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13.121.62) 조회 수 6223 댓글 1














“안달루시아 지방의 오랜 음악적 전통에서 싹터 나온 플라멩꼬는 집시들의 슬픔과 위안, 괴로움과 추억을 담아, 어느 것과도 비길 바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음악이 되었다. 플라멩꼬의 노래, 기타 반주, 섬세하고도 감정 넘치는 박자를 듣노라면, 소외된 삶의 아픔과 자존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슬픔과 저항에 찬 목소리가 저 먼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집시라면 누구나 낭만적인 환상을 생각하게 된다. 카르멘이나 에스메랄다처럼 격렬하며 극적으로 사는 여자들. 그러나 스페인의 시인, 작가이자 수필가 펠릭스 그란데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플라멩꼬의 추억』에서 정열적이며 화려한 집시 대신에 언제나 이방인이거나 방랑자이거나 추방자라는 숙명을 짊어진 집시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동정 어린 눈길을 돌려 집시 공동체의 마음을 두드려온 플라멩꼬 속에서 시와 이야기의 어울림, 개인적 회상, 정신적 매력, 영감 등을 찾아내고 있다. 집시들의 슬픔과 고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리 분명하지 않지만…

♠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
이 세상의 뭇 사회들은 언제나, 또 다른 곳들로부터 그들에게 온 이방인들을 종종 얕잡아 보고 경멸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들은 꼭 공감적으로 여겨지지만은 않은 남이었다. 가난과 오해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수백 년을 유랑한 끝에 첫번째 집시의 무리가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 스페인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5세기 초의 일이다. 1425년 1월 아라곤 왕국의 알폰소 5세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소 이집트’에서 온 존과 그의 무리들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면서 친히 서명한 안전통행증을 발급했다. 이 안전통행증은 집시의 스페인 도착을 증명해 주는 가장 오래된 현존 문서로서, 현재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라곤 왕립기록보관소에서 소장하고 있다.
알폰소 왕은 다시 넉 달 후인 1425년 5월, ‘이집트’에서 온 토마스와 그의 무리들에게 왕국 내에서의 여행과 거주를 허가하는 안전통행증을 발급하고 있다. 얼마 안되어 다른 집시의 무리들도 뒤따라 들어왔고 안전통행증도 더 많이 발급되었다. 그렇게 해서 집시들은 당국의 보호 아래 수십 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 곳곳을 자유로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집시들이 이집트로부터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뱃길로 안달루시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스페인 집시의 언어엔 아라비아 어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안달루시아에 도착했을 때 교황과 프랑스 왕, 까스띠야 왕이 내린 안전통행증을 갖고 있다고 밝힌 점으로 보아 그들이 지나 온 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몇몇 집시들은 자기네가 로마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야곱의 무덤으로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기독교도들의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성지순례중이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처음엔 이런 말로 당국의 호의를 얻고 사람들의 환심을 샀으나, 이런 수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집시들의 진짜 모습에 달갑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집시들은 스페인을 여행하던 도중에 종종 그들과 언어와 풍습이 다른 토착민들 가까이에 머물며 그들로부터 약간의 문화적 언어적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늘 완전히 집시의식과 자기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릴 정도로 동화되기 전에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또 그들은 한 지역에 머물 때에도, 그 지역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토착민들은 어째서 집시들이 늘 떠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쓰는 낯선 언어, 낯선 옷차림, 괴상한 행동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 도시나 농촌 사람 모두 길들여진 곰의 묘기, 염소의 춤, 점치기 등을 보고 즐거워하면서도 집시들의 이런 재주를 볼 때마다 악마를 연상하곤 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로서는 집시들의 마법이나 요술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비나 해, 우박 등의 횡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떠돌이 습성은 마침내 토착민들로 하여금 경계를 확립하고 구획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을 그을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구조가 조직적이고 윤곽이 뚜렷한 사회에서는 그 외의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인 이방인을 집어내기가 쉬운 법이다. 서로 어울리기 힘든 이들 두 문화 -토착문화와 유랑문화- 가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은 너무나 빨리 끝나고 말았다.
1499년 4월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집시들의 유랑생활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하고 추방, 매질, 귀 자르기, 종신 노예형 등을 포함하는 형벌법을 마련하였다. 유랑을 금지하는 것은 집시들의 얼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법령이야말로 그 후 삼백 년에 걸쳐 시행된 일련의 반(反)집시법 중 첫번째 법령이었던 것이다. 이 법령이 공포된 후 1783년 9월 19일 찰스 3세가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이라는 법령을 서명, 공포한 날까지 스페인의 집시들에게 끔찍한 벌을 주는 법령이 백 가지 이상 통과되었다.
