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6.17.90) 조회 수 6572 댓글 2
   지기스발트 쿠이켄 VS 라인하르트 괴벨(Sigiswald Kuijken vs Reinhard Goebel)

클래식 애호가라면 지난 해 바흐 서거 250주년 축제의 메카였던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바흐 페스티벌 라이프치히2000'을 기억할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서거일인 28일에 라이프치히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있었던 우리시대 '최고'들의 연주회. 바로 올드타운 홀에서 쿠이켄 삼형제가 연주한 '음악의 헌정'과,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있었던 라인하르트 괴벨의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연주한 '푸가의 기법'이다. 그리고 해를 넘겨 2001년 2월 같은 달에 우리나라의 같은 연주장소에서 이들이 연주회를 갖게 된다고 하니, 이러한 우연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원정연주계의 거장들

이번 달의 명연주가 비교는 이러한 시사적 필연성을 바탕으로, 감히 이 두 연주자(단체)를 일별하여 비교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들에게는 수많은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가 바로크 레퍼토리를 강점으로 하는 원전연주 계의 거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위상의 소유자들이며, 고집스럽게 이 길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쿠이켄이 개발한 턱받침을 사용하지 않는 연주법이라든지, 괴벨이 그의 신체적 장애이후에 언어장애까지도 겪어내며 왼손에 활을 쥐는 등의 모습은 이들의 고집스러움의 정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리더격인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라인하르트 괴벨이 섭렵하고 있는 영역이 독주자, 실내악 주자로서의 활동을 비롯하여 지휘, 그리고 가르치는 영역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전천후 음악가라는 점 또한 동일하다. 물론 이들이 모두 제도권 내에서의 진화된 교육을 거부하고 독학으로 음악사의 한 조류를 개척하고자 한 '야인'들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우선 결합면에서, 쿠이켄은 동료, 제자들과 함께 주로 혈연에 기초한 프로젝트성 작업을 하고 있다. 각자 독주자로서 활동하면서 상황에 따라 비정형적 단체로서 삼중주-쿠이켄 사중주-오중주-그리고 라쁘띠뜨 방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은 잘 알려진 대로 쾰른 대학 동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학연 중심적 결합에서 시작되었으며, 구성원에 변화는 있으나 대체로 항시적이고 정형적인 단체이다. 또한 괴벨의 경우 여타 구성원들에 비해 그 카리스마가 독보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쿠이켄의 경우 개인의 개성은 단체의 그것에 순화되어-또는 다른 주자들과 평등한 관계로-자연스런 느낌을 창출해 내고 있다.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괴벨은 바흐를 비롯하여 그가 주무기로 하는 바로크 레퍼토리의 진원지를 직접 연결하는 독일 지역에 근거하고 있으면서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인이 바흐에 매달려봐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한편 고음악 르네상스의 거점이 되었던 네덜란드-벨기에 지방을 근거지로 하는 '플랑드르' 패밀리에 속하는 쿠이켄은 슈포어, 바요, 베리오 등 벨기에 선배들의 계통을 이으면서도 프랑스와 독일의 접점에 위치한 바젤의 스콜라칸토룸에서 그의 고음악에 대한 소명을 되새김질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그는 레온하르트, 브뤼헨, 코넨, 빌스마 등 고음악 대가들과의 교감에 의한 작업을 해 왔다.

