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마주르카에 대하여

by 1000식 posted Mar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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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F. Chopin(1810~1849)
곡명 : Mazurka in A Minor, OP. 17-4
연주 : Artur Rubinstein(Pf.)



음악 듣기는 아래의 링크로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5&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119



쇼팽의 Waltz in B Minor, OP. 69-2


지난 내한연주에서 보여주었던 롤랑 디앙의 델리키트한 연주가 귓가에 맴돈다.

그의 연주는 피아노 곡을 편곡한 것이 아니라 원래 기타를 위한 작품인 것처럼 지극히 기타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롤랑 디앙의 훌륭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가진 피아니스틱한 울림을 느낄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서양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된장국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당연한 이야기지만 쇼팽의 작품은 지극히 피아니스틱한 울림을 갖기 때문에 다른 악기로 연주했을 때 쇼팽 고유의 맛은 수증기처럼 그 느낌이 사라져버린다.



쇼팽의 Waltz in C Sharp Minor, OP. 64-2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의 멋진 연주.

아마도 인디안 형제의 이 연주를 듣고 반하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쇼팽의 곡을 기타 2중주로 편곡한 것이지만 지극히 기타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는 정말 멋진 연주다.

하지만 이 연주는 남미로 귀화한 왈츠이다.

남미의 서정으로 옷을 갈아 입은 쇼팽이다.

훌륭한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틱한 울림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 첼로 소나타, 에뛰드, 프렐뤼드, 엥쁘롱뛰, 왈츠, 폴로네이즈, 녹턴, 발라드, 스케르조, 마주르카...

이상이 대략적인 쇼팽의 작품 목록이다.

장르마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쇼팽의 가장 깊숙한 내면세계를 담고있는 장르는 뭐일까?

나약하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이 드는 녹턴일까?

애국심과 정열이 느껴지는 폴로네이즈일까?

화려하고 도회적인 느낌이 나는 왈츠?

아님, 조국 폴란드의 소박한 농민들의 춤곡을 소재로 한 마주르카?...

견해 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마주르카에서 쇼팽의 가장 내밀한 정서가 느껴진다.



먼저 마주르카라는 춤곡의 일반적인 특성을 알아보자.

마주르카는 폴란드에서 기원된 3박자의 춤곡이다.

같은 폴란드 기원의 폴로네이즈가 귀족적이라면 마주르카는 서민적이다.

왈츠가 귀족적이고 도시적이며 세련된 무드의 춤곡이라면 마주르카는 소박한 농촌의 활기와 향토적인 친숙함이 담겨있다.

왈츠는 첫 박에 엑센트가 들어가지만 마주르카는 둘째 박 또는 세째 박에 엑센트가 들어간다.

그리고 통상 첫 박은 다른 2박보다 빠른 음표로 구성되어 있다.

마주르카의 전형적인 리듬은 첫 박이 점8분음표 + 16분음표, 둘째와 셋째 박이 4분음표인 형태이다.

이 첫 박이 셋 잇단음표나 다른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이 틀은 유지된다.

그리고 대체로 장.단조가 한 곡 속에 결합된 형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



이어서 쇼팽의 마주르카에 나타난 특성들을 살펴보자.

우선 마주르카는 쇼팽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기교나 비르투오시티, 드라마틱한 효과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쇼팽은 이러한 외면적인 효과들이 배제된 짧고 단순한 악곡구조 속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독백처럼 그리고 있다.

간혹 5분 정도의 길이를 갖는 곡도 있으나 대체로 2~3분의 짧은 곡들이 대부분이다.

마주르카는 대략 60여 곡의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어느 한 시기에 몰려있지 않고 그의 전 생애에 걸쳐 고른 분포를 보인다.

마주르카는 대체로 3부형식(a-b-a)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쇼팽은 고향의 흙냄새가 배어 있는 이 춤곡을 통하여 원기를 회복하기도 하고 대작에서는 토로하기를 꺼렸던 다소 개인적이고 은밀한 열정이나 슬픔, 한탄같은 것을 고향친구에게 풀어 놓듯이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다.

형식의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단순한 구조를 갖지만 내용적인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쇼팽의 모든 작곡기법이 짧은 형식 속에 모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주르카에는 전통적인 화성진행에서 벗어난 여러가지 시도가 행해지고 있어 화성적 색채가 매우 다채로우며, 반음계의 사용으로 인해 장.단조를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조성감은 뒤이은 바그너나 드뷔시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으며, 예기치 않는 원격조로의 전조나 정서의 급격한 변화,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뚝 끊어지는 듯한 이해되지 않는 표현이나 모호한 종지, 다양한 선법을 원용하고 있으나 딱히 무슨 선법이라고 꼬집을 수 없을 정도로 안개에 싸인듯이 불분명한 표현, 헤미올라의 사용으로 인한 리듬감의 변화로 마주르카 형식을 깨뜨리고 있는 점 등은 쇼팽이 가진 지극히 근대적인 면모이다.

쇼팽의 이런 근대적인 면모는 대표적인 몇 개의 작품으로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곡 감상을 추천하고 싶다.

아르투르 루빈쉬타인과 상송 프랑소아의 연주를 추천한다.

그리고 특히 OP. 7-2, OP. 17-4, OP. 24-4, OP.30-2, OP. 33-1, OP, 41-1. OP. 59-2, OP. 63-1, OP. 63-2, OP.67-3, OPO.68-4 등을 주의깊게 들어 보라고 추천하고싶다.



이 중 OP. 17-4번(A Minor)을 들어보자.

"어린(작은) 유대인"이라는 부제목이 붙어 있다.

희미한 끝맺음과 긴장감의 확산은 목가적인 음색이나 꿈꾸는 듯한 선율과 함께 녹턴을 떠올리게 한다.

곳곳에 나타나는 장식적인 페시지는 일반적으로 마주르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곡의 두드러진 점은 반음계 사용의 확대로 조성이 모호하여 마치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곡이 시작되어 가단조(A minor)의 으뜸화음을 느끼기 전까지 화성의 흐름은 에올리안 선법이나 도리안 선법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마주르카에서 도처에 나타나는 이러한 선법의 애매한 사용은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곡이 작곡된 것이 1832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베토벤이 사망한지 불과 5년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이므로 이 작품이 얼마나 선구적인 작곡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현대음악에로의 문을 연 바그너나 드뷔시에 앞서 이같은 작품이 존재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리스트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쇼팽은 친구들이 그의 마주르카를 일컬어 '스케치북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매우 재미있어 했다고 한다.

그만큼 마주르카는 어떤 부담이나 욕심없이 소박하게 내면세계를 담담한 필치로 스케치한 음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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