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의 마음, 하프의 영혼 사발레타

by 정천식 posted Jun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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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 La Harpe du Siecle(세기의 하프 명연집)
부 제 : Hommge a Nicanor Zabaleta(니카노르 사발레타를 기리며)
연 주 : Nicanor Zabaleta
음 반 : Deutsch Grammophon DG 2940 439 693-2(2CD)

타이틀 : Arpa Espanola(스페인 하프곡집)
연 주 : Nicanor Zabaleta
음 반 : Deutsch Grammophon 435 847-2(CD)

타이틀 : Concierto Serenata para Arpa y Orquesta(하프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 협주곡)
연 주 : Nicanor Zabaleta
음 반 : Deutsch Grammophon 427 214-2(CD)

  2008년도 세계하프대회의 개최지로 부산의 BEXCO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하프라는 악기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마이너 악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회를 계기로 하프라는 악기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하프는 사기(邪氣)를 다스리고 악령을 쫓는 신령스런 악기로 알려져 있다. 서기(瑞氣)가 넘치는 천상의 하프소리가 울려 퍼져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으면 좋겠다.

◆ 성경에 나타난 하프

  하프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악기이다. 약 5000년 전의 이집트 벽화에 하프의 형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인류의 중요한 기록문화의 하나인 성경에도 여러 차례 하프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하프가 등장하고 있다. 하프는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하프만큼 덜 알려진 악기도 드물다.

  한 예로, 하프를 위한 작품을 남긴 작곡가 셋을 꼽으라면 웬만한 음악애호가라고 하더라도 쉽게 답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하프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악기의 발전이 무척 더뎌서 근대에 이르러서야 독주악기로서의 면모를 갖춘 악기이다.

  먼저 성경에 나타난 하프를 살펴보자. 모세(Moses)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창세기에 하프가 등장하고 있다. 모세가 활동했던 시기가 기원전 13세기이므로 지금으로부터 3000년이 훌쩍 넘는다. 성경은 아담의 6세손인 유발로부터 하프가 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카인이 주의 면전에서 떠나가서 에덴의 동쪽 놋 땅에 거하였더라. 카인이 그의 아내를 알았더니, 그녀가 임신하여 에녹을 낳은지라. 카인이 도성을 세우고 그 도성의 이름을 자기 아들의 이름을 따라 에녹이라 하였더라. 에녹이 이랏을 낳고, 이랏은 므후야엘을 낳고, 므후야엘은 므두사엘을 낳고, 므두사엘은 라멕을 낳았더라. 라멕이 두 아내를 얻었으니 한 사람의 이름은 아다요, 한 사람의 이름은 실라더라. 아다는 야발을 낳았으니, 그가 장막에 거하는 자들과 가축을 기르는 자들의 조상이 되었으며, 그의 아우의 이름은 유발인데 그는 하프와 오르간을 다루는 모든 자들의 조상이 되었으며 실라 역시 투발카인을 낳았으니, 그는 놋과 철로 모든 것을 만드는 자들의 선생이라.(창세기 4장 16절~22절)』

  창세기뿐만 아니라 성경의 곳곳에 하프가 등장하고 있는데 사무엘상, 사무엘하, 열왕기상, 열왕기하, 역대기상, 역대기하, 느혜미아, 욥기, 시편, 이사야, 에스겔, 다니엘, 고린도전서, 요한계시록 등 여러 군데에 하프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중동지역에서 옛부터 하프가 널리 성행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소년시절에 블레셋 사람 거인 골리앗(Goliath)을 맞아 돌팔매로 물리친 양치기 목동 다윗(David)은 하프의 명인이었으며 그가 지었다(전부는 아니고 일부분이다)고 전해지는 시편(詩篇)은 하프의 반주에 따라 시를 읊었다. 이새의 막내아들 다윗이 사울(Saul)의 뒤를 이어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두 번째 왕이 되는 과정을 보면 하프가 등장한다. 사울이 악령의 괴롭힘으로 고통을 당하자 다윗은 하프를 연주하여 악령을 쫓아내고 있다.

