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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43.135.89) 조회 수 9155 댓글 5
작곡 : P. Sarasate
곡명 : Malaguena from 8 Spanish Dances
연주 : A. Campoli(Vn.), Daphne Ibbott(Pf.)

  이태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알프레도 캄폴리의 연주입니다. 우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의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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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은 어떤 한 영역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이룩한 명인들이 많은 나라다. 더구나 음악, 특히 연주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우선 성악에 있어  20세기 초반에 최고의 카르멘으로 찬사를 받은 콘치타 수페르비아(C. Supervia 1895~1936)를 위시하여 필라르 로렝가(P. Lorengar1921~1988), 로스 앙헬레스(V. de Los Angeles 1923~), 알프레도 크라우스(A. Kraus 1927~1999), 몬트세라트 카바예(M. Caballe 1933~), 테레사 베르간사(T. Berganza 1934~), 플라치도 도밍고(P. Domingo 1941~), 호세 카레라스(J. Careras 1946~)와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을 배출했다.

  기악에 있어서도 드뷔시와 라벨, 알베니스와 같은 작곡가의 작품들을 초연한 것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녜스(R. VInes 1876~1943)를 위시하여 알리시아 데 라로차(A. de Larrocha 1923~), 호세 이투르비(J. Iturbi 1895~1980), 곤살로 소리아노(G. Soriano 1913~), 명지휘자 아타울포 아르헨타(A. Argenta 1913~1958), 그리고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원전음악의 바람을 몰고 온 조르디 사발(J, Savall 1941~)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로 많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나라에도 수없이 많이 있는 작은 별들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별들이 스페인에는 여럿 있다. 그저 명연주가 정도가 아니라 한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거장이 스페인에서 많이 태어났는데 지난 호에서 소개한 기타의 세고비아(A. Segovia 1893~1987)를 비롯하여 아직도 수많은 추종자들을 가지고 있는 첼로의 카잘스(P. Casals 1876~1973), 현대 하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발레타(N. Zabaleta 1907~1993), 이번 호에서 소개할 바이올린의 사라사테(P. Sarasate 1844~1909)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스페인의 음악사에 있어 사라사테의 출현은 무척 특이한 현상이다. 세고비아는 스페인이 기타의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사발레타 역시 스페인이 예로부터 하프의 전통이 강한 나라였기 때문에 이상할 것이 없으며, 카잘스 역시 복케리니라는 첼로의 명인이 한평생 스페인에 머물러 큰 영향을 끼쳤기에 역시 그렇다. 사라사테는 바이올린의 전통이 일천한 스페인에서 출현했는데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 사라사테의 생애

  사라사테는 스페인 북부의 고도(古都) 팜플로나(Pamplona)에서 태어났다. 팜플로나는 옛날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으며, 기독교 3대 순례지의 하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거점도시로 번성해왔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소도시로 '성 야곱'이라는 의미인데 9세기 초 이곳에서 예수의 12제자 중의 하나인 성 야곱의 유골이 발견된 곳이라서 이 같은 지명이 붙여지게 되었으며 이 순례의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800Km나 되는 먼 길로서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왔다. 이 순례의 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괴테는 '유럽은 산티아고를 순례하면서 생겨났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유럽의 정신사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유럽 각지에서 출발한 순례 행렬이 이곳 팜플로나에서 집결되기 때문에 예부터 기독교적인 성격이 강한 도시였으며 외래 문화가 유입되는 통로가 되었다.

  사라사테는 군악대원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음악의 기초를 배우고 8세에는 이미 대중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10살 때에는 팜플로나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지켜본 미나 백작부인의 눈에 띠어 장학금을 받고 마드리드 음악원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마드리드 음악원에서의 눈부신 실력향상은 이사벨라 여왕에게도 알려졌는데 여왕으로부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하사 받았으며 12세의 사라사테는 여왕의 특별한 후원과 관심 아래 파리음악원으로 가서 알라르(D. Alard 1815~1888)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다. 알라르는 이태리의 바이올린의 거장 비오티(G. B. Viotti 1755~1824)의 진전을 이어받은 명교사였는데 그의 작품 《화려한 연습곡 Estudio Brillante》은 오늘날에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사라사테가 1년 만에 1등으로 파리음악원의 바이올린 과정을 졸업한 것을 보면 이미 알라르에게서 별반 배울 것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사람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비에니아프스키는 사라사테보다 11살이 많았는데 그가 8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3년 만에 1등으로 졸업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사라사테는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바로 파리음악원을 졸업하지 않고 음악이론을 더 공부한 후 1859년, 15세의 나이로 졸업하였다.

