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10.140.222) 조회 수 13892 댓글 0
[클래식 토크]

정준호: 지난달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흥미로운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인간 대신 로봇 아시모(Asimo)가 이 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았죠.

김성현: 혼다가 만든 그 로봇 말인가요?

정: 예.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의 삽입곡인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을
지휘했다고 하죠. 지휘 동작은 나무랄 데 없이 유연했지만, 실은 이 악단의 교육 책임자인 찰스 버크의
동작을 6개월 전에 녹화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로봇 지휘자가 단원들의 반응까지
일일이 챙기는 시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거죠.

김: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스포츠 감독은 경기 중간 선수교체도 하고 작전 타임이라도
부를 수 있는데 지휘자가 연주를 멈출 수는 없잖아요?

정: 흔히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말처럼 그리 쉬운 건 아니에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작품 〈죽음과 변용〉
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로 들은 뒤 "평생 내가 들었던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연주였다.
때때로 내가 작곡한 대로 연주하지 않았지만 그 편이 더 좋았다"고 말했어요.
반면 라벨은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자신의 뜻을 왜곡하는 것을 참지 못해
"제발 해석하려 들지 말고 연주만 하라"고 말했죠.

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작곡가의 깊은 뜻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군요.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 가운데 하나도 '정말로 지휘자에 따라 연주가 다르게 들리느냐'는 겁니다.

정: 20세기 초반 지휘계에 양대 산맥이 있었어요.
독일의 명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토스카니니죠.
토스카니니가 악보에 적힌 것에 충실한 연주를 강조해서 '객관주의자'라고 불렸다면,
푸르트벵글러는 악보의 행간을 읽어내는 데 지휘자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악절(樂節) 내에도 템포가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김: 들어보면 당장 둘은 확실히 구분이 되겠군요.


정: 그런가 하면, 뮌헨 필하모닉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지휘자 첼리비다케는 다른 지휘자들보다
연주 시간이 통상 1.5배 길었어요.

김: '느림의 미학'을 대표하는 음악가군요.

정: '졸림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죠. 토스카니니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지만,
구(舊)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정작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자신의 교향곡 7번을 들은 뒤
'형편없고 흐리멍덩하고 진부한 연주'라고 비판했죠.

김: 정말 허탈했겠군요. 한 세기를 대표했던 지휘자조차 작곡가에게 퇴짜를 맞았는데,
청중들이 그 해석을 받아들이는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네요.

정: 직업적으로 지휘를 한 전문 지휘자의 첫 세대로 한스 폰 뷜로(1830~1894)를 꼽습니다.
브람스보다 3년 먼저 태어나 3년 먼저 타계한 뷜로는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였고
브람스와 바그너의 주요 작품을 여럿 초연했습니다. 당시에는 살아있는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었다면, 언젠가부터 과거의 음악을 재생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는 감도 없지 않아요.

김: 미래에 남을 고전을 발굴하고 알리는 것 역시 지휘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이군요.