  『주의 영이 사울에게서 떠나고 주로부터 온 악령이 그를 괴롭히더라. 사울의 종들이 그에게 말하기를 “보소서, 하나님으로부터 온 악령이 왕을 괴롭히나이다. 이제 우리 주는 당신 앞에 있는 종들에게 명하여 하프를 잘 타는 사람을 찾게 하소서. 하나님으로부터 온 악령이 왕에게 임할 때 그가 그의 손으로 하프를 타면 왕께서 나으시리이다.” 하니 사울이 그의 종들에게 말하기를 “하프를 잘 타는 사람을 구하여 내게로 데려오라.” 하더라. 그러자 그 종들 중 하나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보소서, 내가 베들레헴인 이새의 한 아들을 보았는데, 그는 하프를 타는 데 기교가 있는 힘세고 용맹한 사람이요, 전사며, 매사에 총명하고 잘생긴 사람이라. 주께서 그와 함께하시더이다.” 하더라. 그러므로 사울이 사자들을 이새에게 보내어 말하기를 “양치는 네 아들 다윗을 내게로 보내라.” 하니 이새가 나귀에 빵과 포도주 부대와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싣고 그것들을 그의 아들 다윗을 통해 사울에게 보내더라. 다윗이 사울에게 와서 그 앞에 섰더라. 사울이 그를 크게 사랑하였으므로 다윗이 그의 병기 든 자가 되니라. 사울이 이새에게 보내어 말하기를 “내가 네게 청하노니 다윗으로 내 앞에 서 있게 하라. 이는 그가 내 목전에서 은총을 얻었음이니라” 하더라. 그러므로 하나님으로부터 온 악령이 사울에게 임하면 다윗이 하프를 들고 그의 손으로 하프를 탔으니, 그렇게 하면 사울이 힘을 얻고 나았으며 악령이 그에게서 떠나더라. (사무엘상 16장 14절~23절)』

  성경에 나타나는 하프는 이처럼 신령한 악기로 묘사되고 있다. 성경에 나타난 하프는 밝은 음색으로 인해 하나님을 찬양할 때(역대상 15장 16절), 악신을 쫓을 때(사무엘상 16장 23절), 레위사람들이 언약궤(言約櫃)를 이스라엘로 옮길 때(역대상 15장 21절), 기쁠 때(창세기 31장 24절) 연주하였으며, 기쁨이 사라지면 연주되지 않았으며(시편 137장 27절), 백성들이 죄로 인해 벌을 받게 되면 하프가 그 소리를 잃고 있다(이사야 24장 8절). 그리고 종교화를 보면 천사가 나타날 때 항상 하프가 등장한다. 이처럼 하프는 신령한 힘을 가지고 있어 종교의식에 깊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음악이 신령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 하프와 아울로스

  옛부터 음악은 종교적인 의식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폴로의 제전에는 하프(또는 리라 lyra)가 사용되었으며, 반면에 디오니소스 제전에는 아울로스(aulos)가 사용되었다. 수많은 악기의 역사를 보면 그 기원이 중동지역인 경우가 많은데 하프 역시 그렇다. '서정적'이라고 말할 때 영어로 '리릭(lyric)'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어원은 바로 리라(Lyra 수금)에서 나온 것으로 아폴로 제전에서 현악기인 리라를 연주하면서 서정시(lyric)나 서사시(epic)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울로스는 겹리드(double reed)로 된 관악기의 선조인데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극이나 합창의 반주악기로 사용되었다.

