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5.02.20 16:26

음악과 여백

(*.111.73.11) 조회 수 6410 댓글 1
매냐의 여러 공간중에 가끔 "음악이야기" 공간을 채워보리라 생각하고 애꿎은 시간만 탓해오다
회사 네트워크가 한시간동안 죽는다는 소리에 또 수다를 올려봅니다.
사람이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꽤나, 슬프게 느껴집니다.


알디메올라 트리오

여러해전에 파코데루치아, 존 맥러플린, 알디메올라 3인의 속주 연주자들의 트리오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스트링에 따라 고전음악악기와 대중음악악기로 나누어져 각기 제 길을 걸어오던 다른 형태의 기타들이 오랜만에 한 곳에 모였다는 것과 기타에서 ‘속주의 발견’이라는 의미외에도 여러 시사점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연주 스타일을 구체화 해보면 즉흥성과 교대 연주방식과 같은 재즈적인 요소, 속주/ 스트로크와 같은 대중적이고 락적인 요소, 라스게아도를 이용한 플라멩고적인 라틴풍의 요소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용하면서 마치 그들의 악기 스타일이 합쳐진 것과 같이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도 오랜만에 공통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과 재즈에 대해 두루 이해와 연주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 친구는 짧지 않은 여행중에 주로 그들의 음악을 틀어놓았고 매우 감탄하는 것을 본 적도 있고하니, 그들의 음악적 깊이가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가 봅니다. 저는 그들의 음악이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치 한 여름 오후의 시청 주변의 교통상황처럼 숨 막힐듯한 풍성함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공간의 여백

음악에서 여백이란 물리적으로는 두가지가 있을텐데 그 하나는 시간적인 여백입니다. 음표와 음표사이 단락과 단락사이의 공간과 음의 가치가 지속되며 가지는 그 빈 공간들입니다.  또한, 음악적으로 여백이란 여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면 론도 형식의 악장에서 반복되는 주제(그것이 매우 빠른 부분이라 하더라도)는 그 자체로 사이사이의 즉흥성있는 카덴짜 부분들에게는 여백이 될 것이고, 협주곡에서 솔로악기의 연주나 솔로악기를 호출하기위한 다른 악기의 준비연주등도 같은 의미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간적인 여백중에서 화성적인 여백입니다. 단순 병행, 3화음, 7화음, 9화음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다양한 화음들을 꽉 채우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여백인데, 그것을 화성학에서 대리화음 정도로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즈에서도 보면 7화음을 연주하기 위해서 1,3,5,7 모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과7 3과7 5와7등으로 간략하게 표현입니다. 기타에서 특히 이런 성향이 강한데 그것은 연주(운지)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여백과 상상력에 대한 연주자 나름의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공간적인 여백중에는 옥타브간의 관계도 있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레이션에서 4 옥타브 정도에 악기들이 배치된다면 화성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더 넓은 음악적 공간과 그 사이의 여백이 발생할 것입니다.

좀 더 넓은 감옥

그러나 무엇보다 음악에서 진정한 의미의 여백은 듣는 이에게 생리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감흥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백은 연주자와 관객 나아가서는 작곡자와의 소통의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음악적 여백이란 현대음악(현대라는 복잡계에서의 음악의 역할 측면에서)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실내악이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은 이런 여백-부족함의 미학-이 우리에게 점점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알디메올라 트리오가 주는 열정은 그 열정대로 이해하되, 상대적으로 내게 필요한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쇼생크의 탈출에 나오는 모짜르트는 죄수들의 운동장 위로 그 여백의 공간을 카메라가 날아 오르면서 가장 감동적으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우리모두에게 죄수들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하고 물어 보는 듯 합니다.



Mozart Canzonetta sull' aria...Che soave zeffiretto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제 3막 중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
(Sopranos : Dame Felicity Lott & Gianna Rolandi)


