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92.142.82) 조회 수 5938 댓글 9
[] 에필로그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나는 “나의 기타”를 완성했다. 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초보자도 누구나 기타를 만들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 한다. 단,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라는 조건을 붙인다.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은 초보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언젠가 기타매니아에서 “지구별이 인간이 기타를 만들 수 있도록 수 십억 년을 준비했다.”라는 말을 우연히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과학자들이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에 의해 측정한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라고 한다. 그 까마득한 과거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나서, 이 곳에서 이후 원시 생명체가 생겨나고, 양치식물에서부터 나무라는 식물이 생기고, 인류가 출현하고, 문명이 생기고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고 나무를 이용해서 최초의 원시적인 악기를 만들게 되기까지 이 지구라는 행성이 준비한 장구한 세월을 나는 그제서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 발판 위에서 앞서 살다간 장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마침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타라는 악기가 탄생했다. “내가 만들었다”는 이 기타는 이러한 진화라는 우주의 과정과 앞서 살다간 장인들이 이루어낸 전통이 준 선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기타를 만들었다.”라는 말은 사실 터무니 없다. 이런 모든 것들을 포함하기엔 턱도 없이 오만한 말이다. 이것이 이 기타가 내게 각별한 의미를 주는 첫 번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기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언젠가 나는 어떤 명상가가 쓴 책에서 "우리가 보고 있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생각의 산물"이라는 말을 접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나는 기타라는 이 악기가 참 좋다. 그 마음이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고 악기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만들었다. 나의 생각이, 의지가 이런 갖가지 재료와 가공이 더해진 이러한 한 악기가 세상에 생기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는 전문제작자들의 도움도 있었고 이미 어느 정도 미리 가공 된 재료를 쓰기도 했다. 여러 사람과 자연의 음덕을 입은 것이며 내가 기타를 만들었다는 의미는 내 마음이 생각이 발원이 되어 이것을 이루었다는 것이고 내가 모든 것을 다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발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단 자연은 모든 것을 갖추어 놓고 우리가 어떤 발원을 하면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발원은 인간의 몫이다. 물리학에 나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자연계에서 무질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 쌓은 모래성이 시간이 지나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점점 허물어지기는 해도 인간의 노력과 의지가 더해지지 않는 한 그것이 더 높이 더 정교하게 구축되는 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기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 기타가 내게 이토록 각별한 의미를 주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기타를 완성하고 난 후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지난 11월에 기타리스트 장대건씨와 집 근처에서 몇몇 지인들과 함께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장대건씨는 현재 스페인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Songs of the guitar”라는 음반을 내었다. 그는 내가 만든 기타로 최근 낸 음반에 수록된 몇 곡을 들려 주면서 이렇게 과분한 평을 해 주었다.

“고음 저음의 밸런스와 음의 분리도가 매우 좋다. 음정도 정확하다. 음색은 하우저 기타를 연상시킨다. 아주 좋다. 다만 저음이 좀 모아지지 않고 퍼지는 느낌이 있는데 아마도 옆판과 뒷판의 칠의 두께가 다소 얇아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경험상 칠이 얇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옆판과 뒷판 칠을 좀 더 올려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아마도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

돌이켜 보면 제법 힘들었지만 특별하고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타를 만드는데 전반적으로 가장 많이 돌봐 준 곽웅수님,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도움을 많이 주신 김중훈님과 최동수님, 바인딩 작업을 해 주신 이성관님, 옆에서 작업하면서 정겨운 말씀 많이 해 주시고 사진까지 찍어주신 기타-바보님께 감사의 마음 보냅니다.  
  
Comment '9'
  • 콩쥐 2007.02.13 14:14 (*.105.99.16)
    에필로그가 시같아요.
    "내가 이 기타를 만들기위해 수십억년을 기다렸다"......허걱..너무 정확해.
    세월을 느끼는것만으로도 넘 재미있어요......