  리라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면 아울로스는 관능적이고 극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상반되는 이 두 가지의 미적인 관점은 음악사를 통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리라’로 대표되는 고전주의가 조화와 균형을 강조한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아울로스’로 대표되는 낭만주의는 개성을 강조한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Politeia)에서 리라는 정신적인 평온함과 앙양을 가져다 주므로 젊은이들에게 권장해야 하며, 아울로스는 사람의 감정을 흥분시키고 자극하여 젊은이에게 악영향을 주므로 그리스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하프

  그리스 신화에 보면 제우스의 아들인 헤르메스(Hermes)가 거북이를 잡아 내장을 꺼내고 줄을 걸어서 하프(또는 리라)를 만들었으며 이를 이복형인 아폴론(Apolon)에게 전해준다.

  『티탄신 아틀라스와 플레이오테 사이에는 마이아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사이에 키레네 산중의 동굴을 찾아가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 헤르메스를 낳았다. 새벽에 태어난 아기는 매우 조숙하여 그 날 낮이 되자 벌써 동굴 밖으로 걸어나와 거북이 한 마리를 잡아 귀갑을 떼어 ‘리라’라는 악기를 만들었다. 일곱 개의 현으로는 양의 창자를 사용했다(또는 그 날 밤에 훔친 소의 창자를 사용했다고도 한다). 밤이 되자 헤르메스는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에 가서 아폴론의 소 50마리를 훔쳐 가지고 와서 2마리는 올림푸스 12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나머지 소들은 다른 장소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기요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자신의 소가 도둑맞은 것을 알게 된 아폴론은 수소문한 결과 범인이 헤르메스인 것을 알고, 헤르메스가 잠자고 있는 키레네의 동굴로 찾아가자는 헤르메스를 깨워 물어보았다. 영악한 헤르메스는 소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며 발뺌하였다. 동굴 안을 뒤져보았지만 증거가 될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 화가 난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신들의 왕 제우스에게 끌고 갔다. 그런데도 헤르메스는 교묘하게 질문을 피하면서 자기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아폴론이 잠시 등을 돌린 사이에 아폴론의 화살과 화살 통까지 훔치는 날렵함을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아폴론의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이에 헤르메스는 소를 숨겨놓은 곳으로 아폴론을 인도하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리라를 연주했다. 아폴론은 처음 보는 리라라는 신비한 음색의 악기를 매우 탐냈다. 이를 눈치챈 헤르메스는 훔친 소와 리라를 바꾸자고 제안하였다. 아폴론이 제안에 동의하자 헤르메스는 리라를 건네줌과 동시에 그에게서 훔쳤던 화살과 화살 통도 돌려주었다.(불핀치(Thomas Bulfinch)의 그리스.로마 신화 중에서 인용)』

  아폴론은 9명의 뮤즈(Muse 학예의 여신)의 하나인 칼리오페(Kalliope)와 사랑에 빠져 이들 사이에서 오르페우스(Orpheus)가 태어난다. 아버지 아폴론으로부터 하프를 연주하는 법을 배운 오르페우스는 하프의 명인이 된다. 그가 하프를 켜면 모든 동물과 식물은 물론 무생물에게도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는데 하프를 켜서 성난 파도를 잠재우는가 하면 마녀 사이렌의 유혹을 하프를 타서 물리친다. 그리스 사람들은 음악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 하프의 구조

  하프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악기의 발전이 더뎠고 낭만파 시대에 이르러서야 독주악기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현대 하프에는 페달이 달려 있는데 하프를 연주할 때 바쁘게 페달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무척 드물다. 하프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아일랜드 하프, 로마네스크형 하프, 고딕형 하프, 페달하프 등이 있는데 현대에는 대부분 페달하프를 사용한다.

  페달하프는 1720년에 처음 나타났는데 페달을 밟음으로서 조현이 달라진다. 즉, 피아노의 페달과 그 역할이 전혀 다른 셈이다. 이 하프는 싱글 액션 하프(single action harp)인데 오늘날의 하프보다 연주에 제약이 많았다. 요즈음 주로 사용되는 더블 액션 하프(double action harp)는 1810년 프랑스인 에라르(S. Erard)가 고안한 것이다. 피아노의 흰건반에 해당하는 전음계로 조현하며 페달을 밟음으로서 피아노의 검은건반에 해당하는 변화를 줄 수 있다.