집시가 폭행이나 좀도둑질을 했을 때만 이런 벌을 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우, 그들이 단지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해서, 집시 고유의 언어를 쓰거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점을 친다고 해서, 또는 심술궂고 악의적인 사람들이 꾸며낸 모략 때문에도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뭐든지 잘못되면 집시 탓으로 돌렸다. 한 마디로 집시이기 때문에 형벌을 받았던 것이다.
자손이 많고 생명력 또한 끈질긴 긴 역사의 민족, 집시들은 인종폭력의 만만한 표적이 되어 죽음에 맞서 싸웠으나 원수의 잔인함과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자기를 잃지 않았다.
이와 같이 끊임없는 집시에 대한 탄압은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으며, 바로 이때부터 남쪽 안달루시아에선 집시들의 슬픔에 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의 천재들은 보편적인 어리석음이 정신적 진실을 흐리게 하고 없애려 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플라멩꼬라는 피맺힌 한(恨)의 노래, 눈물의 기타로…



글·서남준(음악평론가)
--월간 피아노 뮤직에서 펌



Comment '1'
  • 2001.12.17 19:24 (*.62.26.140)
    집시들은 방랑을 왜 그토록 오래하게됐을까요? 항상 돌아다니면 힘들었을텐데....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4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야마시타의 연주) 4 정천식 2004.01.31 6635
1413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 4 정천식 2004.01.30 7996
1412 히데는요..X-japan의 기타리스트입니다. 명노창 2000.10.09 5796
1411 히데가 최고야~~~~~! file 히데사마 2000.10.08 5776
1410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미니압바 2001.02.09 4856
1409 흐르는 강물님의 글을 읽고 8 느끼 2005.03.13 6080
1408 후쿠다 신이치 공연 후기... 33 jazzman 2005.11.05 7538
1407 효과적인 연습방법 - 연주의 성공은 연습의 질에 달렸다 4 고정석 2006.08.20 11546
1406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을 추천합니다. 6 고정석 2003.11.17 11556
1405 확실히... 형서기 2000.12.01 5056
1404 혹시 끌레이냥의 사형수의 최후 없나요? 3 김영욱 2004.09.27 6564
1403 혹시 Leonardo Balada의 Apuntes for Four Guitars 들어볼수 있을까요? 옥용수 2003.11.26 10560
1402 혹시 1 안녕하세요^^ 2004.08.12 6277
1401 호르헤 모렐이 누구야? 9 정천식 2003.12.09 6676
1400 형서기형 넘 고마워여...요셉 숙(josef suk) 2001.01.27 5685
1399 형서기님... 2000.12.24 4963
1398 형서기님 다 보고선 2000.08.31 5488
1397 형서기님 요기.... 화음 2000.08.31 5678
1396 현으로 듣는 인벤션이라... ~.~ 6 이브남 2008.07.02 14841
1395 현악5중주 이야기 (4) - 슈베르트편 5 1000식 2005.04.05 7725
1394 현악5중주 이야기 (3) - 드보르작편 3 1000식 2005.04.04 7443
1393 현악5중주 이야기 (2) - 모차르트편 3 1000식 2005.04.02 6899
1392 현악5중주 이야기 (1) - 보케리니편 2 1000식 2005.04.01 8793
1391 현상금 3만원........호세 루이스 곤잘레스의 샤콘느. 4 2001.05.16 6226
1390 현대인의 의식분열. 의식분열 2000.09.24 5644
1389 현대음악이란 이런걸 말하는게 아닐까요? 14 2003.06.19 5833
1388 현대기타음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고민중 2000.09.24 5286
1387 현대곡은... 으랏차차 2001.03.17 5076
1386 헨델...하프시코드 조곡임당!!!(요건 쬐금 짧아여 ^^) 신동훈 2001.10.17 5872
1385 헤레베헤의 연주가 나온김에 한곡더!~ 1 이브남 2006.12.20 10821
1384 헐...어케여..--;;;;;;;; 형서기 2000.08.31 5447
1383 헉.......한국 작곡가가 1위라구요?? 안티기타 2000.11.02 4933
1382 허접답변... ^^; 신동훈 2001.03.12 4850
1381 허걱~ 이렇게나 빨리 답변을 주실줄은..... 고앙이 2000.11.20 4670
1380 행~님!! 홈페쥐 보수작업 추카... 한쌈 2000.07.02 5430
1379 햇빛 쏟아지는 사이렌의 숲속... 2 이브남 2007.02.11 13053
1378 해피보이님께.................거지의 사랑노래(?) 4 정천식 2003.12.29 8875
1377 합창교향곡...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3 file eveNam 2004.01.25 6748
1376 한줄만 더. 37 ZiO 2004.09.18 7135
1375 한오백년 살자는데... 오모씨 2001.02.24 6006
1374 한말씀만... 4 file jazzman 2004.02.06 6294
1373 한국적인 것. 30 B612 2003.08.29 6960
1372 한국의 음악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 곳 하나 소개합니다. 변종현 2023.11.04 911