¤
Comment '1'
  • 2005.02.20 21:43 (*.84.127.29)
    쇼쌩크탈출 얼렁 봐야겟어요.
    롤랑디용도 "여백의 미"를 대담에서 많이 언급하더군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3 암보에 대해... 꼭 외워야 하는가??? 16 쏠레아 2005.07.25 8448
1212 라틴풍의 사중주 추천좀 해주세요. bluehair7 2005.07.22 6069
1211 클래식기타 연주를 들으면서 ... 2 기타1반 2005.06.19 6434
1210 청취자가 듣는 것은 과연.. 2 아침에.. 2005.06.17 5363
1209 음악의 상대성과 절대성. 1 2005.06.17 5715
1208 클래식 음악 첫걸음하기 ^-^ 1 괭퇘 2005.06.08 6756
1207 [re] 피카소의 기타그림들 file Dr.K 2005.06.07 8567
1206 Wulfin Liske 연주회 file 해피보이 2005.05.30 5233
1205 이성우 선생님의 음악칼럼~ 오모씨 2005.05.26 6987
1204 클래식기타의 위상에 대해 89 모카 2005.05.22 13498
1203 F.J.Obradors 의 기타 협주곡을 아시나요? 2 해피보이 2005.05.18 7820
1202 클래식 기타의 10가지 특이한 연주법. 12 민형 2005.05.05 8931
1201 내 머리속의 지우개 7 모카 2005.05.13 6026
1200 루바토 [rubato] 27 모카 2005.05.12 10572
1199 어떤님 홈페이지에 들갓는대 어디에있는지 몰겟어염ㅠ 2 하하8089 2005.05.09 6658
1198 클래식 기타의 10가지 특이한 연주법. 10 민형 2005.05.05 6722
1197 줄리안 브림에 관한 좋은 글이 있네요. 해피보이 2005.05.06 6026
1196 스페인 각 지방의 음악과 문화(1) 1 file 1000식 2005.04.28 52372
1195 20세기 기타계의 혁명가 세고비아 32 1000식 2005.04.20 14789
1194 소르의 연습곡 7번 3 산이아빠 2005.04.12 6168
1193 현악5중주 이야기 (4) - 슈베르트편 5 1000식 2005.04.05 7720
1192 현악5중주 이야기 (3) - 드보르작편 3 1000식 2005.04.04 7423
1191 현악5중주 이야기 (2) - 모차르트편 3 1000식 2005.04.02 6891
1190 현악5중주 이야기 (1) - 보케리니편 2 1000식 2005.04.01 8785
1189 마드리드의 야간행군 6 1000식 2005.03.30 6381
1188 음악 - 어떻게 들을 것인가 4 1000식 2005.03.29 5995
1187 흐르는 강물님의 글을 읽고 8 느끼 2005.03.13 6074
1186 쇼팽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7 용접맨 2005.03.12 5985
1185 쇼팽의 백조의 노래 - 마주르카 OP. 68-4 4 1000식 2005.03.13 7310
1184 쇼팽의 마주르카에 대하여 3 1000식 2005.03.12 7876
1183 산젠인 퍼스트만 녹음해 주실 분 없으신가요? 2 삼천원 2005.03.09 6023
1182 [re] 산젠인 퍼스트만 녹음해 주실 분 없으신가요? 2 file gogododo 2005.03.10 5835
1181 클래식기타곡을 어디서 받아염?? 1 박이랑 2005.03.09 6212
1180 통일성의 미학 - 모차르트 KV 421을 중심으로 6 1000식 2005.03.07 6562
1179 그냥 사무실에 앉아 4 느끼 2005.03.03 4854
» 음악과 여백 1 느끼 2005.02.20 6410
1177 [아우셀의 비밀] 무대에서 결코 곡을 까먹지 않는 방법 - 로베르토 아우셀 인터뷰 14 으니 2005.02.20 15959
1176 [re] 아차 이거 빠뜨려써요 ㅠ-ㅠ 5 으니 2005.02.20 5583
1175 샤콘느 - 숨겨진 철학에 대하여 10 1000식 2005.02.16 8468
1174 일을 마치고 8 느끼 2005.02.11 5163
1173 한 마리 새가 된 여인 - 로스 앙헬레스의 타계를 애도하며 9 file 1000식 2005.02.05 7267
1172 대구MBC HD 다큐 - 아날로그와 디지털음악.. 1부 27 기타여행 2005.01.26 6581
1171 예술과 돈. 20 2005.01.11 6159
1170 예술성 1 2005.01.12 5738
1169 예술과 시대의 예술 3 2005.01.13 4824
1168 에일리언퓨전재즈 1 ZiO 2005.01.20 5318
1167 예술가와 예술작품.................................지얼님의 명언(퍼온글) 2005.01.13 5746
1166 인간의 목소리... 비올 9 이브남 2005.01.10 5546
1165 저작권법 개정 및 시행령 (1월16일발효) 2 차차 2005.01.07 4670
1164 Maxixe음악파일 잇는분 올려주세요.. 0920 2004.12.22 5357
1163 영화음악 씨리즈 (4)... Paint It Black! 이브남 2004.12.14 5973
1162 영화음악 씨리즈 (3)... 발키리의 행진... 4 이브남 2004.12.06 6096
1161 영화음악 씨리즈 (2)... 골드베르크와 양들의 침묵... 6 이브남 2004.11.30 7207
1160 소르는 발레나 오페라 곡을 많이 작곡했다던데.. 7 고전파 2004.11.27 4956