  사라사테는 곧바로 유럽에 데뷔하지 않고 북미와 중남미와 아시아 등지를 순회하며 연주경력을 쌓았다. 1876년(32세)에서야 비엔나에서 데뷔하였는데 당시 유럽에는 요아힘과 비에니아프스키와 같은 대가들은 버티고 있었고 1년 후배인 아우어도 이름을 떨치고 있었으나 사라사테의 출현으로 이들은 일시에 빛을 잃는 듯 했다. 사라사테의 출현은 유럽 음악계를 완전히 발칵 뒤집어 놓았다.

  '파가니니의 재래'라는 최고의 찬사와 함께 랄로(E. Lalo 1823~1892)는 《바이올린 협주곡 F장조》과 《스페인 교향곡》을, 브루흐(M. Bruch 1838~1920)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d단조》와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생상(C. Saint Saens 1835~1921)은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와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d단조》를 헌정하였다. 이들 작품은 오늘날 바이올린의 대표적인 연주곡으로 꼽히고 있다.

  사라사테는 고향을 매우 사랑하여 연주 일정이 없는 때에 고향을 자주 찾았다고 하는데 특히 7월 6일부터 1주일간 열리는 유명한 산 페르민 축제(Fiesta de San Fermin)에 매년 참가했다고 한다. 사라사테가 기차역에 도착하면 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하는데 사라사테는 기차에서 내려서 바이올린을 켜면서 시민들을 축제장으로 이끌었다고 전한다.

  팜플로나에 가면 동상과 함께 사라사테 거리가 있다. 사라사테는 연주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편 작곡에도 힘을 기울여 《지고이네르바이젠 Zigeunerweisen》, 《아라곤의 호타 Jota Aragonesa》, 《8개의 스페인무곡 8 Spanish Dances》, 《서주와 타란텔라 Introduction and Tarantela》, 《카르멘 환상곡 Carmen Fantasy》 등 모두 54곡의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모두 바이올린을 위한 것이다.

◆ 바이올린 연주사에 있어 사라사테의 의미

  바이올린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전설로 남아있는 파가니니(N. Paganini 1782~1840 이탈리아) 이래 대략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명연주가들이 명멸했다. 19세기에 태어난 거장급 연주가만 꼽더라도 다비트(F. David 1810~1873 독일), 에른스트(P. Ernst 1814~1865), 비외탕(H. Vieuxtems 1820~1881 벨기에), 요아힘(J. Joachim 1831~1907 헝가리), 비에니아프스키(Wieniawski 1835~1880 폴란드), 사라사테(P. Sarasate 1844~1908 스페인), 아우어(L. Auer 1845~1930 헝가리), 빌헬미(A. Wilhelmy 1845~1908 독일), 이자이(E. Ysaye 1858~1931 벨기에), 플레슈(C. Flesch 1873~1944 헝가리), 크라이슬러(F. Kreisler 1875~1962 오스트리아), 쿠벨릭(J. Kubelik 1880~1940 체코), 티보(J. Thibaud 1880~1959 프랑스), 후베르만(B. Hubermann 1882~1947 폴란드), 짐발리스트(E. Zimbalist 1889~1985 러시아), 엘만(M. Elman 1891~1967 러시아), 시게티(J. Szigeti 1892~1973 헝가리) 등 부지기수로 많다. 이들 중 이자이까지가 19세기에 활동했던 것으로 보면 크게 무리가 없고 그 이후는 20세기에 활동했던 연주가들이다. 이들 중 파가니니, 사라사테, 요아힘, 비에니아프스키를 근대 4대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부른다.

