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만 더.

by ZiO posted Sep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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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라벨의 파반느를 다 만들었다...
(이미 여러버전의 편곡물이 있는데 그건 모하러 만들었냐...라고 물어도 할말없다.)
라벨이 그려낸 음들을 가능한 한 흘리지 않고 줏어 챙기려다 보니
그만 연주하기에 무쟈게 후달리는 곡이 되어 버렸다...
독주 악기로서 다성음악 연주의 어려움.
기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피아노 원본 악보 말고도
기타 연주용 편곡물들도 나름대로 참고할 바가 있을 것 같아서 몇가지 버전들을 모았는데
나름대로 훌륭하고, 나름대로 다 아쉽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파반느의 독주 버전은
Alan Gubbay가(누꼬?) 편곡한 것과
일본의 겐다이 기타에 실렸던, Abe 뭐시기..라는 분이 편곡한 버전이다.

일단 앨런(또는 알랑), 이 아저씨의 편곡은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중간 부분에서 라벨이 의도한 화음을 의도적으로 거역(?)해 버렸다...
텐션이 많이 붙은 복잡한 화음을
그냥 12 플렛에서 화모닉스(Em코드)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기타를 위해서(기타 연주의 용이성을 위해서) 음악을 좀 희생시켰다고나 할까.

아베 뭐시기...라는 아저씨의 것은
나름대로 라벨이 부여한 화성을 충실히 재현해 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으나
몇군데 라벨의 인상주의적 색채를 훼손하는 자의적 화성진행을 남발하고 말았다...
정장에 빨간 운동화 신은 듯한 이질감이랄까...

역시 첫키스의 추억이 강렬(왜냐하면, 난 당하는 입장이었기 때문...--..--a;;;)한 것처럼
라벨의 파반느는 <투게더-1973년의 존&줄리안의 듀엣 작품집.그래미상 수상>음반에서의 연주와 편곡이
가장 빛났던 것 같다...특히 강렬하고 인상깊은 긴 꾸밈음들. 그리고 지판에 손 끌리는 잡소리까지.

독주 버전이라면, 역시 줄리안 브림의 편곡이 짱(짱난다..할 때의 짱이 아니고)인가 한다.
원곡의 액기스만 뽑아서 재현한 솜씨는
앞에서 말한 두분의 것과는 확실히 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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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 이후로 19세기에 기타가 도태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화성의 처리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라벨의 피아노 악보를 보니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싶더라.
예를들면, 파반느에는 이런 아름다운 화성이 나온다.

E7(9,13)-텐션음 부터 <미,솔#,시,레,파#,도#>
(일반적으로 E9(13)으로 기보한다).

이 복잡한 코드를 기타로 한음도 빠뜨리지 않고 재현하는 건, 다행히 가능하다.
여러가지 음악적인 이유로 6번선을 <레>로 내렸을 경우에서 생각해 보면,

일단 2번 손가락으로 6번선의 2플렛 루트음<미>를 잡는다.
1번 손가락으로 13음인 <도#>을 4번 줄에서, 3음인<솔#>을 3번줄에서 동시에(세하) 잡는다.
4번손가락으로 b7음인 <레>를 2번줄에서 잡는다.
3번손가락으로 9음인<파#>음을 1번줄에서 잡는다.

단 하나 못잡은 음이 있다면 5음인 <시>인데
이 5음은 보통 거지 똥꼬의 콩나물 취급 받지 아니하덩가...
그래서 누락되어도 별반 아쉬움은 없다...원래 존재감이 없는 놈이라서.
이토록 복잡한 코드(요즘 감성에서야 그다지 참신할 것도 없는지도 모르지만)를
기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
나로서는 감동이다...아님말구...

버뜨...그렇다고 섣불리 샴페인 터뜨릴 수는 없당...

코드란 것은 마치 라면과 같아서
순서가 바뀌면 그 맛이 변하게 되지 않덩가...

일반적으로 라면 끓일 때는
물을 끊인 후에 스프를 넣고
그 다음에 면을 넣고
그 다음에 계란과 파를 넣는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게 젤루 맛있다)
그런데 물이 끊기도 전에 면을 넣는다거나
첨부터 찬물에 면을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거나
계란과 파를 젤루 먼저 넣는다거나...한다면
라면 맛은 다소 왜곡되지 않덩가.

