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지나다가2007.10.04 15:50
연주 듣다가 지겨워서 그냥 잤습니다"
라는 평은 그 사람에겐 아주 합당한 평입니다. 더불어 도덕적인 무례함 또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주가 지겨워서 잤다는 것은 연주자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기에 앞서 본인의 그 음악에 대한 이해나 소양의 부족을 고백하는 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수가 인정하는(이를 예술 감상의 다수결 원칙이나 공리주의 따위로 이해하면 곤란하겠지만) 작품과 연주에 대해 본인의 몰이해보다는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카를로 도메니코가 내한했을 때 연주한, 자작자연 곡인 '푸가'를 들었을 때 저는 '잤습니다'.
그렇다고 도메니코니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제 자신의 무지에 대해 돌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언젠가 현대음악의 기법을 알게 되는 날엔 그 음악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자위하고는 끝입니다.이후에 그 곡을 좋아하든 말든 그건 전적으로 개인적 영역입니다.

음악이란 것이 무조건 지식이 전제되어야 음악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지도 않겠지만,
사전 지식 없이 듣기만해도 좋은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당사자들의 자유입니다. 많은 비판을 예기한다손치더라도.

덧붙여,
연주자가 특별 행사로 어린이를 위한 연주회를 연다면 마땅히 선곡에 있어서 눈높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으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연주회에서 청중의 보편적인 눈높이를 의식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아무리 연주가 청중과의 교감을 필요로 한다고 해도, 고전시대 악곡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을 위해 베토벤의 곡을 폐기할 이유는 없는겁니다.인상주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을 위해 라벨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겁니다.연주자에게는 청중의 몰이해에 대한 책임은, 연주자가 연주를 아주 망쳐 놓지 않는 한, 없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주자는 적절한 배분을 통해 타협점을 찾습니다. 그래서 르네상스부터 현대음악까지 배분하여 선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베르토 아우셀의 내한 연주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우리가 연주가의 선곡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선입니다.

청중과의 교감은 절대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청중의 평균적인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음악은 듣기에 무난한 몇 곡 이외에는 거의 들려질 일이 없을겁니다.
조성음악도 버거운 판에 누가 12음렬 기법으로 씌여진 난해한 음악을 찾겠습니까?

대성당,그랜드솔로,대소나타,마적,전설,셰빌라등, 소위 '인기있는' 음악만이 음악회에서 들려지기를 원하십니까?
연주자가 카페의 통기타 가수나 디제이들처럼 대중이 요청하는 곡 위주로 연주회를 편성해야 합니까?
우리는 가능하면 많은 것에 대해 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독자들이 베케트라는 작가에게 "기다려야 하는 고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니 제발 알기 쉽고 확실한 내용의 소설만 써주세요"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까?

대중의 요구가 철저히 반영되는 예술은 '대중예술'입니다. '대중예술'이 요구하는 바를, 소위 '비대중적인 순수-고급예술'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까?
(이 얘기는 상호간 차별되는 것으로서, 용어로 인위적 구분을 한 것이지 대중예술은 불 순수한 저급한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중예술적 관점에서는 매트릭스는 걸작입니다. 우리 시대는 지나간 시대의 소위 고급예술에 대해서 실험적인 난해함을 단순한 감상자의 입장에서 부정할 권리도 없고, 예술 지상주의적인 오만한 눈높이로 키치의 미학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