  바이올린의 역사에 있어 19세기는 크게 두 개의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바로 사라사테 이전과 이후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오만불손하기조차 한 이런 시대구분은 사라사테라는 연주가가 19세기 바이올린 연주사에서 갖는 의미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의 역사에 있어 19세기는 100년이라는 물리적인 기간보다 훨씬 짧았다. 비록 사라사테 이전에 수많은 명인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19세기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은 암흑기에 해당한다. 19세기의 전반기에 한줄기 빛을 비춘 파가니니가 없었다면 바이올린은 완전한 어둠 속으로 침몰하여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1830년대까지 활동했던 파가니니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자 곧바로 암흑기로 들어선다. 파가니니는 홀로 산화해간 외로운 촛불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사라사테의 출현은 어둠을 비춘 한줄기 빛이었으며 사라사테를 전후하여 바이올린은 황금기로 접어들게 된다. 파가니니와 사라사테는 서로 구분되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즉, 파가니니는 영혼을 악마에게 판 대가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바이올린의 연주법을 익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뒤따라 다녔고 그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기보다 오해와 편견에 근거한 과장된 것이 많았다. 물론 파가니니 자신이 스스로를 신비롭게 보이기 위해 악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제자에게 자신의 연주법을 충분하게 전수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낳게 한 원인을 제공하였긴 하다.

  파가니니가 자주 사용했던 연주법은 스타카토와 레가토의 절묘한 대비, 하모닉스의 효과, 왼손의 피치카토, 플레젤레트, 스코르다투라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사라사테는 파가니니와 같은 기교적인 화려함보다는 우아함이 깃든 음색을 추구함과 동시에 연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정확한 핑거링과 객관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보다 현대적인 연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파가니니와 사라사테와 하이페츠가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인다고 할 때 과연 누구의 연주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바이올린 연주법의 발달과 관련하여 어떻게 보면 약간 유치하다 할 세속적인 문제를 제기해 볼까 한다. 그것은 '파가니니와 사라사테와 하이페츠가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인다고 할 때 과연 누구의 연주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보기 전에 먼저 19세기의 바이올린 연주사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아래에 소개한 19세기 바이올린 연주사에 관한 내용은 조지프 깅골드의 "세계의 바이올리니스트(송인식 역, 세광출판사 출간)"라는 책자에서 간추려 재구성한 것이다.

  1840년 파가니니가 죽은 후 에른스트, 비외탕, 비에니아프스키 등과 같은 거장들은 자신의 연주와 작품에다 파가니니의 유산을 결합시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비에니아프스키는 파가니니도 해내지 못했던 연속 슬러 스타카토를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파가니니의 사후 프랑스-벨기에 악파는 19세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적어도 사라사테가 출현하기 이전까지는 그렇다. 이 시기는 바이올린 연주법에 있어 급격한 발전이 있었다. 우선 약간 불안정한 자세였던 가슴(또는 가슴뼈)의 위치에서 왼손과 팔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목, 어께, 턱의 위치로 바이올린의 연주자세를 바꾸게 되는 변화가 있었다. 바깥쪽으로 구부러져 있던 활을 안 쪽으로 구부러지게 하여 활에 전례없는 긴장과 유동성과 탄력성을 주었고, 활에 바이올린 몸체 만큼의 중요성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비에니아프스키에 의해 비브라토가 사용되기 시작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우리들은 파가니니나 사라사테의 연주를 들어볼 수 없으므로(1904년에 남긴 사라사테의 녹음이 있긴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60세의 고령이었으므로 그의 기량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당시의 비평가들의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칼 플레슈(C. Flesch 1873~1944)에 의하면 "기껏해야 백 명 중 한 명의 비평가만이 바이올린 연주기교와 그 독특한 연주방법을 이해하고 있다."고 회고하는 있는 걸 보면 비평가들의 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충분한 분별력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바이올린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는 아무래도 한슬릭(E. Hanslick)과 같은 전문비평가보다는 연주가와 비평가를 겸했던 플레슈의 평가가 더 믿음이 간다.