1159 소르---- 주옥같은 많은 명곡들이 자주 연주되기를 바라며. 7 고정석 2004.11.28 17741
1158 카를로 도메니코니 한국 투어 연주 서울 공연 후기 - 2004년 11월 24일 금호 리사이틀홀 1 으니 2004.11.26 5289
1157 영화음악 씨리즈 (1)... 프렐류드, 바흐! 8 이브남 2004.11.25 6368
1156 천사와 요정의 목소리... 리코더... 3 이브남 2004.11.22 6361
1155 알프스 산중의 즐거운 무곡... 가보트 6 이브남 2004.11.18 6091
1154 바흐, 첼로조곡 6번... 지그, 감동의 물결! 14 이브남 2004.11.13 6309
1153 쳄발로, 류트, 첼로 반주의 편안한 첼로선율... 6 이브남 2004.11.11 6031
1152 Fandango... 기타와 현악4중주... 4 이브남 2004.11.07 7220
1151 The Illusionary World of Serpentina 이라는곡 file 아해요 2004.11.05 4898
1150 카운터테너... 남자의 여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4 file 이브남 2004.10.30 6375
1149 Ave verum corpus... 내 사랑, 콘스탄체! 13 이브남 2004.10.25 8057
1148 "혁명"... 나의 사랑하는 조국, 폴란드! 24 이브남 2004.10.22 5672
1147 나몰레옹 코스테에 대해 누가 글좀 올려주세용^^ 2 덜렁이 2004.10.19 5002
1146 슈만... 두사람의 척탄병... 2 이브남 2004.10.18 8753
1145 스카를랏티... 그 아기자기함... 10 이브남 2004.10.15 5975
1144 baden jazz(바덴 재즈) 스타카토 어떻게 넣죠? 3 김태운 2004.10.14 6269
1143 쇼아자씨... 왈츠... 14 이브남 2004.10.11 5465
1142 러셀 마스터 클라스 후기 2004년 10월 5일 코스모스 홀 - 전편 (스크롤의 압박) 5 file 으니 2004.10.07 6807
1141 러셀 선생님 마스터 클라스 - 후편 (귀차니즘과 기록본능의 더블 압박) 8 file 으니 2004.10.09 6311
1140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 21 이브남 2004.10.07 6530
1139 러셀연주 잘들었어요~ 10 이브남 2004.10.05 5099
1138 나의 기타첫사랑 데이빗 러셀 -2004년 10월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 으니 2004.10.05 6591
1137 사형수의 최후 1악장입니다.. 2 file 으니 2004.09.30 8478
1136 my favorite things라는 곡 악보구할수 없나요. 05 2004.09.30 6217
1135 혹시 끌레이냥의 사형수의 최후 없나요? 3 김영욱 2004.09.27 6561
1134 엘튼 존 jazzman 2004.09.25 5065
1133 마이클 호페의 'beloved' 2 돈이 2004.09.19 8487
1132 한줄만 더. 37 ZiO 2004.09.18 7128
1131 민중음악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사르수엘라 7 file 1000식 2004.09.16 8338
1130 마리나 음반사진 16 file 1000식 2004.09.16 6429
1129 자신의 순결을 뿔로 범하게 될 젊은 처녀 30 file 1000식 2004.09.16 8292
1128 제가 갈브레이쓰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 18 seneka 2004.09.15 5450
1127 나의 꿈, 나의 사랑 스페인음악 7 1000식 2004.09.14 7049
1126 갈브레이스의 샤콘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43 file 1000식 2004.09.13 9083
1125 -- 제가 생각하는 갈브레이스의 샤콘느, 그리고 옜날 음악~ 26 오모씨 2004.09.14 7604
1124 [re] 내사랑 폴 갈브레히쓰. 6 2004.09.13 5852
1123 갈브레이스가 사용한 악기에 대하여 12 file 1000식 2004.09.13 7567
1122 갈브레이스의 연주 모습 5 file 1000식 2004.09.13 6117
1121 석달 전쯤 갈브레이스의 모습... 5 file 아이모레스 2004.09.13 5957
1120 He loves you so 1 file 김동훈 2004.09.11 6311
1119 Milonga(Jorge Cardoso) - 곡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s2govia 2004.09.09 5892
1118 Bach fuga in A minor 줄리안 브림 51 file niceplace 2004.09.01 8432
1117 [re] Bach fuga in A minor 줄리안 브림 5 file 이웅재 2004.09.02 5463
1116 카렌 4 우러라 기타줄 2004.09.02 5081
1115 segovia 샤콘느 51 file niceplace 2004.08.31 7943
1114 [re] 이건 MCA 랑 무슨 차인지... 2 file 찾던이 2004.09.01 654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