라인하르트 괴벨이 들려주는 원전음색이 전아하면서도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고급스런 대리석 같은 느낌이라면 악기 등에서 보다 철저하게 원래를 찾아가는 쿠이켄은 오래된 목재에서 풍기는 것과 같은 투박하면서도 보다 자연을 느끼게 하는 울림을 지니고 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도자기로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괴벨은 귀족적인 고려청자, 쿠이켄은 소박한 이조백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아가 독일 앙상블이 지적 냉철함에 바탕을 둔 신선하고 대담한 감수성을 선보인다면 플랑드르 앙상블은 이성에 바탕을 둔 조화로움이 자연스런 유려함에 묻어나는 이상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레퍼토리 면에서도 두 대가는 다소 상이한 입장을 취한다. 잘 알려진 대로 쿠이켄이 바흐를 정점으로 하여 하이든, 모차르트를 벗어나지 않는 반면 괴벨은 바로크 레퍼토리를 주로 하지만 그 안에서도 늘 신선하고 알려지지 않는 레퍼토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본지 1월호에 소개된 대로 올 가을, 장기간의 준비 끝에 우리나라에서도 바로크 창작 오페라를 지휘하는 괴벨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편성 면에서도 쿠이켄이 주로 소편성 실내악 레퍼토리를 선호-심지어 그는 '바흐의 성악곡에 있어서 합창곡도 성부 당 한 명의 가수에 의해 불려졌을 것' 이라는 소위 리프킨설의 지지자다- 하는 반면, 괴벨은 대개 그의 앙상블을 대동하고 좀 더 스케일이 큰 관현악이나 칸타타 쪽에 치중하는 편이다.

▶음반작업에 있어서 각기 다른 횡보

음반작업을 하는 모습도 가히 대조적인데,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굴지의 메이저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의 관리를 받으며 동 회사 산하의 원전연주 전문 레이블 아르히브를 통해 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면, 쿠이켄은 꼼꼼히 챙겨봐야 그의 작품들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반사에 노출되어 왔다. BMG 산하의 도이치 아르모니아 문디, 벨기에의 고음악 레이블인 악상, 일본 레이블인 데논, 소니 비바르테의 전신인 세온, EMI의 버진 클래식 등을 통해 독주자로서, 실내악 주자로서, 지휘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치악 과연 체계적 관리를 중시하는 독일인들의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된 상업주의적의도로 보아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이겠지만 말이다.
여담이 되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라면 괴벨은 음악을 위해 독신을 선택할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쿠이켄은 대 가족을 이루어 그들과 함께 음악과 생활을 분리함 없이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삶을 달리 바라보는 각자의 방식이 그들의 음악에 어떤 식으로 용해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Comment '2'
  • 신동훈 2002.04.09 08:25 (*.81.93.247)
    아르농쿠르와 레온하르트의 경우가 이와 유사한 입장인거 같군여 ^^
  • 신동훈 2002.04.09 08:28 (*.81.93.247)
    글구... 개인적으로 괴벨이 만들어내는 음색은... 좀 느끼하다구 생각함다... ㅡㅡ;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4 요즘은 코윤바바와 이파네마에 폭 빠져 있답니다.. *^^* 3 아따보이 2001.07.16 4865
813 바덴재즈 곡좀 부탁할수 있을까요. 기타맨 2001.02.11 4865
812 예술과 시대의 예술 3 2005.01.13 4866
811 나의 연탄 이중주에 대한 거짓말 으니 2003.10.03 4866
810 씨이...... 오모씨 2000.07.06 4867
809 뿌욜의 땅벌... 기타사랑 2004.08.01 4870
808 곡 선정을 해 주셩~~~ㅇ` 4 qball 2001.05.02 4872
