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몰로 주법의 처리

by gmland posted Nov 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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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몰로 주법의 처리

  우선, 작편곡가의 관점에서 생각해 봅시다.

  바이올린 같은 찰현악기의 연음을 구사하기 위한 이유로만 트레몰로 주법을 개발했을까요? 그렇다면, 기타라는 악기의 32분 음표에 의한 연음이 과연 바이올린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기타음악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찰현악기의 연음 흉내를 내는 것이라면 어떤 음악적 의미가 있을까요? 토막 음으로 연결한 발현악기의 트레몰로를 아무리 빨리 구사한들, 그게 연음이 될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고른 탄현으로 연음을 내는 것이 트레몰로 주법의 본질이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32분 음표 하나하나가 색다른 음색과 시차를 가지고 있다면, 또 전체적인 흐름이 프레이징에 따라 점점 느려지기도, 점점 빨라지기도 한다면, 또 32분 음표 하나하나의 탄현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서로 다른 강약으로써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이 훨씬 더 기타음악적일 것입니다. 또한 이런 연습이, 시간적, 강약적, 음색적으로 고른 탄현을 유지하는 연습보다 도리어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옛날부터 트레몰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수님이 외칩디다. “도대체 누가 32분 음표 하나하나를 꼭 같이 연주하라 했나?” 이런 개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다고 봅니다.

  고른 탄현이라는 의미에도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학적인 물리학적인, 32분 음표에 의한 균등 배분을 뜻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소위 말발굽 타법 등은 숙련 부족에 의한 문제점임에 틀림없지만, 고른 탄현이라는 의미는 전체적인 균형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32분 음표 4개로 쪼개어진 8분 음표 하나 안에서도, 32분 음표 하나하나가 점점 느려지기도 점점 빨라지기도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혀있다면, 이는 고른 탄현이라 볼 수 있는 것이고, 창의적인 프레이징이 이런 기법/기능을 리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기혁님이 이런 댓글을 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32분 음표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이런 개념이 오히려 중요한 단서가 아닐까요? 나는 이 말이 정곡을 강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있는 어쿠스틱 음색을 지닌 미디음악으로 트레몰로를 만들어서 들어보십시오. 32분 음표는 시간, 강약, 음색이 완벽하게 균질합니다. 만일, 사람 손으로 미디와 똑같이 연주한다면, 미디 음향이 내는 효과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창의적 프레이징이란 개념을 떠나서, 목적 없이 단순히 속도를 빠르게 또는 늦게 트레몰로를 구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권정오님이 지적한 대로, 이런 개념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나는, 연주가라면, 이 비교가 깊은 악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프레이징의 연구 없는 단순한 수학적, 물리학적인 균등 배분, 악성이라는 리드가 없는 단순한 속도 경쟁은 위험합니다. 음악이론은 수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음악이론은 음악에 봉사하는 것이고, 음악은 수학이나 물리학이 아니며, 음악은 시간예술이지만, 그렇다고 속도 경쟁하는 기능공들의 기능 올림픽이 아닙니다.

  gm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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