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어떻게 들을 것인가

by 1000식 posted Mar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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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들어 기타음악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척 다양한 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음악을 듣고 그저 좋기만 하면 그만일까?



음악의 3대 영역은 작곡, 연주, 감상이다.

대부분의 칭구들은 감상에 치중할 것이고 좀 더 적극적인 칭구들은 연주의 영역에 손길을 뻗칠 것이고 더 나아가 작곡의 영역에 손을 대는 칭구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감상이란 음악의 최종적인 목적지이다.

즉, 음악은 감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에 자신의 해석을 실어 감상자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창조적 행위이다.

문학이나 미술이 작가의 작품이 감상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과는 달리, 음악은 메신저(전달자 즉 연주가)가 해석을 하여 감상자에게 전달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주가는 마치 연극에 있어서의 배우나 연출자의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오늘 날까지 계속 연행되는 것처럼, 바흐의 '샤콘느'가 오늘 날까지 계속 연주되는 것은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창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바흐의 샤콘느는 하나의 작품에 불과하지만 끝없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은 미술품처럼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같은 닫힌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속에 다양한 양태로 살아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바흐의 샤콘느는 1720년에 작곡된 빛바랜 과거형이 아니라 오늘 날에도 살아서 움직이고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음악은 해석(Interpretation)의 예술이다.



나는 혁님이 작곡한 "Laberinto"라는 곡이 온음음계를 사용한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작곡된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온음음계'라는 이름을 몰랐을 뿐 이미 그 존재를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작품을 작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은 몇 백 년 동안 끝없이 생성, 발전, 변모를 거듭하면서 우리 인류에게 어떤 '틀'과 같은 것을 남기고 있다.

이 '틀'이라는 것은 인류가 이룩한 시대양식을 비롯해서 작곡기법, 연주기법과 같은 것들의 총화를 말하며 이 '틀'은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기도 하다.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 인류가 남긴 이 '틀'에 의해서 행해져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이 '틀'이라는 것이 워낙 방대한 것이라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이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딱'하고 떨어진 것이 아닐진대 간혹 이 '틀'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심히 위험천만한 것이다.

그리고 '음악은 듣고 좋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게 되는데 물론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나 감상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는 할 수 없다.

'틀'이라는 것은 하나의 잣대(기준)를 말한다.

잣대로 재어보아야 길고 짧음을 알 수 있듯이 객관성을 결여한 주관적 판단에 의해 무작정 듣고서 미추(美醜)를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음악감상은 '반복'을 통하여 아름다움을 체득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반복'적인 감상을 통하여 연주가나 작곡가의 감정이 감상자에게로 이입되어 감동을 도출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연주가의 연주를 반복해서 들음으로 인해 생기는 편협된 감정이입은 경계를 해야한다.

이런 경향은 초보적인 감상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미 특정 연주가의 감정이 이입되어 고착화 과정을 겪기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다른 연주를 배척하고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음악을 감상하는 자의 태도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새로운 미적 관점에 대한 관심은 접어둔 채로 과거에만 집착해서야 어디 발전이 있겠는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관심은 인간의 본능이며 인류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기타 마니아 칭구들이여 새로운 세계를 향한 창을 항상 열어두자.

비록 오늘 내가 미약하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창을 열어두고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새롭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흡수해야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나는 음악이야기방에서 쇼팽의 마주르카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있는데 쇼팽의 마주르카를 감상함에 있어 '듣고 좋으면 그 뿐'이라는 태도에 맞서 보다 객관적인 감상을 위한 하나의 잣대를 제시한 것이다.

쇼팽의 가장 내밀한 세계를 담고 있는 마주르카를 감상함에 있어 이 정도의 준비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준비조차도 없이 쇼팽의 마주르카를 연주한 음반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애호가일 뿐이기 때문에 이런 지식들은 필요치 않다는 것은 자신이 애호가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다.

자신이 애호가임을 자처하면서도 이러한 것들이 필요치 않다고 내세우는 몰염치와 몰상식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통상적이지 않은 선율진행이 나타났다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조성체계에서 사용되지 않은 화음이 사용되었다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그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율진행이나 화음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자신의 무지함을 탓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다면 자신의 무감각을 한탄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지식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마치 눈이 쌓이는 것과 같다.

어제는 몰랐지만 오늘 하나를 알고, 또 내일 하나를 알고 이렇게 평생을 쌓아가는 것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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