807 루이스 밀란의 파반느요.. 3 루이스 2003.07.19 4874
806 역대 파리콩쿨 수상자 명단 illiana 2000.10.28 4874
805 이곳은...다른세상 file whisky 2000.08.24 4874
804 적어도 이 두곡 만큼은여... 2003.11.18 4876
803 바하의 첼로 조곡이 6곡으로 이루어진 이유.... 12 채소 2001.06.13 4876
802 골루세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김소희 2000.10.05 4885
801 왕야맹을 아시나요?...16살소녀. 말괄량이 2000.05.26 4888
800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그리고 넋두리.... 8 채소 2001.06.27 4890
799 아..맞아..가네샤님게 물어보면 된다. 2001.03.19 4892
798 가사의 얽힘과 그 이후의 역사적 전개과정 정천식 2003.12.28 4893
797 음... 사라진 바하의 협주곡들... ㅡㅡ; 9 신동훈 2002.03.30 4893
796 장대건님 연주회 끝난 후 이야기 한 토막 2 으니 2004.06.21 4894
795 antigoni goni 홈페이지 아시는분~ 동물원 2000.07.30 4894
794 제 8회 국제기타콩쿠르...이탈리아 말괄량이 2000.06.20 4894
793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미니압바 2001.02.09 4895
792 바흐의 영국조곡... 3 으랏차차 2002.01.07 4896
791 gfa 2000기타콩쿠르 brawman 2000.06.20 4897
790 다이기무라의 바덴재즈를 듣고...(추가) 12 으랏차차 2002.07.06 4903
789 그냥 사무실에 앉아 4 느끼 2005.03.03 4911
788 [re] 질문. 2 file 정천식 2004.03.11 4911
787 허접답변... ^^; 신동훈 2001.03.12 4912
786 [re] 코드진행님 질문과 답변 2 gmland 2003.07.29 4913
785 원전연주 이야기(6)원전연주에 쓰이는 악기는...서이!!! 10 신동훈 2001.11.02 4913
784 악기의 왕이 있다면? 1 채소 2001.08.11 4914
783 어려운 일은 아니져!!!!! 형서기 2000.10.20 4914
782 여섯개의 은빛 달빛, 망고래의 생과 시간들. (리차드 디. 스토우버) 3 file 데스데 리 2004.05.24 4920
781 바루에코의 샤콘느. 16 바레코미오 2001.05.10 4921
780 ☞:야마시타의 비디오를 보고..저악보 있어요 hochma 2000.09.04 4922
779 [re] Milan Tesar 의 "Intermezzo" file 옥용수 2003.12.12 4924
778 [까딸로니아 민요] El Noi de la mare file 옥용수 2003.12.10 4924
777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1 채소 2001.08.17 4925
776 ☞ 음악?? 7 채소 2001.08.23 4927
775 우메~우째이런 황당한 이야기 거리가...... 명노창 2000.07.12 4928
774 바루에꼬 마스터클래스 실황녹음(아랑훼즈협주곡) 5 iBach 2003.06.21 4930
773 원전연주 이야기(7)원전연주 단체-아르농쿠르와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원 신동훈 2001.11.15 4934
772 ☞ 바하의 알파벳을 더하면요.. 7 채소 2001.06.14 4935
771 쵸콜렛을 좋아하세요?(2) 정천식 2004.03.03 4936
770 고은별님 아직 사지 마셔요. 2000.09.16 4939
769 리얼오디오자료실은 어떠실런지... 신정하 2000.09.18 4940
768 반박글 절대 아님. 9 지나가는얼빵 2002.05.24 4941
767 몇자 안되는 간단의견 넘 아까워서 퍼왔습니다......."무한이 확장되는 경험 2004.03.28 4944
766 쳄발로 연주음반 듣고 싶어요.....그리고 메일답변 2000.11.27 4944
765 클래식 기타곡좀 추천해주세요... 5 kalsenian 2004.05.05 4945
764 저... 어떻하면 아르페지오를 잘할 수 있나여? wlal 2000.10.06 4946
763 [re] 고수님들이 음악을 들을때요.. 1 cool 2003.05.31 4949
762 작곡할때 쓰기 좋은 소프트웨어좀 알려주세요. 2 렐리우스 2001.11.23 4950
761 로드리고의 곡들좀 감상실에 올려주십시오... 2 손님 2003.09.06 4951
