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제작과정
기타의 제작과정은 세세하게 나누면 결코 간단치가 않다. 재료의 기초가공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준비 작업과정과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기초 가공이 된 상태-가령 네크와 헤드의 기본형태가 가공되어 있고, 앞판의 로제트 작업등이 되어있는 상태, 옆판의 기본 형태가 대충 성형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보통의 직장인이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공방에서 작업한다고 할 때 3개월 정도 꼬박 투자하면 가능한 과정이다. 나의 경우는 무려 일주일이라는 추석연휴가 있었고 마무리 칠작업은 퇴근해서도 늦은 밤까지 부지런히 한 덕에 조금 더 일찍 끝낼 수 있었다.
이번 마르비 기타 제작 클래스에서 처음 이틀은 마르비의 지도하에 기타 울림통 짜는 것까지가 목표였다. 그 이후는 각자가 알아서 가까운 공방에 가든지 때론 셸락칠 같은 것은 집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이다.
제작순서를 간단히 살펴보면 앞판 및 뒷판 두께가공, 앞판 부채살 및 보강목 붙이기, 뒷판 보강목 붙이기, 앞판과 넥의 결합, 앞판/넥 과 옆판의 결합, 앞판/넥/옆판 과 뒷판과의 결합, 바인딩, 지판 붙이기, 프렛작업, 마무리 가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칠하기 이런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조립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접착제이다. 요즈음은 화학물질로 만드는 목공용 접착제를 많이 쓰지만, 마르비는 항상 아교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 제작 클래스에도 아교를 사용했다. 아교는 물로 중탕을 해야 하고 수분농도를 수시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또 화학 접착제에 비해 빨리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접착부위에 아교를 바른 뒤에는 재빨리 작업을 해야 한다. 접착제가 과연 악기의 수명과 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로마닐료스(J. Romanillos) 같은 제작자는 나무에 대한 존경심이 깊어서 가급적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제작을 했기 때문에 일년에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이 불과 몇 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재료도 목재상으로부터 구입하지 않고 직접 스위스 알프스산으로 가서 원하는 나무를 구했다고 한다. 로마닐료스의 구도자적인 정신은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악기를 제작할 때 어떤 이들은 이런 구도자적인 자세를 너무 강조하는 나머지, 기계를 사용한다든지 화학물질로 된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제작클래스에서 기계의 사용은 가급적 안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지만 그것은 나 같은 초보자가 기계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사용했을 때의 위험을 고려했고, 전통적인 작업방식을 먼저 습득하도록 하는 의도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지, 실제로 전문 제작가들은 대체로 기계를 부분적으로 적절히 이용하면서 작업하는 듯 하다. 기계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고가의 정밀기계를 상상할지 모르나 실제 수제품 기타를 만드는 공방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이란 아주 소박한 것들이다.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손은 부지런히 기계 주위를 움직여야 작업이 이루어지는 그러한 것들이다. 그런 기계를 써서 작업을 하더라도 뒷 마무리는 대개 손으로 다시 해주는 법이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김창렬씨는 한 때 붓대신에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창작활동을 했다. 수채화가들도 스프레이나 전동 이레이져(eraser), 사진을 투사시키기 위한 프로젝터 등의 기계를 필요할 때 사용한다. 기타제작가들이 그런 정도의 기계사용도 말아야 한다면 화가들도 붓만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기타소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앞판 재료의 선택과 그 가공이다. 앞판 가공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앞판은 그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가운데 보다는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얇게 가공한다는 것. 그래야 마치 북처럼 앞판이 잘 진동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뒷판과 옆판은 대개 균일한 두께로 가공한다. 뒷판을 균일하게 하는 것은 마르비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제작가는 어떠한지 나는 모른다. 앞판 두께 가공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면서 수작업으로 하는데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스크래퍼라고 하는 쇠조각으로 앞판 과 뒷판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았는지 모른다. 작업 요령이 없고 서툴러서 불필요한 힘을 많이 쓴 탓에 이 작업을 마친 후에는 거의 기진맥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양쪽 엄지손가락에는 얼마나 힘을 줬던지 커다랗게 물집이 생겨서 이후 작업할 때 애를 먹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오른 엄지손톱 안쪽에 검은 피가 고여 있었다. 지나치게 엄지로 스크래퍼를 누르다 보니 그랬던 것이다.
마침내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 앞판 가공이 제대로 되었는지 나는 마르비에게 확인 좀 해 달라고 했는데, 마르비는 앞판을 조심스레 활처럼 휘어보더니 아직 좀 뻣뻣하니 조금 더 가장자리를 자신이 제시한 치수에 맞추어 얇게 해라고 조언해 준다. 다시 반복되는 스크래퍼 작업. 한참 후에 마르비는 다시 앞판 상태를 점검해 준다. 마침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나를 보며 말한다. “Good!”
