Continuo - F. Provenzale
"Squarciato appena havea - Just barely had the shining twilight"
intermission
Aria for Soprano & Basso Continuo - G. Frescobaldi
"Cosi mi disprezzate - Thus you scorn me?"
Sonata Secunda for Violin - D. Castello
Aria from Motet RV630 - A. 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 There is no true peace in the world"
Canarios - G. Sanz
Serenade for Soprano, 2 Violins & Basso Continuo - S. Coya
"In questo oscuro poggio - On this dark hill"
* Soprano - Johannett Zomer
* Baroque Violin - Elisabeth Ingen Housz & David Rabinovich
* Baroque Guitar & Theorbo - Regina Albanez
* Baroque Cello - Sarah Walder
* Harpshicord - Michael Borgst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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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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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샤인 영화 생각나네요..'세상에 참 평화는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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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군요..... 아~ 할 일이 싼떠민데 ... 음악에 취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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쳄발로 연주하는 분들은 다 직접 조율하시더군요. 상당히 일찍 도착해서.. 모든걸 손수... 기타 줄맞추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분들은 한 번 구경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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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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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곡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곡인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가곡.. 너무너무 좋으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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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오시는지"예요~ ^^* 정말 넘흐넘흐 좋았어요~ 앗! 수님이랑 같이 가는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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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젤 조아하니까 제목은 알져. 그런데 음악이야기게시판으로 옮겨주세요.. 낙서게시판은 제 경험상 글 중 반이상이 지워져요.. 이 기록은 정보의 의미도 강하니깐 지워지면 아까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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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이 페이지 열고 깜짝 놀랐어요... 저 우아함이란~~^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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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일루 왔구낭...^^; 오모야... 좋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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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요즘 술값 낼 때에는 항상 뒤에 숨거나 사라지더니, 이런 연주회는 꼬박꼬박 찾아가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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