760 [re] 2001년 9월 1일자 외국어대 영자신문중에.... 5 seneka 2003.07.18 4954
759 헉.......한국 작곡가가 1위라구요?? 안티기타 2000.11.02 4958
758 지우압바님의 연주를 듣고싶다!!!!! 형서기 2000.09.28 4962
757 The Illusionary World of Serpentina 이라는곡 file 아해요 2004.11.05 4963
756 연주에 있어서,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4 gmland 2003.03.25 4970
755 스테판 락 악보어디서 구하나요? 기타광맨 2000.08.08 4970
754 ☞:화가로 전향했을껄.... 나그네 2000.07.05 4970
753 죄송하다니요...천부당 만부당 하신 말씀입니다.. 왕초보 2000.09.27 4971
752 라흐마니높 피아노협주곡음반은... 2000.08.22 4972
751 [딴소리] 러시아 그리고 스키..... 2000.10.28 4976
750 전 일렉 기타 연주자. file whisky 2000.08.28 4977
749 엘리엇 피스크의 마스터클래스..... 고형석 2000.06.11 4977
748 플라멩코 이야기 2 김영성 2002.07.24 4979
747 괜찮으시다면 몇가지 짚어보겠습니다. 신정하 2000.09.26 4982
746 저는 기도와 춤을 계속 듣구 있습니당... space 2001.02.23 4983
745 소르는 발레나 오페라 곡을 많이 작곡했다던데.. 7 고전파 2004.11.27 4985
744 음악의 호불호에도 객관적 보편타당성이 존재하는가? 1 gmland 2003.08.29 4985
743 [re]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곡들.... 1 willie 2001.09.18 4985
742 [re] 바하와 헨델, 바로크 - 약간의 딴지... ^^; 2 신동훈=eveNam 2003.09.01 4986
741 LAGQ - 파야의 괴로운 사랑의 노래 정천식 2004.03.30 4992
740 ☞ 존 윌리암스와 그렉 스몰맨 미니압바 2001.01.26 4992
739 [re] 음악성.........꼬추가루 넣은 안동식혜. 4 2004.02.06 5000
738 종소리의 여러가지 버전... file 궁금이 2003.12.19 5002
737 [re] 피날리 가진 분을 위한 피날리 악보 - 별첨 file gmland 2003.07.27 5003
736 형서기님... 2000.12.24 5003
735 [re] 스페인 기타음악의 원류를 찾아서(3) 2 정천식 2004.03.14 5004
734 바비맥플린 이야기. 2 지얼 2001.10.05 5004
733 .........묵묵........ 지우압바 2000.10.04 5007
732 가사 내용 및 배경 정천식 2003.12.26 5011
731 미니말리즘 좋아 하세요? 15 채소 2001.12.11 5013
730 푸하하! 신홍여행! 망신살이 또... 泳瑞父 2000.10.20 5014
729 퍼온글.....신동훈님의바하의 하프시코드음악안내. 2000.11.10 5017
728 플라멩코 이야기 5 1 김영성 2002.10.23 5023
727 [re] 커트 코베인이 뭘 어쨎길래.. 1 마왕 2004.02.06 5025
726 ☞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곡들.... 5 서정실 2001.08.22 5029
725 나몰레옹 코스테에 대해 누가 글좀 올려주세용^^ 2 덜렁이 2004.10.19 5031
724 [re] 프레이즈는 이 것입니다. (1) 5 gmland 2003.05.16 5031
723 하하...바루에코사셨어요? 2000.12.24 5031
722 [re] 음악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펌) 13 B612 2003.08.28 5033
721 라쿰파르시타.. 있자나여.. 영어로 어떻게 쓰죠? 2 기타살앙 2001.05.16 5036
720 [re] [질문] 난해한 현대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2 아랑 2003.05.13 5038
719 [re] Guitar의 정의 - 번역 19 gmland 2003.07.18 5040
718 파리기타콩쿨의 중단과 의미 미니압바 2000.11.19 5048
717 독일 바이얼린이스트 ........짐머만(짐메르만?) 1 2001.10.29 5049
716 [re] 루이스 밀란의 파반느요.. 4 루이스 2003.07.19 5062
715 웅수님 홈에서 아주 잘 쉬었다가 갑니다..^^ 정성민 2000.07.02 5068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