    새솔님의 기타를 본 많은분들이 제게 그러는데
    새솔님이 만드신 기타(명기?), 그런 기타는 평소 만나기 어렵다네요......손에 딱붙는다고..
    책상밀고 다니신 땀의 결과..?.
  • 그레고리오 2007.02.13 20:50 (*.43.81.34)
    새솔님은 외모처럼 글도 예쁘게 잘 쓰시네요. 악기 소리가 아주 예쁘고 정확할 것 같아요. 첫 자작품 완성 그 기분 알지요 축하드립니다. 태양 문신도 의미있고. . 저는 아직 앞판 바인딩 중인데 맨 꼴찌...
  • 김중훈 2007.02.13 23:22 (*.148.210.90)
    중남미 문화원에 가는거 좋아해서 저도 자주 가는데 생각지도 못한 태양의 문양을 이렇게 적용하다니 너무 멋져요.게다가 장대건님이 칭찬까지 해주셨다니 부럽습니다..아참 그리고 제이름은 박중훈이 아니고 김중훈 입니다.ㅎㅎ
  • 새솔 2007.02.13 23:54 (*.52.85.55)
    어이쿠~~~~ 김중훈님, 죄송합니다. 본문 수정했습니다. 언제 다시 한 번 뵙고싶어요... 진짜루.

    그레고리오님, 아직 바인딩 중... ㅎㅎㅎ 지난번 제작하신 악기도 진짜루 명기던데.. 얼마나 더 명기를 더 만드실려구.. 서두르지 않고 뚜벅 뚜벅 거북걸음.. 님이야 말로 진짜 자신의 악기를 창조하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악기 완성하시면 한번 연락 주세요. ajh9303@hotmail.com

    기타-바보님, ㅎㅎㅎ 조만간 다시 한번 뵙겠습니다.

    콩쥐님, 책상(작업대) 사실 많이 밀어 부쳤죠.. (기타-바보님도 50% 책임은 있슴돠!) 앞판은 안 밀리고 애꿎은 작업대는 왜그리 저멀리 도망가던지... ㅎㅎㅎ 분당에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오모씨님이랑 와인 한 잔 해요.

  • 오모씨 2007.02.14 00:39 (*.127.103.115)
    새솔님이 철학을 보니 거울을 보는듯 저와 생각이 일치하네요.
    우아! 맞아요. 그래서 저는 애를 꼭 낳으려고 하는거에요. ㅋㅋㅋㅋ
    우주의 길고 긴 인연을 내 대에서 끝낼수는 없다!! >.<
  • 새솔 2007.02.14 12:56 (*.192.142.82)
    오모씨님,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했으니 빨리 결혼 날짜부터 잡으삼. ㅋㅋ
    오모씨님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분당카페에 꼭 콩쥐님 초대하삼.
    와인은 내가 쏘겠삼. ㅋ
  • 좋은날 2007.02.14 15:17 (*.131.31.214)
    좋은글입니다. 하나의 기타가 만들어지기가 소쩍새 울어서 국화꽃 피는 이치와도 비슷하군요.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시길...
  • 콩쥐 2007.02.14 16:58 (*.121.230.79)
    새솔님~
    기타연주 들으러 분당에 놀러갈께요...
    같이 노라요....와인한잔에....캬........
    음주운전이라 분당서 자야겠네요...ㅋㅋㅋ
  • 새솔 2007.02.14 17:41 (*.192.142.82)
    좋은날님,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댓글 주고 받으면서 님과도 이미 좋은 인연이 맺어졌네요. ㅎㅎ

