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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지나다가2007.10.05 14:16
어떤 분의 논지는 묘하게도 진중권을 비판하는 분들의 그것과 닮아있네요.
진중권이 디워를 시학에서의 데우스엑스마키나라는 관점에서 비판(부라퀴의 난장질에 대해, 막판에 뜬금없이 선한 이무기가 모든 고난과 역경을 해결해줌)하자 네티즌들이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비난합니다.

-우리들을 가르쳐들려 하지마라.
-괴수 영화에 대해 플롯을 들먹이지 말라.
-디테일하게 비평하기 위해 영화를 보나? 즐기면 되는거다.


어느 학자가 '음악의 이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만일 음악이 인간의 중요한 심리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면, 비록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든 음악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음악은 선율이나 화성이나 리듬의 조화를 이루며 합쳐지는 관습과 그 상호간의 연관성이 잘 갖추어진 체계이다. 음악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다른 요소들을 암시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에 나올 음악의 흐름에 대해 예상하게 하며 전체적인 구조를 인식하게 한다. 이런 체계성이 없다면 어떠한 형태의 음악이라도 항상 비슷한 느낌을 줄 것이고, 우리는 평생 음악을 처음 듣는 어린아이의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따라서 음악의 의미, 즉 음악이 전달하는 동작과 과정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음악의 관습에 따라 표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편적인 음악 관습에 익숙해야 한다....."

저자는 외계인의 입장에서 위의 논지를 보충합니다.

"...자신들의 행성에 떨어진 바흐의 푸가를 이해하려는 파이시스인들에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지구인들의 음계와 이 음계 위에 세워진 기본적인 화성 법칙을 알아야 한다. 지구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 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더 어려운 문제는 지구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양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흐의 푸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오랜 경험에 의해 형성된 노련한 감상자의 기억이 필요하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진행을 예상하며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억이 없는 파이시스인들은 푸가의 흐름에 대한 예상을 할 수 없고, 예상이 빗나갈 때 생기게 되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없다.
파이시스인들이 듣는 것은 그저 긴 음들의 흐름일 뿐이고 따라서 푸가가 가지고 있는 심오한 구조에 대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


맨발의 중년님께서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주셨으니 저도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비보이들의 브레이크 댄스에 푹 빠진 어떤 학생이 '백조의 호수'를 통해 발레 공연을 봅니다.
발레에 대해 비평할 수 있습니까?

헤비메탈류의 록음악에만 심취한 어떤 젊은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연주를 듣습니다.
연주가 비교적 무난했다면, 그 연주에 대해 대해 '음악적인' 비평을 할 수 있습니까?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을 수백장 보유하고 있는 애호가가 있습니다.
비비킹이나 피터그린같은 블루스 연주자들에 대해 논할 수 있습니까?

야구라고는 티비에서 흘낏 본 게 전부인 어떤 아저씨가 있습니다.
원아웃 주자 1,2루에서 다음 타자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라는 감독의 지시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 아저씨는 야구를 20년 넘게 해 온 그 감독에게 "일부러 만루를 만드는 저 감독은 바보인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푸가에 대해 적극적(흘려 듣는 수준이 아닌), 반복적으로 체험하지 않았거나 푸가의 조직-체계성을 미리 알고 있지 못한 청중이 푸가에 대해 오랜 세월을 분석하고 연구한 연주가에 대해-그 연주가의 연주가 미스 터치로 연주를 완전히 망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그 청취자는 연주가에 대해 무엇을 잘못 연주 했다고 비평할 수 있습니까?

어떤이가 실력있는 주방장의 음식을 먹은 후에, "음식이 맛있었느냐"는 주방장님 물음에 이렇게 답합니다.
-음식 같은 음식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례한 답변이라는 주변의 지적에 대해,
-제가 언제 주방장님 갖고 뭐라 했습니까. 음식 자체에 대해서 언급한 거지....
이렇게 우기는 거랑 뭐가 다른지?

유감스럽게도, '개인적 소감'이라는 명분으로 연주가를 씹기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런 따위의 것들과 소감은 분리되어야지요. 저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습니까? 도메니코니의 어떤 음악은 이해할 수 없었노라고.

비평,비난의 탈을 쓴 소감에 대해 관대할 경우 장점도 아예 없지는 아니합니다.
게시판이 발끈 씨끌해지므로 외관상으로는 활성화되어 보이기는 하겠죠. 진지한 논의보다 시장바닥의 싸움박질이 더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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