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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90.2.163) 조회 수 4370 댓글 1

제목: 바흐의 샤콘느를 듣고

지은이: 채소네 안주인



파란 하늘...          그 위로 나르는 한 마리 비둘기.
커다랗고 풍성한 노란 잎을 가득 담은 한 그루의 은행나무.
그 아래 무성히도 잎을 떨군다.     그러나 시간은 멈춰있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도. 아이들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너무도 아름다워 아무 말도 못하는 고요한 도시. 하늘과 나무와 그 아래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이 소리를 들어야한다. 그러나 모두들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냥 지나가고만 있다

때는 21세기 2001년 11월 21일 음악이 흐른다. 아주 서서히 그리고 작게.
지금부터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

잠시 모든 것이 멈춰있다.   나무도 그 잎을 떨구지 않고 나는 새도 날다가 서있다.
흘러가는 구름도 없다. 바람도 불지 않는다. 찬 공기만이 빈 공간을 채울 뿐.
뛰어가는 사람도 뛰어가지만 사실은 멈춰있다.

사뿐히 아주 사뿐히 소리 없이 움직일 뿐이다. 모두가 그 무언가에 시간을 잃고 있다.
지나간 추억. 아름답고 즐겁고 기뻤던. 그리고 아팠던. 슬펐던 모든 것들도 한순간 다 꿈이 되 버렸다.

이것이 그의 생이런가 나의 생은 또 어디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 아래 새하얀 한 마리의 비둘기의 날개 짓처럼
너무도 시린 눈빛을 세상은 그렇게 비둘기의 눈을 비추고 내 눈을 멀게 하셨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저 하늘 위에 누군가가 나를 보고 계신다면
신이시여. 이 사람을 이제 당신께 맡기나이다.
부디 평안히 데려가소서

제가 이제 올려다봐도 그는 제 앞에서 멀어집니다.
그를 볼 수 없다는 것보다, 이제 제 두 눈이 그를 찾지 못함을....
어떻게 합니까.
제 눈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보이지가 않습니다
신의 궁전이, 하지만 제 아내는 볼 것입니다.
신의 궁전에서 제 아내가 평온하게 지내겠죠
저를 보고 웃어주는 것도 저는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당신 곁에 있습니다.
지켜봐 주소서.
당신께 맡기나이다. 이제 저도 가려합니다.   저의 이 마음은 비어있습니다..
아무 것도 이 마음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저 하늘을 다 채운다해도
모자랄 슬픔이.. 저 모든 이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그 신비스런 음악은 온통 이 세상에 울려퍼질 것입니다.
아이들도 이 슬픔을 지켜볼 것입니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우리를 다시 데려가지는 못하겠죠.

아...   제 아내를 어디로 데려 가려하십니까. 제 아내의 모습이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이 행렬이 너무도 깁니다. 이제가면 그 사람은 다시는 이 길로 돌아오지 않겠죠.
점점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끝없이 끝없이 어디론가 이어져 있고. 돌아 볼 수 없겠죠.

이 길이 왜 이리도 깁니까.  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아 당신의 숨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 맑고 고운 얼굴로 웃으며 나를 보고 손짓하는구려
당신의 옷깃이 왜이리 차갑습니까. 그 손길이 나를 놓습니다.
제발 제발 내 손을 잡아주오. 왜 벌써 제 아내를 데려가시나이까
조금만 더...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발 제발....
당신의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 발자국 소리만 내 귀에 가득합니다.

오...  신이시여...  제 아이들은 어찌합니까.
저 울고 있는 아이들은 어찌합니까. 저 아이들은 이제 누가 돌보면, 누가 저들에게 또 따뜻한 사랑을 줄 것인가요.
제발 제 아내를 데려가지 마십시오.
차가운 죽음의 손길이 제 아내를 온통 뒤 덥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제 이 길고도 긴 시간을 이 시간의 문을 닫아야 한답니다. 그 곳엔 저를 데려가려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제 가슴도 찢어집니다.
이제 어둠의 문이 닫혔습니다.

오우.. 신이시여.   당신께서 제 아내를 잘 보살펴 주소서.
저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제 아이와 저를 또한 돌봐주소서.
우리는 다시 그 길을 돌아와야 합니다. 어둡고 춥고 험하고 먼 그 길을 저희는 이제 벗어나 밝은 문으로 다가섭니다.

오우.. 생명이여.   저와 제 아이들을 지켜주소서.
저희에게 빛을 주신 주여... 감사합니다. 언젠가 우리도 저 길로 다시 가야할 때
그때까지 제 아내를 잘 보살펴주소서. 약속하셔야 합니다.
이제 저희 곁엔 아내가 없지만 아내는 저희를 지켜보고 있겠죠.
그것이 아내의 바램이겠죠.
감사합니다 주여. 제게 이 슬픔과 아픔을 주셔서.
저희 몸은 너무도 나약합니다. 이 아픈 몸을 어루만져 주소서.

주여...  이 슬픔을 당신께 바치나이다.
이 너무도 아름다운 이 죽음을 신이시여 당신은 알고 계십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제가 주는 이 선물을 받아주소서
이 음악이 당신을 영원히 그 아픔에서 그 무섭고 춥고 어두운 곳에서 지켜드릴 겁니다.

오...  당신이여.   언제나 제 가슴속에 남아 저를 지켜주소서.
저를 바라보소서. 이제 당신을 보냅니다.
신이 너무도 사랑했기에.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신이 저보다 먼저 당신을 데려가려 하나봅니다.

오우.. 당신이여.  영원히 이제는 편히 쉬소서.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이름을 불러보노라.
이 어둠이 가면 새로운 빛이 오겠죠.
그때까지 그때까지만. 제가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



-- 안주인에게 샤콘느를 들어보라고 몇 가지 음반을 주었습니다... 바흐에 관련된 몇 가지 책과 함께 샤콘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마 안주인은 샤콘느를 처음 듣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한 3번 듣고 나서 엉엉 울었다고 하더군요... 너무 슬퍼 이 글을 적었고... 그리고 너무 슬퍼 이제는 못 듣겠다고 합니다... 안주인은 샤콘이 너무나 슬프게 들렸나 봅니다.


채소...
Comment '1'
  • 신동훈 2001.11.24 13:38 (*.178.123.140)
    아~~~ 슬푸다 T.T 시케티의 샤콘느 연주가 불현듯 떠오르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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