결국 코드도 어떤 순서로 배열되느냐(이른바 전위 화음=화음의 자리바꿈들)에 따라서
그 맛이 다소 달라진다는 야그인데,
위의 코드<E9(13)>를 어떤 음악적인 이유 때문에 화음의 위치를 달리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기타의 구조적 한계, 또는 운지의 구조적 한계에 간혹 부딪히게 되더라...

라벨은 심히 현실 도피성 엑스터시(몽롱함)를 좋아해서 그런지
장2도, 또는 단2도 사이의 음들의 부딪힘으로 인한 비화성적 울림을 좋아했나보다.
저음에서의 장2도 사이의 음들끼리의 부딪힘,
내성에서의 단2도 사이의 음들끼리의 부딪힘...
만일 라벨이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향정신성 의약품을 가까이에 두고 살았을 것이 틀림없다...

어쨌거나...

라벨이 원하는 E9(13)화음의 울림은, 위에 기타 운지 적어놓은 그것의 울림-13음(도#)과 b7(레)음이 장7도 벌어져 있는 울림-이 아니라
13음(도#)과 b7음이 내성에서 단2도 사이로 마찰되고 있는, 보다 환각스러운(?) 울림이 아니덩가.
그런데 이 화음은 일반 튜닝에서는 가능하기는 하나(6번줄-미,4번줄-파#,3번줄-도#,2번줄-레,1번줄-솔#)
운지 자체가 다소 잡기에 어렵고
파반느처럼 9음(파#)을 제일 상성부에 두어야 할 경우는
손가락 근육 파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능하지만, 그림의 떡이랄까.

음악적인 이유로 6번선을 <레>로 반드시! 내릴 수 밖에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6번선 2플렛<미>음에 손가락이 묶여 있는 동안은
바바가족(몸이 엿가락처럼 지들 꼴리는대로 변형되는 애니메이션 쥔공들)이 아니고선
위에서 말한 내성에서 단2도 부딪히는 화성은 재현할 수가 없다...우쒸...-..ㅜ
루트음 <미>를 5번선 5플렛에서 4번 손가락으로 잡아봐도 마찬가지다.
그 운지법으로는 비록 단2도의 마찰음은 재생할 수 있을진 몰라도
(1손가락으로 2번줄 <레>,3손가락으로 3번줄 <도#>잡기)
3음(솔#)은 잡기가 심히 괴로워진다...--..--;;;
(아...오모씨님은 손이 커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9음(파#)은 버려야만한다.

이런 경우가 어디 이 코드에 한정할 뿐이랴...

<파반느>의 기타 독주용 편곡판들을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13음인 <도#>음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E9으로 만족한 거다.
피아노에서 느껴지는, 이 부분의 미묘하고 아름다운 울림이
기타에서는 제거되고 말았다...--..ㅜ

만일 라벨이 기타 독주용 파반느를 들으면 이런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 음, 왜 빼? 존말할 때 다시 넣어...--..--^"

나도 넣고는 싶다...ㅜ..--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기타는 구조상 한계가 너무 많다"가 아니다...
구조적인 한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위의 경우, 기타의 구조만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 아닌가.
글타.

"한줄만 더...!"

만일 제 7번선이 있었더라면
위의 문제는 너무나 간단히 해결되지 않았을까.
1번줄 보다 더 가늘은 현이 하나 더 있다면
위의 문제는 해결될텐데.
다른 단점이 야기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나무 한그루(한두개의 코드)를 위해 산 전체(기타)까지 훼손할 필요가 있겠냐...는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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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저음현이 하나만 더 달려도
작/편곡과 연주에 얼마나 많은 짐을 덜을수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돈 모아서 7현 기타 사면 되지..."
이런 얘기 할 분도 있을거다.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7현 기타용 작품은
다수에게 공유되지 못한다.
나 혼자 치고 말 것이 아닌, 공리(公利)적 효용을 의식한다면
기타음악의 작/편곡은 6현에 맞추어져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바램은
얼렁 7현 기타(위로 고음현이 추가 되든, 저음현이 추가 되든)가 보편화되어서
6현 기타가 역사의 유물로 남게 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기타가 현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던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는 7현이나 8현 기타가 보편화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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