    콩쥐님, 연락드릴께요. 곧 뵈어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Anders Miolin이 연주하는 The 13-string Chiavi-Miolin Guitar 5 고정석 2011.02.18 14082
232 황칠 도료 제품 등장 2 보리 2011.04.03 15474
231 tornavoz 이용으로 음색의 변화동영상 17 쥐언니 2011.04.28 12320
230 2홀 슈퍼칩 3 file 리브라 2011.05.12 14382
229 [re] 하카란다 꽃 file 파라디소 2011.05.17 10371
228 [re] 하카란다 꽃의 근접사진 디테일 5 file 조국건 2011.05.18 12678
227 하카란다 꽃 6 file 조국건 2011.05.15 16966
226 클래식기타 에 사용할 온습도계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4 케이스삽니다 2011.05.19 14167
225 그것을알고싶다! 하카란다(최종판) 22 file 조국건 2011.05.23 23159
224 헐거워진 프렛 14 file 리브라 2011.06.18 15183
223 시거 박스 기타(Cigar Box Guitars) 7 고정석 2011.07.13 17030
222 GFA 2011 Luthier's Showcase 2 jfs 2011.07.17 15564
221 기타 제작.. 3 가람 2011.10.24 15290
220 Agustin Barrios' original guitar (1914) 7 고정석 2011.10.25 13577
219 바리오스 망고레의 기타 7 file 2011.10.24 15704
218 Professional guitarists: their guitars - 1 리브라 2011.10.25 23117
217 Professional guitarists: their guitars - 2 6 리브라 2011.10.25 16028
216 댓글 퍼왔어요 2 file 언니 2011.09.18 10597
215 드디어 기타를 바꾸었읍니다 (베르나베 기타...) 9 김브림 2011.10.31 17700
214 넥, 지판가공.. 제작자님들 조언 구합니다... 7 김성일 2011.11.04 13549
213 Andres Marin 모델 기타 26 최동수 2011.11.13 13949
212 FTA와 guitar 4 == 2011.11.29 12645
211 탄소 섬유로 만든 기타 3 cf 2011.12.02 18279
210 Scott Tennant가 연주하는 Daniel Friederich 기타 scdj 2011.12.06 13382
209 이병우씨 듀얼기타!!ㅋㅋ 2 file 은찬아빠 2012.02.07 16389
208 자연스런 습도유지. 6 file 2012.01.21 17180
207 간단한 댐핏 만들기 13 file 리브라 2012.01.04 20984
206 책 안내 - "기타 명기와 명장" 비우자 2012.02.14 14447
205 기타의 성능 (jeffrey elliot) 1 2012.04.09 11267
204 스트링 게이지와 음정 관계 와일드프론티어 2012.04.09 11011
203 기타 모델링 2 file 이동혁 2012.04.10 13448
202 오일바니쉬... 4 다울랜드.. 2012.04.25 15165
201 발 받침대 한컷 4 file 대건안드레아 2012.05.12 15697
200 헬름홀츠의 공기공명 1 file 최동수 2012.06.08 18126
199 현장이 짧은 기타에 대하여-1 7 최동수 2012.06.10 16527
198 현장이 짧은 기타에 대하여-2 5 최동수 2012.06.11 12849
197 클래식기타 컬렉션 2008 1 file 리브라 2012.06.12 14957
196 특별한 기타.....음향반사판기타 39 file 콩쥐 2012.06.02 17067
195 실험정신(공명) 7 제갈공명 2012.06.04 13813
194 공명은 음을 확대하는가? 7 EchoOff 2012.06.04 13929
193 기타와 초음파진단기 8 돌파리 2012.06.12 11299
192 기타의 공명은 제갈공명인가? 5 돌모기 2012.06.14 12359
191 사운드홀의 비밀 15 돌바퀴 2012.06.14 20050
190 왜 4번줄만 끊어지는가? 8 돌빈대 2012.06.15 19087
189 세계적인 기타제작가 액자 전달식 1 file 대건안드레아 2012.06.30 11493
188 최동수 선생님이 새로 만드신 총 기타... 18 file 대건안드레아 2012.06.30 16487
187 최동수 선생님이 만드신 지팽이 기타..... 9 file 대건안드레아 2012.07.01 15877
186 황칠 2 2012.07.05 14384
185 에르고 플레이 고무압착기 오래 쓰는 방법 2 file 피날레 2012.09.03 11647