  요아힘과 사라사테로부터 하이페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를 접했고 당대에 유명한 비평가였던 플레슈는 그의 자서전에서 "내 일생을 통해 들었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이자이가 가장 훌륭한 연주가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 1870년대부터 20세기 중반기까지를 경험했던 버나드 쇼(G. B. Shaw 1856~1950)의 언급에 의하면 요아힘과 사라사테보다 젊은 메뉴힌과 하이페츠가 더 훌륭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버나드 쇼의 언급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비평에는 1880년대부터 있었던 바이올린 연주법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여러 비평가들의 회고를 종합해보면 19세기는 바이올린 연주사에 있어 비르투오소의 시대이며 1880년대에 들어서면 이러한 연주법이 하나의 틀을 형성하면서 정착되어 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이 축적된 연주법에 의해 바이올린을 배운 하이페츠와 같은 연주가가 그 이전의 연주가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파가니니와 사라사테와 하이페츠가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인다고 할 때 과연 누구의 연주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하는 의문의 해답은 당연히 하이페츠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라사테는 19세기 후반에 주류를 이룬 프랑스-벨기에 악파와 헝가리 악파의 거장들 - 요아힘, 비에니아프스키, 아우어, 빌헬미, 이자이 등 - 의 틈바구니 속에서 바이올린의 역사적 유산이 일천한 스페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이들을 일시에 퇴물로 만들어버린 데는 이들과는 남다른 무엇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라사테는 비할 바 없는 톤의 아름다움, 완벽한 핑거링에 바탕을 둔 테크닉의 완벽함과 유연함, 객관주의적 연주태도 등으로 19세기 바이올린 연주사에 있어 정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라사테는 파가니니와 하이페츠을 잇는 20세기를 예비한 연주가였다고 할 수 있다.

◆ 바이올린의 19세기적인 전통(음반을 중심으로)

  사라사테를 연주한 음반은 부지기수로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그의 작품을 연주한 음반을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녹음한 음반은 대부분 소품 위주로 몇 곡이 수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사라사테를 조명하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19세기적인 전통을 이어받은 이자이(E. Eysaye 1858~1931), 크라이슬러(F. Kreisler 1875~1962), 자크 티보(J. Thibaud 1880~1953), 미샤 엘만(M. Elman 1891~1967) 등의 연주를 현대의 연주가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연주가로서의 사라사테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자이는 1912년부터 1914년 사이에 녹음을 남기고 있다. SONY Classical에서 이자이의 연주를 CD로 발매했는데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비록 녹음이 오래되었고 전성기가 지난 때의 녹음이긴 하지만 19세기의 연주 스타일을 느껴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의 연주는 19세기이래 계속되었던 애수 어린 감상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질질 끄는 듯한 포르타멘토의 사용은 이러한 느낌을 더해주는데 하이페츠에 의해 제거되기까지 줄곧 이어져 왔던 19세기적인 전통이었다.

  크라이슬러는 1930년대에 HMV에 남긴 녹음이 CD로 복각되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자이의 연주와 비교해볼 때 그다지 낡은 느낌이 적으며 무척이나 우아하다. 포르타멘토를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자이에 비해서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고 하이페츠와 비교해 볼 때는 다소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EMI에서 나온 "자크 티보의 예술 The Art of Jacques Thibaud"이라는 음반은 1922년부터 1944년 사이의 연주를 담고 있다. 티보는 크라이슬러보다 5살이 어리지만 연주스타일은 19세기적인 전통에 더 가까운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티보의 연주는 프랑스적인 우아함이 돋보인다.

  미샤 엘만은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연주가이며 '엘만 톤'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음색의 아름다움이 각별하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엘만과 같은 연주자가 무대의 전면으로 부상하게 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연주가들은 무대의 저편으로 무참히 사라져가게 된다. 오늘 날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데 엘만은 이러한 계보의 시초가 된다. 엘만은 프랑스-벨기에 악파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지만 러시아적 전통과 결합하여 당대의 다른 전통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심미적이고 인상적인 연주, 풍부한 음색, 강렬한 기질의 표현, 그리고 눈부신 기교가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의 새로운 전통이 되고 있다.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는 이러한 전통의 훌륭한 계승자인 것이다.

