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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192.142.82) 조회 수 6117 댓글 9
[] 에필로그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나는 “나의 기타”를 완성했다. 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초보자도 누구나 기타를 만들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 한다. 단,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라는 조건을 붙인다.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은 초보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언젠가 기타매니아에서 “지구별이 인간이 기타를 만들 수 있도록 수 십억 년을 준비했다.”라는 말을 우연히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과학자들이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에 의해 측정한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라고 한다. 그 까마득한 과거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나서, 이 곳에서 이후 원시 생명체가 생겨나고, 양치식물에서부터 나무라는 식물이 생기고, 인류가 출현하고, 문명이 생기고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고 나무를 이용해서 최초의 원시적인 악기를 만들게 되기까지 이 지구라는 행성이 준비한 장구한 세월을 나는 그제서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 발판 위에서 앞서 살다간 장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마침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타라는 악기가 탄생했다. “내가 만들었다”는 이 기타는 이러한 진화라는 우주의 과정과 앞서 살다간 장인들이 이루어낸 전통이 준 선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기타를 만들었다.”라는 말은 사실 터무니 없다. 이런 모든 것들을 포함하기엔 턱도 없이 오만한 말이다. 이것이 이 기타가 내게 각별한 의미를 주는 첫 번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기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언젠가 나는 어떤 명상가가 쓴 책에서 "우리가 보고 있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생각의 산물"이라는 말을 접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나는 기타라는 이 악기가 참 좋다. 그 마음이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고 악기 자체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만들었다. 나의 생각이, 의지가 이런 갖가지 재료와 가공이 더해진 이러한 한 악기가 세상에 생기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는 전문제작자들의 도움도 있었고 이미 어느 정도 미리 가공 된 재료를 쓰기도 했다. 여러 사람과 자연의 음덕을 입은 것이며 내가 기타를 만들었다는 의미는 내 마음이 생각이 발원이 되어 이것을 이루었다는 것이고 내가 모든 것을 다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발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단 자연은 모든 것을 갖추어 놓고 우리가 어떤 발원을 하면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발원은 인간의 몫이다. 물리학에 나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자연계에서 무질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 쌓은 모래성이 시간이 지나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점점 허물어지기는 해도 인간의 노력과 의지가 더해지지 않는 한 그것이 더 높이 더 정교하게 구축되는 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기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 기타가 내게 이토록 각별한 의미를 주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기타를 완성하고 난 후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지난 11월에 기타리스트 장대건씨와 집 근처에서 몇몇 지인들과 함께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장대건씨는 현재 스페인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Songs of the guitar”라는 음반을 내었다. 그는 내가 만든 기타로 최근 낸 음반에 수록된 몇 곡을 들려 주면서 이렇게 과분한 평을 해 주었다.

“고음 저음의 밸런스와 음의 분리도가 매우 좋다. 음정도 정확하다. 음색은 하우저 기타를 연상시킨다. 아주 좋다. 다만 저음이 좀 모아지지 않고 퍼지는 느낌이 있는데 아마도 옆판과 뒷판의 칠의 두께가 다소 얇아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경험상 칠이 얇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옆판과 뒷판 칠을 좀 더 올려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아마도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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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제법 힘들었지만 특별하고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타를 만드는데 전반적으로 가장 많이 돌봐 준 곽웅수님,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도움을 많이 주신 김중훈님과 최동수님, 바인딩 작업을 해 주신 이성관님, 옆에서 작업하면서 정겨운 말씀 많이 해 주시고 사진까지 찍어주신 기타-바보님께 감사의 마음 보냅니다.  
  
Comment '9'
  • 콩쥐 2007.02.13 14:14 (*.105.99.16)
    에필로그가 시같아요.
    "내가 이 기타를 만들기위해 수십억년을 기다렸다"......허걱..너무 정확해.
    세월을 느끼는것만으로도 넘 재미있어요......

    새솔님의 기타를 본 많은분들이 제게 그러는데
    새솔님이 만드신 기타(명기?), 그런 기타는 평소 만나기 어렵다네요......손에 딱붙는다고..
    책상밀고 다니신 땀의 결과..?.
  • 그레고리오 2007.02.13 20:50 (*.43.81.34)
    새솔님은 외모처럼 글도 예쁘게 잘 쓰시네요. 악기 소리가 아주 예쁘고 정확할 것 같아요. 첫 자작품 완성 그 기분 알지요 축하드립니다. 태양 문신도 의미있고. . 저는 아직 앞판 바인딩 중인데 맨 꼴찌...
  • 김중훈 2007.02.13 23:22 (*.148.210.90)
    중남미 문화원에 가는거 좋아해서 저도 자주 가는데 생각지도 못한 태양의 문양을 이렇게 적용하다니 너무 멋져요.게다가 장대건님이 칭찬까지 해주셨다니 부럽습니다..아참 그리고 제이름은 박중훈이 아니고 김중훈 입니다.ㅎㅎ
  • 새솔 2007.02.13 23:54 (*.52.85.55)
    어이쿠~~~~ 김중훈님, 죄송합니다. 본문 수정했습니다. 언제 다시 한 번 뵙고싶어요... 진짜루.

    그레고리오님, 아직 바인딩 중... ㅎㅎㅎ 지난번 제작하신 악기도 진짜루 명기던데.. 얼마나 더 명기를 더 만드실려구.. 서두르지 않고 뚜벅 뚜벅 거북걸음.. 님이야 말로 진짜 자신의 악기를 창조하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악기 완성하시면 한번 연락 주세요. ajh9303@hotmail.com

    기타-바보님, ㅎㅎㅎ 조만간 다시 한번 뵙겠습니다.

    콩쥐님, 책상(작업대) 사실 많이 밀어 부쳤죠.. (기타-바보님도 50% 책임은 있슴돠!) 앞판은 안 밀리고 애꿎은 작업대는 왜그리 저멀리 도망가던지... ㅎㅎㅎ 분당에 한 번 초대하고 싶어요. 오모씨님이랑 와인 한 잔 해요.

  • 오모씨 2007.02.14 00:39 (*.127.103.115)
    새솔님이 철학을 보니 거울을 보는듯 저와 생각이 일치하네요.
    우아! 맞아요. 그래서 저는 애를 꼭 낳으려고 하는거에요. ㅋㅋㅋㅋ
    우주의 길고 긴 인연을 내 대에서 끝낼수는 없다!! >.<
  • 새솔 2007.02.14 12:56 (*.192.142.82)
    오모씨님,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했으니 빨리 결혼 날짜부터 잡으삼. ㅋㅋ
    오모씨님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분당카페에 꼭 콩쥐님 초대하삼.
    와인은 내가 쏘겠삼. ㅋ
  • 좋은날 2007.02.14 15:17 (*.131.31.214)
    좋은글입니다. 하나의 기타가 만들어지기가 소쩍새 울어서 국화꽃 피는 이치와도 비슷하군요.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시길...
  • 콩쥐 2007.02.14 16:58 (*.121.230.79)
    새솔님~
    기타연주 들으러 분당에 놀러갈께요...
    같이 노라요....와인한잔에....캬........
    음주운전이라 분당서 자야겠네요...ㅋㅋㅋ
  • 새솔 2007.02.14 17:41 (*.192.142.82)
    좋은날님,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댓글 주고 받으면서 님과도 이미 좋은 인연이 맺어졌네요. ㅎㅎ

    콩쥐님, 연락드릴께요. 곧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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