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에 대해... 꼭 외워야 하는가???

by 쏠레아 posted Jul 25,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암보란 그 말뜻 그대로 해석하면 '악보'를 외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암보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내가 처음 기타를 접할 때, 음악적인 소양이란 초중고 음악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였다. 제대로 배우긴 했는지 그런 대로 악보를 볼 줄 알았다. '미파'와 '시도' 사이가 반음이라는 사실도 알았었고...

그러나 음악시험(필기시험) 보는 것과 악기를 다루는 것은 달랐다. 악보를 펼쳐들고 기타를 치면 한 음, 한 음이 한계였다. 오선지 한 마디를 소화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다. 당연히 암보가 되었다. 암보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마디를 연결할 수 없었으니. 그 때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딸내미가 피아노 콩쿨 나간다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바이엘 떼고 나서 그리고 뭐던가? 아무튼 고넘도 초보이긴 마찬가진데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친다. 눈은 그냥 악보만 본다. 손은 보지도 않는다. 부러웠다.

아! 기타를 칠 때도 마찬가지구나! 악보를 보면서 동시에 연주가 가능해야 하는구나!. 왼손 운지 보랴, 오른손 어떤 줄 치는지 감시하랴, 악보 볼 틈이 어디 있었나. 그래서 그 이후로 눈으로 악보를 보면서 동시에 기타를 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는 언젠가부터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복잡한 화음이나 어려운 운지가 아닌 쉬운 부분은 그냥 악보 보면서 동시에 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그것이 또 다른 장애로 다가온다. 이제 와서 한 곡 전체를 외워서 칠려고 하니 도저히 안된다. 차라리 어려운 부분은 잘 외워지는데, 악보 보면서 그냥 칠 수 있는 쉬운 부분은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자꾸 손가락이 꼬인다. 엉뚱한 곳을 누르고 엉뚱한 손가락으로 탄현하고...

그런대로 억지로 '암보'해서 연주를 하면 자꾸 더듬는다. 다음 음이 뭐던가 하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신경쓰는 통에 음악의 연결은 엉망이 되곤 한다. 기억력의 한계인가? 차라리 암보한 곡이라도 악보를 살짝살짝 보면서 연주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말과는 틀리다. 암보를 해야지 진짜 음악이 된다는 말들... 악보 보랴 연주하랴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말들...

이제 다시 깨달았다.
암보는 악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보'가 아니라 '암악'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음악을 외우는 것이지 악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 음악을 '외우는' 것, 사실 그것도 아니다!
그 음악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음... 마누라랑 잡담하면서도 손으로는 그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그런 정도의 '암기'가 된 후에 자신만의 감정과 느낌을 그 음악 위에 얹을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짜 연주가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인가 보다.

아!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7-29 12:39)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