184 재미있는 기타 입니다.... 3 file 대건안드레아 2012.09.16 14677
183 스페인 제작자 2 2012.10.01 17921
182 대전 국제기타페스티벌 기타전시회 관람기 1 스테레오 2012.10.15 11111
181 슈퍼칩(string tie) 7 file gitarre 2012.11.29 15969
180 최동수선생님 악기 탐방! 5 file 이호성 2012.12.11 14382
179 태평양 건너온 귀한물건 입니다. 3 file 프리덤 2013.01.09 14225
178 리사이틀 박스 7 file 리브라 2013.02.05 11406
177 라미레즈-통념과 사실 2 리브라 2013.05.24 10659
176 기타 전문잡지 오르페오 창간호 7 오리베 2013.05.30 10628
175 <나의 음악 이야기>-페이스북 연재-섬소년 섬소년 2013.06.07 9110
174 기타 명기(名器)와 명장(名匠)들 2권 1 file prophet 2013.06.07 12089
173 Resonances.......fritz mueller 1 콩쥐 2013.07.31 9728
172 기타현의 장력 비교. 1 언니 2013.08.22 12135
171 Razon 프렛 계산방식 콩쥐 2013.08.23 11371
170 최동수님 2013년 9월에 완성될기타 훔쳐보기.... 21 file 기타바이러스 2013.08.24 15854
169 특이한 디자인 기타 (최동수선생님 봐주세요 ㅎ) 7 file 프렛 2013.08.25 18507
168 라미레즈 기타에 대하여 22 최동수 2013.09.13 20716
167 1962 Classical guitar by Robert Bouchet_Brompton's 경매회사 4 file guitarguitar 2013.10.19 10638
166 고딘VS야마하사일런트 비교 영상 링크~ 1 김마적 2014.01.20 9983
165 하카란다 2 file 언니 2014.06.03 12609
164 로만일료스 동영상 2 콩쥐 2014.07.03 8318
163 기타 구경하세요-1 3 file 최동수 2014.07.03 10845
162 기타 구경하세요 -2 5 file 최동수 2014.07.03 11557
161 스피커 기타 8 file 최동수 기타 2015.03.11 8434
160 부산국제악기제작가페스티벌 PT 동영상 자료 정천식 2015.06.02 7453
159 granada school 2015.08.03 6036
158 플라멩꼬 기타 제작 콩쥐 2015.08.03 6121
157 류트 공방에서의 영상 콩쥐 2015.08.03 5816
156 마누엘 벨라스케즈 다큐멘터리 1 콩쥐 2015.08.03 6730
155 마사키 사쿠라이 다큐멘터리 1 콩쥐 2015.08.03 6485
154 Regis Bonilha - Luthier 콩쥐 2015.08.04 6436
153 최동수선생님 최근 제작 악기 소개 3 file 기타바이러스 2015.08.08 9813
152 Build a Guitar 비디오 콩쥐 2015.09.29 6300
151 기타현에 대한 글 콩쥐 2015.11.23 6848
150 통기타 리뷰 진짜 제대로 해주네요 흙바람 2015.11.26 6957
149 Koh Jeongseock No. 6 6 file 고정석 2015.12.06 8214
148 Andrea Tacchi 기타제작 동영상 콩쥐 2015.12.11 7049
147 Alma guitar 김희홍 KBS 문화현장 3 시골농부 2016.02.19 7925
146 화성학과 애드립을 위한 교재! mg7732 2016.04.02 6556
145 최동수선생님 류트 기타 제작기! 11 file 기타바이러스 2016.05.02 7947
144 그라나다 기타계보 2016.05.09 7169
143 쌍둥이 리라 기타 9 file 최동수 기타 2016.05.11 6769
142 목재정보 2016.05.30 5960
141 Koh Jeongseock No. 7 8 file 고정석 2016.06.16 7184
140 Pablo Villegas 의 기타 6 해송 2016.06.24 6795
139 최동수선생님 4번째 리라기타 제작기 file 기타바이러스 2016.06.24 6640
138 Herman Hauser 1세 1 file ganesha 2016.06.25 6144
137 세고비아의 라미레즈 6 file ganesha 2016.06.25 7693
136 리라 기타에 대하여 10 file 최동수 기타 2016.07.02 7141
135 기타평가의 기준. ... 프리드리히. file 2016.08.08 7017
134 최동수 제작가님 최근 작품! 4 file 기타바이러스 2016.12.08 6934
Board Pagination ‹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 1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