  파가니니와 사라사테와 하이페츠가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인다고 할 때 하이페츠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하이페츠의 연주가 현대인의 심성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페츠의 연주 속에는 파가니니 이후 대략 100년 동안 인류가 이룩해 놓은 축적된 연주법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들 사이에 놓인 시간적인 간격 사이에는 미적인 기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연주는 절대적인 잣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연주를 듣고 지나치게 비하한다거나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주는 연주가가 살았던 그 시대 속에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비록 사라사테의 전성기 때의 연주가 남아 있지 않고 또 들을 수 없다고는 하나 시대정신의 흐름과 연주법의 변화를 추적해보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누가 아는가! 꿈속에서 사라사테가 나타나 멋진 연주를 들려줄지...        
Comment '5'
  • mamunia 2004.05.21 10:20 (*.147.113.25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아미모레스 2004.05.21 22:36 (*.158.12.141)
    정천식님의 글 늘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기타곡(혹은 기타에 관련된 곡) 해설집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서요... 모든 장르의 곡을 다 총괄하는 거 말구... 클래식기타곡이나 그 작곡가들에 대한 해설을 담은... 사실... 저같은 경우에도 오랜 기간 기타에 접하고 있으면서도 몇몇 기타 곡들을 빼놓구는 그 곡이나 작곡자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처음 클래식기타를 대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곡에대한 설명을 붙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게 참 아쉬웠거든요... 방대한 자료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이제 한국 클래식기타 저변이 적지아니 자랐으니 그만한 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구... 그렇게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클래식기타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한국이 클래식기타를 이끌어 나가게 될 지 누가 알겠어요?? 이거 꿈만은 아닐겁니다... 지금부터 20년 전만해도 어떻게 우리나라가 세계의 반도체나 가전제품에서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짐작이나 했겠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조남철국수가 일본 프로기사한테 한수를 배워야만 했잖아요??
  • 정천식 2004.05.23 20:54 (*.243.135.89)
    아이모레스님~ 제 졸문을 늘 감사하게 읽고 계시다니 뭄 둘 바를 모르겠네요.
    기타곡 해설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하고 있었습니다만 울나라에 정보(자료)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자료로 이 작업을 할 순 없고, 곡에 대한 배경이나 분석을 겸하는 경우에는 너무나 방대한 작업이라 혼자서 하긴 힘이 들 것 같아요.
    울라나에 유학을 다녀오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작곡가별로 분담해서 작업한다면 한결 수월해질 것 같은데...

    글구, 서울 모대학(제 기억으론 연세대학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동아리에서 기타음악사를 번역해서 출판한 적이 있는데 구하기가 무척 힘들더군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 아이모레스 2004.06.03 04:10 (*.158.255.38)
    좀 지나친 지적이시군요... 정천식님 글을 보아 아실만한 분이라면... 좀 더 생각하시고 말씀 드려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꼭 그렇게 지적하시고 싶었으면... 궁그미님이 올리신 글도 띄어 쓰기나 맞춤법이 틀리시지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울나라가 어느나라예여? 제발 넷용어라도 이런식의 용어 사용 좀 자제했으면...>을
    <울나라가 어느 나라에요? 제발 넷 용어라도 이런 식의 용어 사용 좀 자제했으면...>