또 하나의 힘든 작업은 칠하기이다. 셸락(shell lac)이라는 딱정벌레의 분비물질을 알코올에 녹여서 헝겊으로 조립이 완성된 기타에 골고루 발라주는 작업이다. 이렇게 셸락으로 마무리하는 작업을 프렌치 폴리싱(French Polishing)이라고 한다. 이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은 나무결 사이로 난 틈을 셸락으로 다 메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셸락을 몇 번 바른 후 사포로 표면을 갈아주고 또 다시 셸락칠과 사포질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자에 따라 수백 번 또는 경우에 따라 천 번 이상 칠을 반복하게 된다. 이그나시오 플레타라는 유명한 제작자는 이 셸락칠만 하는데 두 달을 꼬박 투자한다고 한다. 나는 앞판과 뒷판은 그럭저럭 어느 정도 결메움을 했지만, 옆판은 그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결메움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마무리 했다.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칠하면 되니깐. 셸락칠의 단점은 칠이 약해서 다른 칠에 비해 상대적으로 벗겨지기 쉽다는 것.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칠이 벗겨지더라도 언제든 그 위에 다시 해주면 처음의 상태로 복귀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칠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과연 단점인지 장점인지 아리송해진다.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칠 재료이므로 독성도 없고 인체에 무해하다. 셸락 칠이 잘 된 기타표면의 은근한 아름다움은 우레탄이나 다른 화학성분의 도료와는 다른 각별한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있다.
그 외의 제작과정은 상당부분 곽웅수씨의 도움을 받았다. 네크를 앞판에 붙인다든지 브리지 위치를 잡든다든지 하는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전혀 경험이 없는 아마츄어가 기타제작을 하는데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혼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조립치수의 오차로 인해서 음정의 정확도와 악기의 완성도가 결정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계속>
기타의 제작과정은 세세하게 나누면 결코 간단치가 않다. 재료의 기초가공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준비 작업과정과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기초 가공이 된 상태-가령 네크와 헤드의 기본형태가 가공되어 있고, 앞판의 로제트 작업등이 되어있는 상태, 옆판의 기본 형태가 대충 성형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보통의 직장인이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공방에서 작업한다고 할 때 3개월 정도 꼬박 투자하면 가능한 과정이다. 나의 경우는 무려 일주일이라는 추석연휴가 있었고 마무리 칠작업은 퇴근해서도 늦은 밤까지 부지런히 한 덕에 조금 더 일찍 끝낼 수 있었다.
이번 마르비 기타 제작 클래스에서 처음 이틀은 마르비의 지도하에 기타 울림통 짜는 것까지가 목표였다. 그 이후는 각자가 알아서 가까운 공방에 가든지 때론 셸락칠 같은 것은 집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이다.
제작순서를 간단히 살펴보면 앞판 및 뒷판 두께가공, 앞판 부채살 및 보강목 붙이기, 뒷판 보강목 붙이기, 앞판과 넥의 결합, 앞판/넥 과 옆판의 결합, 앞판/넥/옆판 과 뒷판과의 결합, 바인딩, 지판 붙이기, 프렛작업, 마무리 가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칠하기 이런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조립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접착제이다. 요즈음은 화학물질로 만드는 목공용 접착제를 많이 쓰지만, 마르비는 항상 아교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 제작 클래스에도 아교를 사용했다. 아교는 물로 중탕을 해야 하고 수분농도를 수시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또 화학 접착제에 비해 빨리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접착부위에 아교를 바른 뒤에는 재빨리 작업을 해야 한다. 접착제가 과연 악기의 수명과 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로마닐료스(J. Romanillos) 같은 제작자는 나무에 대한 존경심이 깊어서 가급적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제작을 했기 때문에 일년에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이 불과 몇 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재료도 목재상으로부터 구입하지 않고 직접 스위스 알프스산으로 가서 원하는 나무를 구했다고 한다. 로마닐료스의 구도자적인 정신은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악기를 제작할 때 어떤 이들은 이런 구도자적인 자세를 너무 강조하는 나머지, 기계를 사용한다든지 화학물질로 된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제작클래스에서 기계의 사용은 가급적 안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지만 그것은 나 같은 초보자가 기계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사용했을 때의 위험을 고려했고, 전통적인 작업방식을 먼저 습득하도록 하는 의도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지, 실제로 전문 제작가들은 대체로 기계를 부분적으로 적절히 이용하면서 작업하는 듯 하다. 기계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고가의 정밀기계를 상상할지 모르나 실제 수제품 기타를 만드는 공방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이란 아주 소박한 것들이다.