1371 한국 전통음악 좋은곡으로 추천해 주셔여~~^^ 19 2003.11.17 9269
1370 한 마리 새가 된 여인 - 로스 앙헬레스의 타계를 애도하며 9 file 1000식 2005.02.05 7286
1369 하하...바루에코사셨어요? 2000.12.24 4988
1368 하프의 마음, 하프의 영혼 사발레타 정천식 2004.06.19 8509
1367 피하시온(fijación)이 무엇인가요? 3 궁금해요 2005.12.19 7279
1366 피아졸라의 밀롱가 3 정천식 2003.11.28 7169
1365 피아졸라의 대표곡은? 5 정천식 2003.11.27 7742
1364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7 정천식 2003.11.29 7367
1363 피아졸라 겨울은 예상대로 바루에코 자신의 편곡이라고 합니다 1 으니 2002.10.11 6089
1362 피아졸라 4계 중 봄 악보 중 피치카토 플러스 연주법 궁금합니다.... 고독기타 2020.06.04 4556
1361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원곡) 2 정천식 2003.11.30 6854
1360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베니테스) 8 정천식 2003.11.30 9205
1359 피스크? 테크니션? brawman 2000.06.11 5639
1358 피스크 연주회 프로그램은... 형서기 2000.12.14 4735
1357 피게라스를 추모하며 5 file 정천식 2012.04.14 13123
1356 플라멩코 이야기6 김영성 2002.10.24 6320
1355 플라멩코 이야기 5 1 김영성 2002.10.23 4952
1354 플라멩코 이야기 4 김영성 2002.08.05 5155
1353 플라멩코 이야기 3 5 김영성 2002.07.25 5585
1352 플라멩코 이야기 2 김영성 2002.07.24 4910
1351 플라멩코 이야기 1 김영성 2002.07.23 5723
» 플라멩꼬 : 피맺힌 한의 노래, 눈물의 기타 1 고정석 2001.12.17 6223
1349 프로가 연주하는 아라비아기상곡은??????? 간절한 2000.12.14 5063
1348 프레이즈가 뭐지요? 10 바실리스크 2003.05.15 6682
1347 프랑코 코렐리를 추모하며 7 정천식 2004.01.05 6320
1346 푸하하! 신홍여행! 망신살이 또... 泳瑞父 2000.10.20 4993
1345 푸가의 기법을 기타콰르텟이? 7 으랏차차 2001.07.28 5954
1344 퐁세의 발레토 5 iBach 2003.07.01 5896
1343 페르시안마켓에 대해서.. 2 케텔비 2003.07.19 8556
1342 페라이어... 이건 에러야~ -_-; 3 file eveNam 2003.12.08 7948
1341 퍼온글.....신동훈님의바하의 하프시코드음악안내. 2000.11.10 4995
1340 퍼온글.......추천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2001.01.07 5792
1339 팽만식님이 쓰는기타..^^! 14 file 민성 2001.08.04 6042
1338 팻 매시니...........첨으로 그의 음반을 듣다. 19 2003.03.26 6260
1337 파크닝의 알함브라... 2 pepe 2003.11.01 6551
1336 파크닝 재발견... 11 차차 2002.10.30 5339
1335 파야의 폴로 - 후쿠다 신이치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6249
1334 파야의 폴로 - 예페스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5994
1333 파야의 폴로 - 수페르비아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094
1332 파야의 스페인 무곡(기타2중주) 정천식 2004.03.24 6103
1331 파야의 스페인 무곡 오페라 버전 정천식 2004.03.23 6291
1330 파야의 도깨비불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304
1329 파야 - 시장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637
1328 파야 - 시장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5805
1327 파야 - 물방아꾼의 춤(오케스트라) 정천식 2004.03.30 5614
1326 파야 - 물방아꾼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6020
1325 파리기타콩쿨의 중단과 의미 미니압바 2000.11.19 5024
1324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의 辯 [2편] 미니압바 2000.11.06 5173
1323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의 辯 [1편] 미니압바 2000.11.02 5850
1322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최종] 미니압바 2000.11.08 5202
1321 파리 국제 기타 콩쿨의 軌跡(2)-역대 수상자들의 辨 [3] 미니압바 2000.11.07 5455
1320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대소나타[바이올린이 반주해주는] 좀 올려주세요. 1 메르츠 2003.09.07 8624
1319 틸만 홉스탁연주 듣고...그리고 카를로스 몬토야.... 7 최성우 2001.06.06 7129
1318 티비 cf중에서 '보성녹차'에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알고싶습니다~ 챠우챠우 2004.07.21 6008
1317 특히 기타 애호가들은 연주회장에 자주 가야 해요. 미니압바 2000.11.06 4515
1316 트레몰로의 교과서연주. 20 2003.11.09 6516
1315 트레몰로에 대한 투정. 2 2003.11.09 626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