    이렇게요...
  • 궁그미 2004.06.13 11:30 (*.116.205.139)
    아이모레스님, 오지랍도 넓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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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re] 바로크시대의 연주 스타일.... ^^ 5 eveNam 2003.12.19 7061
1106 나의 꿈, 나의 사랑 스페인음악 7 1000식 2004.09.14 7057
1105 밥할때 불의세기. 2 2003.11.16 7054
1104 박자에 대해 질문 7 ZiO 2006.07.05 7012
1103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4부 쩜쩜쩜 2003.09.02 6997
1102 고대 그리스의 테트라코드와 음계... 2 신동훈 2003.04.28 6990
1101 이성우 선생님의 음악칼럼~ 오모씨 2005.05.26 6990
1100 한국적인 것. 30 B612 2003.08.29 6960
1099 Milan Tesar 의 "Aria" 1 file 옥용수 2003.12.12 6925
1098 [re] Bodas de Sangre(피의 혼례) file 정천식 2006.03.22 6904
1097 현악5중주 이야기 (2) - 모차르트편 3 1000식 2005.04.02 6900
1096 망고레에 대하여~ 23 file 2003.09.20 6872
1095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원곡) 2 정천식 2003.11.30 6855
1094 추억의 스카보로우 10 LSD 2004.06.30 6844
1093 강추!!!] 괜찮은 실시간 클래식 방송 사이트 5 illiana 2001.05.20 6835
1092 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1) 3 정천식 2004.02.07 6823
1091 러셀 마스터 클라스 후기 2004년 10월 5일 코스모스 홀 - 전편 (스크롤의 압박) 5 file 으니 2004.10.07 6815
1090 ☞ 기타 연주에 있어서 초견능력.. 6 서정실 2001.08.17 6809
1089 산사나이들의 밝고 유쾌한 노래 3 정천식 2003.12.29 6808
1088 클래식 음악 첫걸음하기 ^-^ 1 괭퇘 2005.06.08 6763
1087 [re] 스카보로우의 여인 19 gmland 2004.07.01 6761
1086 합창교향곡...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3 file eveNam 2004.01.25 6749
1085 A.P.BARRIOS MANGORE를 아시나요? 6 영서애비 2000.05.12 6731
1084 클래식 기타의 10가지 특이한 연주법. 10 민형 2005.05.05 6724
1083 프레이즈가 뭐지요? 10 바실리스크 2003.05.15 6684
1082 호르헤 모렐이 누구야? 9 정천식 2003.12.09 6677
1081 어떤님 홈페이지에 들갓는대 어디에있는지 몰겟어염ㅠ 2 하하8089 2005.05.09 6671
1080 [질문]고전파시대음악 딸기 2005.08.01 6671
1079 bluejay님 미국사라여? 3 2003.10.28 6656
1078 음악과 관계된 영화 추천해 주세요 42 2006.05.23 6637
1077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야마시타의 연주) 4 정천식 2004.01.31 6636
1076 랑그와 빠롤로 이해해본 음악! (수정) 14 고충진 2002.09.17 6635
1075 트레몰로 주법의 처리 7 gmland 2003.11.05 6632
1074 Agust&iacute;n Barrios Mangore:The Folkloric, Imitative, and the Religious Influence Behind His Compositions by Johnna Jeong 2 고정석 2003.08.14 6628
1073 잘자요 3 권희경 2003.12.07 6625
1072 탱고 이야기(3)-탱고의 역사1 변소반장 2001.02.19 6613
1071 나의 기타첫사랑 데이빗 러셀 -2004년 10월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 으니 2004.10.05 6612
1070 왕초보님의 글 옮김........pink floyd(핑크 플로이드) 2000.11.23 6607
1069 성악에 있어서의 목소리 분류 21 file 정천식 2003.12.27 6607
1068 '알함브라의 회상과 트레몰로 주법의 비밀(단행본)' 출간 소식.. 눈물반짝 2001.05.30 6604
1067 [re] 7화음의 이름 2 file gmland 2003.06.29 6604
1066 [펌] 피아졸라에 관한 글 3 삐아솔라 2003.07.16 6588
1065 반주자의 위상 2 정천식 2003.12.23 6586
1064 대구MBC HD 다큐 - 아날로그와 디지털음악.. 1부 27 기타여행 2005.01.26 6586
1063 운지와 탄현에 대한 몇 가지 고민 탁구공 2017.01.09 6578