  하프는 공명통, 목, 기둥, 7개의 페달이 수납된 페달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 180 Cm정도에 47개의 줄을 가지고 있으며 6옥타브 반의 음역을 연주할 수 있다. 페달은 왼쪽에 D, C, B 세 개, 오른쪽에 E, F, G, A 네 개가 배치되어있는데 페달을 밟아 모든 조성을 연주할 수 있지만 반음계적인 변화가 많거나 잦은 조바꿈이 있는 작품을 연주할 경우에 연주자는 바쁘게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 음의 위치를 쉽게 구별하기 위해 C(도)현은 모두 빨간색으로, F(파)현에는 파란색을 칠하며 나마지는 모두 흰색이다.

  하프의 가장 특징적인 주법은 글리산도(glissando 줄을 미끄러지듯 연속적으로 퉁기는 것)와 아르페지오(arpeggio 분산화음)일 것이다. 글리산도는 우아하고 화려하며, 아르페지오 역시 그렇다. 아르페지오가 '하프를 연주한다'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arpeggiare'에서 기원된 용어인 것을 감안하면 하프의 가장 특징적인 연주법이 바로 아르페지오이다. 대표적인 하프 작품을 들어보면 글리산도와 아르페지오가 자주 나옴을 알 수 있다.

◆ 사발레타의 생애

  니카노르 사발레타(Nicanor Zabaleta 1909~1993)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산 세바스티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했는데 7살 무렵에 가게에 있던 싱글 페달 하프를 발견하고 마음에 들어하자 아버지는 하프를 그에게 안겨준다. 이 우연한 만남이 그의 운명을 결정짓게 되는데 7살의 그에겐 하프가 무척 컸기 때문에 서서 줄을 퉁겼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산 세바스티안은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로서 카지노로 유명하였는데 그 카지노에 오케스트라가 방문하였고 단원 중에 마드리드 음악원 교수로 있는 비센타 토르모 데 깔보(Vicenta Tormo de Calvo)를 만나 하프를 배우기 시작한다.

  당시에 하프는 여자를 위한 악기라는 인식이 강했던 스페인에서 하피스트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스페인을 통틀어 하프를 전공하겠다고 한 남자는 사발레타가 유일하였다. 하프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재능도 뛰어났던 그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파리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 유명한 하피스트인 마르셀 뤼시엥 투르니에(M. L. Tournier 1879~1951)의 문하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당시 하프는 투르니에를 비롯하여, 앙리에떼 르니(H. Renie 1875~1956)와 그 제자들인 카를로스 살세도(C. Salzedo 1885~1961), 마르셀 그란자니(M. Grandjany 1891~1975) 등과 같은 프랑스 계열의 하피스트들이 세계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사발레타는 이들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음과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사발레타는 하프의 개량에도 힘을 기울여 기존의 7개 페달에서 하나를 더 추가하는 제8페달을 만들어 연주법에 혁신을 가져온다. 사발레타 이전에 수많은 하프의 거장들이 있었으나 하프의 특성을 작곡가들이 제대로 파악한 경우가 많지 않았으므로 하프를 위한 작품은 주로 연주가에 의해 작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서 보편성을 얻는데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으며, 하프 연주가에 의한 작품은 하프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작곡기법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사발레타의 공적은 아무래도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통하여 하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전문작곡가들로 하여금 하프의 특성을 잘 반영한 작품을 쓰도록 자극을 줌으로써 하프의 전성시대를 열어간 점에 있다 하겠다. 이런 면에서 사발레타는 기타의 세고비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사발레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하프의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수많은 작곡가들이 그를 위해 하프를 위한 작품을 헌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묻혀 있던 칼 라이네케(C. Reinecke 1824~1910)의 《하프협주곡》과 같은 작품을 발굴하여 알리기도 하였다. 사발레타를 위해 하프 음악을 쓴 작곡가는 에른스트 크레넥(Ernst Kreneck),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 마누엘 팔라우(Manuel Palau), 살바도르 바카리제(Salvador Bacarisse), 하비에르 몽트살바헤(Xavier Montsalvatge), 월터 피스톤(Walter Piston), 빌라 로보스(Heitor Villa-Lobos),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 저메인 타이예페르(Germaine Tailleferre),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 등 수없이 많다.