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손은 부지런히 기계 주위를 움직여야 작업이 이루어지는 그러한 것들이다. 그런 기계를 써서 작업을 하더라도 뒷 마무리는 대개 손으로 다시 해주는 법이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김창렬씨는 한 때 붓대신에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창작활동을 했다. 수채화가들도 스프레이나 전동 이레이져(eraser), 사진을 투사시키기 위한 프로젝터 등의 기계를 필요할 때 사용한다. 기타제작가들이 그런 정도의 기계사용도 말아야 한다면 화가들도 붓만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기타소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앞판 재료의 선택과 그 가공이다. 앞판 가공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앞판은 그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가운데 보다는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얇게 가공한다는 것. 그래야 마치 북처럼 앞판이 잘 진동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뒷판과 옆판은 대개 균일한 두께로 가공한다. 뒷판을 균일하게 하는 것은 마르비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제작가는 어떠한지 나는 모른다. 앞판 두께 가공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면서 수작업으로 하는데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스크래퍼라고 하는 쇠조각으로 앞판 과 뒷판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았는지 모른다. 작업 요령이 없고 서툴러서 불필요한 힘을 많이 쓴 탓에 이 작업을 마친 후에는 거의 기진맥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양쪽 엄지손가락에는 얼마나 힘을 줬던지 커다랗게 물집이 생겨서 이후 작업할 때 애를 먹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오른 엄지손톱 안쪽에 검은 피가 고여 있었다. 지나치게 엄지로 스크래퍼를 누르다 보니 그랬던 것이다.
마침내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 앞판 가공이 제대로 되었는지 나는 마르비에게 확인 좀 해 달라고 했는데, 마르비는 앞판을 조심스레 활처럼 휘어보더니 아직 좀 뻣뻣하니 조금 더 가장자리를 자신이 제시한 치수에 맞추어 얇게 해라고 조언해 준다. 다시 반복되는 스크래퍼 작업. 한참 후에 마르비는 다시 앞판 상태를 점검해 준다. 마침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나를 보며 말한다. “Good!”
또 하나의 힘든 작업은 칠하기이다. 셸락(shell lac)이라는 딱정벌레의 분비물질을 알코올에 녹여서 헝겊으로 조립이 완성된 기타에 골고루 발라주는 작업이다. 이렇게 셸락으로 마무리하는 작업을 프렌치 폴리싱(French Polishing)이라고 한다. 이 작업이 만만치 않은 것은 나무결 사이로 난 틈을 셸락으로 다 메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셸락을 몇 번 바른 후 사포로 표면을 갈아주고 또 다시 셸락칠과 사포질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자에 따라 수백 번 또는 경우에 따라 천 번 이상 칠을 반복하게 된다. 이그나시오 플레타라는 유명한 제작자는 이 셸락칠만 하는데 두 달을 꼬박 투자한다고 한다. 나는 앞판과 뒷판은 그럭저럭 어느 정도 결메움을 했지만, 옆판은 그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결메움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마무리 했다.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칠하면 되니깐. 셸락칠의 단점은 칠이 약해서 다른 칠에 비해 상대적으로 벗겨지기 쉽다는 것.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칠이 벗겨지더라도 언제든 그 위에 다시 해주면 처음의 상태로 복귀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칠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과연 단점인지 장점인지 아리송해진다.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칠 재료이므로 독성도 없고 인체에 무해하다. 셸락 칠이 잘 된 기타표면의 은근한 아름다움은 우레탄이나 다른 화학성분의 도료와는 다른 각별한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있다.
그 외의 제작과정은 상당부분 곽웅수씨의 도움을 받았다. 네크를 앞판에 붙인다든지 브리지 위치를 잡든다든지 하는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전혀 경험이 없는 아마츄어가 기타제작을 하는데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혼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조립치수의 오차로 인해서 음정의 정확도와 악기의 완성도가 결정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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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7 | 기타 제작가님들만 보셔요~ | 혁 | 2005.01.01 | 5261 |
1066 | 하현주 조절과 조율개선 1 | 최창호 | 2004.12.26 | 8901 |
1065 | Mr. Big - To Be With You [MV] | 기타맨 | 2004.12.23 | 5671 |
1064 | 가오리가 치는 로마닐료스 3 | 기타리스트 | 2004.12.23 | 6410 |
1063 | 1920년 싼또스 에르난데스 1 | 혁 | 2004.12.22 | 7138 |
1062 | [re] 1920년 싼또스 에르난데스 | 혁 | 2004.12.22 | 5265 |
1061 | [re] 1920년 싼또스 에르난데스 | 혁 | 2004.12.22 | 4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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