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뇌중 어록중에서.

by B612 posted Sep 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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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황당무계한 말씀이 있었지만 그 중에 이곳 클래식기타매니아들의 심기를 건드린 말씀을 꼽으라면 단연코,

'락과 클래식의 차이는 `리듬이 있고 없고입니다`

이 말씀일 것입니다.
이 말씀을 단순히 '락에는 리듬이 존재하고 클래식에는 리듬이 존재하지를 않는다' 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오히려,
'락은 리듬적(?)으로 매우 훌륭하고 클래식은 리듬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의미로 보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항상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떄, 어느 의미에서의 <클래식>이냐를 따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사에 따른 분류법에 의해 <클래식>을 고전시대의 음악으로 고정시켜 명칭해야 하는지, 아니면 넓은 의미로 대중음악에 반하는 개념으로서- 르네상스,바로크고전,낭만,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규정지어야 할 지(일반적 의미의 <클래식>도 결국은 그 당시의 대중음악이었다는 논의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항상 난감한 문제입니다.

사실, 무뇌중의 이런 발언은 그리 생소한 황당함으로 다가 오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음악-클래식 음악에 반하는 개념으로써-하시는 일부 뮤지션 분들에게 비난이 아닌 비평의 입장으로 '클래식 음악은 리듬이 좀 약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루 이틀 들은 것이 아니기 떄문입니다.
그들이 뭘 몰라서 그렇다고 단정지으면 속 편하련만, 그 분들 중에는 음대의 작곡가(실용음악과가 아닌) 출신도 있는지라, 그 분들이 클래식에 관한 거라면 저보다 알면 몇십배는 더 알지 결코 '뭘 몰라서'하는 발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현대 음악을 보면, 그것이 무엇의 영향을 받았나에 대한 논의는 열외로 치더라도  대중음악(가요이든 재즈이든, 락이든)-또는 실용 음악(사실 이 용어 자체에 개인적인 불만이 많은 편입니다)이라 일컬어지는 음악계에 종사하시는 일부 뮤지션들이 그렇게 '클래식은 리듬이 좀 약하다'고 폄하할 정도로 리듬이 뒤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곡은 너무 리듬이 어려워서 연주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얘기하는 <클래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음악사의 분류법에 의해서 이른바'고전시대'라고 불리워지는 것에 한정한다면-조금더 인심써서 바로크 시대 음악을 포함하는것이라면, 이들의 비판-보기에 따라서는 비난-은 어느정도 수긍할 만한 이유를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곧 '고전시대 음악엔 리듬이 없거나 아주 낙후되어 있다' 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것도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협의의 <클래식>은 선율의 리듬 형성이 정박(Down beat)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선율의 운동성- 율동성이 많이 절제되어 정적인 느낌을 주고(아무리 빠른 무곡일지라도), 실용음악(?)은 선율의 리듬 형성이 정박은 물론 엇박(up beat)까지 두루 섭렵할뿐더러 선율에서의 쉽표의 활용도도 매우 높아서 매우 동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 아마도 그들의 대략적인 요지일 것입니다.단순히 리듬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예를 든다면, 너무나 유명한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라는 곡의 메인 리프의 경우, 첫 마디의 마지막 박자부터 두번쨰 마디의 두번쨰 박자까지는 up beat에 의한 선율이 8분쉼표와 함꼐 나름대로 절묘한 리듬감을 형성하는데-사실 이 정도 리듬감이야 이 쟝르에서는 흔한 것이지만- 이 부분을 모두 정박으로 바꾸어서 연주해 보면 동적인 느낌이 거의 소멸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비트의 비교적 단순한 곡조차도 이처럼  다운 비트를 밥먹듯이(?) 써먹는데, 더 복잡한 16비트에 가서는 선율이 가지고 있는 리듬의 복잡함에 기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실제로 일렉기타의 솔로 연주 악보를 보면 음표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선율의 리듬이 매우 복잡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용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악기인 전기기타나 색서폰, 또는 신디사이저의 솔로 애드립 경우 '왜 그렇게 선율의 리듬이 복잡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악기들은 선율을 그렇게 표현해야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전기 기타로 정박(down beat) 위주의, 정수배로 딱 쪼개어지는 선율을 연주하면 무언가 위화감이 생겨나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이랄까요).예를들면, 엘가의 <사랑의 인사>의 선율을 전기 기타로 악보 그대로 연주하면 아무리 훌륭한 반주가 뒷받침 되더라도 왠지모를 어색함을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그래서 대부분의 전기 기타리스트들은 자신의 느낌이나 순발력으로 리듬을 재 구성해서-흔히 '페이크'라는 용어를 쓰지만-선율을 연주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로벤포드나 래리칼튼 같은- 선율의 리듬감을 멋지게 처리(?)하는 감각을 가진 부류의- 기타리스트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똑 같은 일렉기타리스트 일지라도 스티브 하우나 랜디로즈같은 -선율의 리듬감 보다 선율의 흐름 그 자체에 더 비중을 두는 부류의-기타리스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이유로, 펑키(펑크가 아니라)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는 익스트림의 누노베텐커트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솔로 연주를 그리 높게 평가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들이 꼭 '클래식에는 다운비트의 묘미를 살리는 선율의 처리법(?)과 쉼표의 과감한 사용이 없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깝게는 소르의 <위안>만 살펴 봐도 분명 그러한 것들은 도처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들-실용음악인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보편적인 견지에서 볼 떄 현대의 대중음악-특히 펑키나 재즈-이 선율(솔로)의 리듬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감각적이고 즉홍적이며 더 정밀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가급 연주자는 마음만 먹으면 한박에 음표를 5개 넣은 애드립을 할 수도, 또는 7개를 넣은 애드립도 가능하다고 하니(실제로 이런 홀수개의 음표를 훌륭한 선율의 애드립과 함꼐 정확히 삽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들의 리듬감, 또는 리듬을 포착하는 순발력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실용음악 관련 뮤지션들이 언급하는 리듬에서의 보편적인 비교우위는 어쩌면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이 얘기가 '클래식은(고전음악은) 리듬이 없거나 약하다(폄하나 경멸의 의미로)' 라는 말을 옹호하지는 못합니다. 서양의 모든 음악이-클래식이든 재즈이든,록이든- 바흐의 평균율에서 비롯되었다는 넓은 견지에서 볼 떄 리듬의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식의 논리가 적용될 것이며, 결국 클래식 음악의 리듬에 대한 폄하나 경멸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하는 것과 하등 다름이 없고, '100년전의 자동차는 후졌다. 요즘의 자동차에 다 있는 에어컨도 없고 에어백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식으로 비유하자면,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기반으로 떼부자가 된 아들이 '아버지는 왜 겨우 이 정도의 돈 밖에 못 벌었었나'라고 투덜대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배은망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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