1062 연주에 대해서...("존 윌리암스 스펙트럼"관련)(어쩌면여^^) 1 2003.10.12 6572
1061 심리적 악센트? 9 ZiO 2006.01.22 6571
1060 통일성의 미학 - 모차르트 KV 421을 중심으로 6 1000식 2005.03.07 6568
1059 혹시 끌레이냥의 사형수의 최후 없나요? 3 김영욱 2004.09.27 6565
1058 [re]Milonga Del Angel과 옥타브하모닉스 1 nitsuga 2002.05.24 6558
1057 파크닝의 알함브라... 2 pepe 2003.11.01 6556
1056 악보. 1 오리지날 2006.02.22 6550
1055 [re] 이건 MCA 랑 무슨 차인지... 2 file 찾던이 2004.09.01 6546
1054 올해의 어록....."튜닝은 전주곡이다." 5 콩쥐 2006.08.26 6544
1053 [re] Vieaux의 연주로 들어보는... 3 file 옥용수 2003.12.09 6535
1052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 21 이브남 2004.10.07 6535
1051 지기스발트 쿠이겐 VS 라인하르트 괴벨 2 lovebach 2002.04.05 6521
1050 트레몰로의 교과서연주. 20 2003.11.09 6516
1049 Canticum, La Espial Eterna, Parabola, Tarantos가 무슨 뜻이에요? 왕초보 2001.03.13 6504
1048 오디오에서 디지털의 매력 (audioguy) 3 2006.07.23 6451
1047 클래식기타 연주를 들으면서 ... 2 기타1반 2005.06.19 6437
1046 D 단조 Scale 연습과 Chaconne (2) 3 file gmland 2003.04.03 6431
1045 마리나 음반사진 16 file 1000식 2004.09.16 6431
1044 카르카시 교본에 대하여....제 생각에는...^^;; 6 망고레 2003.06.07 6415
1043 음악과 여백 1 느끼 2005.02.20 6413
1042 카운터테너... 남자의 여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4 file 이브남 2004.10.30 6387
1041 [까딸로니아 민요] La pastoreta 10 file 옥용수 2003.12.10 6386
1040 마드리드의 야간행군 6 1000식 2005.03.30 6386
1039 천사와 요정의 목소리... 리코더... 3 이브남 2004.11.22 6380
1038 영화음악 씨리즈 (1)... 프렐류드, 바흐! 8 이브남 2004.11.25 6371
1037 인터넷악보의 위험성. 10 인터넷악보 2006.02.22 6365
1036 음악성이란 그 무엇을 좇아서.... 26 그림이 2006.02.22 6363
1035 [re] 화성학은 바하요, 바하는 화성학일 겁니다. 22 gmland 2003.05.13 6347
1034 또 질문 있습니다...^0^ 33 file 아랑 2003.07.20 6342
1033 요즘 누가 세고비아 듣느냐구요?? ㅠ_ㅠ 10 아랑 2003.05.14 6339
1032 윤소영............바이올리니스트. 5 2002.09.26 6336
1031 He loves you so 1 file 김동훈 2004.09.11 6326
1030 플라멩코 이야기6 김영성 2002.10.24 6321
1029 기타 음악 감상실에여...... 음반구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여!!! 2 강지예 2005.12.28 6321
1028 프랑코 코렐리를 추모하며 7 정천식 2004.01.05 6320
1027 러셀 선생님 마스터 클라스 - 후편 (귀차니즘과 기록본능의 더블 압박) 8 file 으니 2004.10.09 6315
1026 내가 산 음반 몇장 소개 및 간단한 감상문.. 4 file 으랏차차 2001.07.25 6314
1025 바흐, 첼로조곡 6번... 지그, 감동의 물결! 14 이브남 2004.11.13 6314
1024 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2) 1 정천식 2004.02.07 6310
1023 재즈쪽으로 클래식기타를 가르치시는 스승님 안계신가요? 스승님을 찾습니다ㅠㅠ 10 2005.10.04 6307
1022 The girl from Ipanema(오오하기 야스지) 1 정천식 2003.12.01 6306
1021 파야의 도깨비불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306
1020 El dia que me quieras file 변소반장 2001.02.12 6303
1019 멋있게 해석좀 해주세요.. 94 아랑 2003.07.15 6298
1018 한말씀만... 4 file jazzman 2004.02.06 6295
1017 파야의 스페인 무곡 오페라 버전 정천식 2004.03.23 6291
1016 바하와 헨델, 바로크 7 천지대야망 2003.08.31 6289
1015 baden jazz(바덴 재즈) 스타카토 어떻게 넣죠? 3 김태운 2004.10.14 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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