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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008.11.18 09:41
기존의 연주가들이 음반에서 왜 비브라토를 지양했는가라고 따지기 전에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경우도 물론 반주화음과 대선율이 포함된 독주곡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개의 경우 단선율이 지배적이예요. 단선율이 지배적일 경우 비브라토를 실행하고 제어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이 충분하게 되어요.
그에 반해 피아노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기타의 경우는 화음과 선율을 동시에 실행하고 있는 왼손에의 제약이 비브라토에의 어려움을 가져다주어요. 다성음악일 경우 연주자의 두뇌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해야하지요. 먼저 주선율의 리듬과 대선율의 리듬을 생각해야 하고 마디를 뛰어넘는 프레이징도 생각해야 하며 각 성부의 아티큘레이션까지 인식하고 있어야 해요.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합리적 운지는 물론이고.....한마디로 비브라토 하나에 집중할 두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여요.
푸가 같은 다성음악에서 비브라토를 무리하게 기대하는 것은 연주자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라고 봐요. 기타아 연주자들이 간혹 반주화음에서조차 비브라토를 해서 화음까지 흔들거리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비브라토에 의한 화성의 일그러짐을 과용해서 좋을 건 없다고 봐요. 비브라토가 넉넉할 수 있는 것은 단선율에서입니다(또는 복수의 음일지라도 비교적 간단한 운지이고 음가가 충분히 보장된 곳에서만).
실제로 아랑페즈 협주곡의 2악장 같은 단선율을 연주하는 경우 대개의 연주자들은 비브라토를 실행하지요.
그러나 기타 독주곡들이 어디 단선율 뿐이던가요?

라우로의 베네주엘라 왈츠 3번을 생각해 보아요. 혹자는 이 곡의 연주에 비브라토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곡에서 비브라토가 들어갈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지요. 마장조로 전조된 이후에 나오는, 비교적 긴 음가의 솔#음 정도.
바레 4를 하고 1번선 7프렛에서 멜로디 '시'가 나오는 부분에서 '왜 비브라토를 하지 않는가'라고 연주자에게 따져 묻는다면 이건 기타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일 밖에는 되지 않아요. 그러므로 비브라토의 존재 여부를 무조건 따지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 곳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 비브라토의 존재 여부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기반이라 생각해요. 그 누가 기타아 제작가분께 '만드신 이 악기는 왜 개방현을 칠 때 비브라토가 걸리지 않는가'라고 따진다면 제작가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한 일 아니겠어요?

실제로 연주에 있어서 표현을 중시하는 기타리스트의 경우 아고긱 루바토가 특징으로 드러나는데, 악보에 명시된 음의 음가가 비브라토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짧은 경우 연주자가 자의적으로 음가를 늘리고 비브라토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어요(물론 이것이 모든 운지에서 다 통용될 수 있는 건 아니예요).이 경우에는 비브라토 하나만 잘 한다고 만사 오케이가 되는 건 아니고 루바토에 의해 흐트러진 음의 배열을 어떻게 잘 수습하는가가 관건이예요. 즉, 단선율이 아닌 대개의 기타곡에서 비브라토를 적극 구사하려고 할 경우에는 반드시 아고긱 루바토에 대한 세련된 감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얘기예요. 전체적인 균형감이 비브라토에 의해 상실되는 경우라면 아니함만 못하겠지요.
연주자의 루바토를 절제하고 작곡자의 의중(?)을 중시하는 예페스가 단선율 이상의 악곡에서 왜 비브라토를 지양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운지적 한계가 있는 곳이라면 모를까, 못해서 안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실제로 예페스는 아랑페즈 2악장에서 음폭이 큰 비브라토-전기기타처럼 현의 아래와 정위치를 반복하는 비브라토-를 구사합니다.

기타의 비브라토가 적극 지향되기 위해서는 먼저 악곡 자체가 단순할 필요가 있어요. 타레가의 아델리타나 라그리마처럼요. 악곡 자체가 단순하지는 않더라도 바흐의 샤콘처럼 단선울적 요소가 부분부분 자주 드러나는 경우는 가능해요. 반면에 화성과 대선율이 복잡할수록 비브라토의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원하는 걸 다 손에 넣을 수는 없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게 세상 이치니.
이 글은 본문 글에 대한 반론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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