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by 서정실 posted May 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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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길벗맨님. 긴 글 잘 읽었습니다. 뽑으신 속주왕(^^)들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명단이네요. 속주의 대가들에 대한 얘기보다도, 서문에 쓰신 내용이 마음에 걸려서 몇 자 적어봅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주류" 악기들이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은것은 다른 악기의 곡을 편곡해서 그 악기보다 더 낫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 악기에 통달한 사람이 나서서 그 악기에 잘 맞는 곡을 작곡 해 내고서야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면 기타는 왜 남의 음악을 따다 연주해서 남으로 부터 인정을 받아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그런 착안이 오히려 기타음악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기타를 위해 작곡된 곡이 기타곡이라는 이유가 아닌 그냥 "하나의 음악"으로 대접받는 날이 올때, 그래서 그런 곡들이 경음악으로도 편곡이 되고, 노래로도 불려지고, 테크노로 변신하고 (바흐의 여러 음악들을 생각해 보는겁니다), 심지어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편곡해서 연주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결국 정식 피아노/바이올린 레퍼토리에 편입되는 그런 음악이 기타를 위해 작곡될 때, 기타가 진짜로 "인정" 받는 것 아닐까요?

기타로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음악을 연주하는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훌륭히 해 내는 연주자들은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기타가 주류 악기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파가니니 카프리스의 기타 편곡보다는, 그런 곡들이 부럽지 않은 순수한 기타 레퍼토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곡들은 앞으로 나올수도 있지만, 이미 나와 있을수도 있습니다. 숨어있는 기타음악들을 찾아내서 연주하고 녹음하고, 그런 작업 중에 영원히 남을 훌륭한 기타곡들이 발견되서 알려지고.. 그런 과정에서 기타도 피아노나 바이올린 처럼 "독립적인 음악세계를 지닌 훌륭한 독주악기"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항상 베토벤이 기타 소나타를 쓰지 않은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부러운것이 베토벤 소나타들입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아직 그만한 독주곡이 기타에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런 명곡이 나올 것이라는 뜻일테지요. 그래서 저는 어쩌면 제가 "기타의 베토벤 소나타" 를 초연하는 연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젖어 즐거워 해 보기도 합니다. ^^

늦은시간이라 (이른시간인가요? =.=) 조금 두서없습니다만, 글은 생각났을때 써야 하겠기에,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 서 정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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