◆ 사발레타가 연주한 음반들

  사발레타가 남긴 음반은 무수히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가 남긴 몇 장의 음반만으로도 그의 음악세계를 알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선 DG에서 나온 ‘La Harpe du Siecle(세기의 하프 명연집)’은 18세기이래 현대까지의 대표적인 하프 곡들을 담고 있어 하프에 대해 알고자 할 때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브엘디외, 로드리고, 헨델, 알베르츠베르거, 디터스도르프, 라벨, 드뷔시의 작품을 담고 있는데 이 곡들은 대부분 협주곡이거나 관현악 반주에 독주 하프가 활약하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로드리고의 곡은 작곡가가 사발레타를 위하여 유명한 기타협주곡인 《아란후에스 협주곡》을 하프로 편곡한 것이다. 기타 연주와 비교해서 들어보면 무척 재미있다. 헨델의 《하프 협주곡》은 원래 오르간을 위한 작품이라는 설이 있으나 하프 연주가 널리 알려져 있어 하프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이 작품은 방송국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다.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역시 워낙 유명한 곡이라 널리 알려져 있다. 헨델과 모차르트의 곡은 싱글 페달을 위한 작품이라 음계가 단순하여 하피스트의 연주 기량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아무래도 하피스트의 연주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19세기 이후에 작곡된 작품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뷔시와 라벨의 작품은 하프의 연주기량은 물론 하프라는 악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들어 보기를 권한다. 드뷔시의 《현악 오케스트라와 하프를 위한 춤곡 Danses pour harpe et orchestre a cordes》은 투명한 현악 오케스트라의 반주 위에 하프가 천상의 울림을 가지고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은 드뷔시 특유의 온옴 음계(6음 음계)가 나타나는데 감상자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지만 바쁘게 페달을 움직여야 하는 하피스트에게는 지독한 난곡이다. 하지만 사발레타의 연주에서 조금도 이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라벨의 《서주와 알레그로 Introduction et Allegro》는 현악4중주, 클라리넷, 플루트와 하프가 참여하는 실내악적인 편성으로서 현대적인 정서를 잘 표현한 아름다운 곡이다. 곡 제목의 어디에도 밤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밤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고 있다. 너무도 매력적인 곡으로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매력적인 글리산도와 하모닉스는 아득한 옛날 그리스의 신들이 거닐던 밤의 정원으로 인도한다. 혹 이 곡을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고의 명연주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브엘디외(F-A. Boieldieu), 알브레츠베르거(J. G. Albrechtsberger), 디터스도르프(K. D. von Dittersdorf)와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어볼 수 있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Arpa Espanola’는 자국인 스페인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어볼 수 있는 음반이다. 알베니스, 그라나도스, 파야, 투리나와 같은 비교적 친숙한 작곡가의 편곡 작품 외에도 곰바우(G. Gombau), 알프테르(E. Halffter), 차바리(E. Lopez-Chavari)와 같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도 담고 있다.

  ‘La Harpe du Siecle(세기의 하프 명연집)’이 하프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이라면 ‘Arpa Espanola’는 독주악기를 위한 것이라서 사발레타의 편곡솜씨와 연주기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음반이다. 로드리고의 하프를 위한 작품 《하프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 협주곡 Concierto Serenata para Arpa y Orquesta》을 수록하고 있는 세 번째 음반은 좀처럼 소개되지 않는 곡이지만 스페인적인 매력이 넘쳐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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