정: 결국 아시모에게 내줄 수 없는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고요.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hanno21@hanmail.net]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6-09 07:54)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4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야마시타의 연주) 4 정천식 2004.01.31 6627
1413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 4 정천식 2004.01.30 7990
1412 히데는요..X-japan의 기타리스트입니다. 명노창 2000.10.09 5781
1411 히데가 최고야~~~~~! file 히데사마 2000.10.08 5772
1410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미니압바 2001.02.09 4852
1409 흐르는 강물님의 글을 읽고 8 느끼 2005.03.13 6075
1408 후쿠다 신이치 공연 후기... 33 jazzman 2005.11.05 7529
1407 효과적인 연습방법 - 연주의 성공은 연습의 질에 달렸다 4 고정석 2006.08.20 11533
1406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을 추천합니다. 6 고정석 2003.11.17 11550
1405 확실히... 형서기 2000.12.01 5052
1404 혹시 끌레이냥의 사형수의 최후 없나요? 3 김영욱 2004.09.27 6563
1403 혹시 Leonardo Balada의 Apuntes for Four Guitars 들어볼수 있을까요? 옥용수 2003.11.26 10556
1402 혹시 1 안녕하세요^^ 2004.08.12 6269
1401 호르헤 모렐이 누구야? 9 정천식 2003.12.09 6671
1400 형서기형 넘 고마워여...요셉 숙(josef suk) 2001.01.27 5680
1399 형서기님... 2000.12.24 4956
1398 형서기님 다 보고선 2000.08.31 5478
1397 형서기님 요기.... 화음 2000.08.31 5673
1396 현으로 듣는 인벤션이라... ~.~ 6 이브남 2008.07.02 14824
1395 현악5중주 이야기 (4) - 슈베르트편 5 1000식 2005.04.05 7723
1394 현악5중주 이야기 (3) - 드보르작편 3 1000식 2005.04.04 7432
1393 현악5중주 이야기 (2) - 모차르트편 3 1000식 2005.04.02 6891
1392 현악5중주 이야기 (1) - 보케리니편 2 1000식 2005.04.01 8791
1391 현상금 3만원........호세 루이스 곤잘레스의 샤콘느. 4 2001.05.16 6214
1390 현대인의 의식분열. 의식분열 2000.09.24 5639
1389 현대음악이란 이런걸 말하는게 아닐까요? 14 2003.06.19 5830
1388 현대기타음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고민중 2000.09.24 5283
1387 현대곡은... 으랏차차 2001.03.17 5069
1386 헨델...하프시코드 조곡임당!!!(요건 쬐금 짧아여 ^^) 신동훈 2001.10.17 5863
1385 헤레베헤의 연주가 나온김에 한곡더!~ 1 이브남 2006.12.20 10813
1384 헐...어케여..--;;;;;;;; 형서기 2000.08.31 5441
1383 헉.......한국 작곡가가 1위라구요?? 안티기타 2000.11.02 4928
1382 허접답변... ^^; 신동훈 2001.03.12 4843
1381 허걱~ 이렇게나 빨리 답변을 주실줄은..... 고앙이 2000.11.20 4665
1380 행~님!! 홈페쥐 보수작업 추카... 한쌈 2000.07.02 5424
1379 햇빛 쏟아지는 사이렌의 숲속... 2 이브남 2007.02.11 13043
1378 해피보이님께.................거지의 사랑노래(?) 4 정천식 2003.12.29 8873
1377 합창교향곡...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3 file eveNam 2004.01.25 6741
1376 한줄만 더. 37 ZiO 2004.09.18 7133
1375 한오백년 살자는데... 오모씨 2001.02.24 5999
1374 한말씀만... 4 file jazzman 2004.02.06 6292
1373 한국적인 것. 30 B612 2003.08.29 6956
1372 한국의 음악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 곳 하나 소개합니다. 변종현 2023.11.04 889
1371 한국 전통음악 좋은곡으로 추천해 주셔여~~^^ 19 2003.11.17 9261
1370 한 마리 새가 된 여인 - 로스 앙헬레스의 타계를 애도하며 9 file 1000식 2005.02.05 7279
1369 하하...바루에코사셨어요? 2000.12.24 4978
1368 하프의 마음, 하프의 영혼 사발레타 정천식 2004.06.19 8502
1367 피하시온(fijación)이 무엇인가요? 3 궁금해요 2005.12.19 7271
1366 피아졸라의 밀롱가 3 정천식 2003.11.28 7162
1365 피아졸라의 대표곡은? 5 정천식 2003.11.27 7732
1364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7 정천식 2003.11.29 7359
1363 피아졸라 겨울은 예상대로 바루에코 자신의 편곡이라고 합니다 1 으니 2002.10.11 6081
1362 피아졸라 4계 중 봄 악보 중 피치카토 플러스 연주법 궁금합니다.... 고독기타 2020.06.04 4541
1361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원곡) 2 정천식 2003.11.30 6849
1360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베니테스) 8 정천식 2003.11.30 9198
1359 피스크? 테크니션? brawman 2000.06.11 5629
1358 피스크 연주회 프로그램은... 형서기 2000.12.14 4730
1357 피게라스를 추모하며 5 file 정천식 2012.04.14 13104
1356 플라멩코 이야기6 김영성 2002.10.24 6314
1355 플라멩코 이야기 5 1 김영성 2002.10.23 4945
1354 플라멩코 이야기 4 김영성 2002.08.05 5148
1353 플라멩코 이야기 3 5 김영성 2002.07.25 5578
1352 플라멩코 이야기 2 김영성 2002.07.24 4904
1351 플라멩코 이야기 1 김영성 2002.07.23 5719
1350 플라멩꼬 : 피맺힌 한의 노래, 눈물의 기타 1 고정석 2001.12.17 6218
1349 프로가 연주하는 아라비아기상곡은??????? 간절한 2000.12.14 5059
1348 프레이즈가 뭐지요? 10 바실리스크 2003.05.15 6673
1347 프랑코 코렐리를 추모하며 7 정천식 2004.01.05 6316
1346 푸하하! 신홍여행! 망신살이 또... 泳瑞父 2000.10.20 4986
1345 푸가의 기법을 기타콰르텟이? 7 으랏차차 2001.07.28 5949
1344 퐁세의 발레토 5 iBach 2003.07.01 5892
1343 페르시안마켓에 대해서.. 2 케텔비 2003.07.19 8546
1342 페라이어... 이건 에러야~ -_-; 3 file eveNam 2003.12.08 7945
1341 퍼온글.....신동훈님의바하의 하프시코드음악안내. 2000.11.10 4992
1340 퍼온글.......추천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2001.01.07 5788
1339 팽만식님이 쓰는기타..^^! 14 file 민성 2001.08.04 6036
1338 팻 매시니...........첨으로 그의 음반을 듣다. 19 2003.03.26 6255
1337 파크닝의 알함브라... 2 pepe 2003.11.01 6548
1336 파크닝 재발견... 11 차차 2002.10.30 5331
1335 파야의 폴로 - 후쿠다 신이치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6246
1334 파야의 폴로 - 예페스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5991
1333 파야의 폴로 - 수페르비아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090
1332 파야의 스페인 무곡(기타2중주) 정천식 2004.03.24 6099
1331 파야의 스페인 무곡 오페라 버전 정천식 2004.03.23 6288
1330 파야의 도깨비불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294
1329 파야 - 시장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633
1328 파야 - 시장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5802
1327 파야 - 물방아꾼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604
1326 파야 - 물방아꾼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6018
1325 파리기타콩쿨의 중단과 의미 미니압바 2000.11.19 5020
1324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의 辯 [2편] 미니압바 2000.11.06 5169
1323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의 辯 [1편] 미니압바 2000.11.02 5846
1322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최종] 미니압바 2000.11.08 5198
1321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 [3] 미니압바 2000.11.07 5453
1320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대소나타[바이올린이 반주해주는] 좀 올려주세요. 1 메르츠 2003.09.07 8618
1319 틸만 홉스탁연주 듣고...그리고 카를로스 몬토야.... 7 최성우 2001.06.06 7122
1318 티비 cf중에서 '보성녹차'에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알고싶습니다~ 챠우챠우 2004.07.21 6005
1317 특히 기타 애호가들은 연주회장에 자주 가야 해요. 미니압바 2000.11.06 4514
1316 트레몰로의 교과서연주. 20 2003.11.09 6511
1315 트레몰로에 대한 투정. 2 2003.11.09 625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