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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작년 여름 Qmuse Club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작곡 : J.S.Bach(1685~1750)
곡명 : Three Parts Invention No.11
연주 : The Swingle Singers
녹음 : Virgin Classics VKCD-0008
앞서 소개드린 임병호 시인이 7년째 발행하고 있는 "시를 읽자 미래를 읽자" 7월호의 "이 한편의 시와 짧은 이야기"에 게재된 이성선 시인의 "산목련꽃"과 이성원님의 글을 옮깁니다. 시 치고는 포르노에 가까운데 매우 재미있네요.
바흐의 인벤션은 통상 지겨운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곡을 스윙글 싱어즈의 연주로 들으니 바흐의 음악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네요. 환상적이예요. 아,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친한 벗과 소주 잔을 기울이며 이 음악과 시에 취해서 여름 밤을 보내고 싶군요.
산목련꽃
이성선
산목련꽃이 벙그는 날
막 입속의 혀
붉은 꽃술이
반만 보일락말락할 때
그것은 순전히
아직 한 번도 세상 남자를
접해 보지 못한
아, 산중 처녀의
순결한 음부.
가까이 다가가면 몸 닫아 버릴 듯
그 앞에서 눈을 감으니
나직이 울리는 먼산 향기.
나는 갑지기 와락 달려들어
그의 중심에다
나의 혀를 갖다 대어 본다
한밤에 너를 몰래 폭행하겠다.
그 다음 산의 큰 천둥소리에 맞아 쓰러지겠다.
위 시는 李聖善 시인이 5년 전 "안동소주"의 安相學 시인에게 보낸 메모와 '산목련꽃' 시이다. '산목련꽃'은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 책갈피에 숨겨 놓고 몰래 읽어 보던 시였는데 언젠가 없어져 버렸다. 서점, 인터넷 등을 뒤졌으나 찾지 못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안상학 시인에게 고백했더니 그가 저자에게 말해서 원문을 보내온 것이다.
누구나 애창시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러한데, 그 가운데 이성선의 '산목련꽃'이 있다. 10년 전, 어느 산목련꽃 같은 분이 적어 주었는데, 읽을수록 좋아져서 아예 '산목련꽃'을 찾아 나섰다. 꽃피는 시기를 놓치기를 몇 년, 드디어 태양이 빛나는 97년 6월 어느 날, 단양 소백산 기슭에서 이 꽃을 보았고, 그 순간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아, 아, 저렇게 예쁠 수가! 그 이후로는 나도 시인처럼 산목련을 惑愛하기 시작했다. 혹애한 나머지 4년 전에는 수소문해서 을미재(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의 시골집 마당에 귀거래의 기념으로 심었다. 그리고 꽃이 피면 시인을 초청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 해 관리 소홀로 죽여 버렸다. 다음 해는 더욱 크고 싱싱한 3그루를 구해서 조경업자에게 맡겨 심고 가꾸었는데 지금까지도 충실하지 않다. 꽃을 보지 못함은 물론이다.
지난 해, 나는 신문을 보다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억장이 무너졌다. 이성선 시인이 타계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꽃을 피워 시인을 모시고자한 내 꿈이 사라졌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끝없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제 어찌하랴. 꽃을 피워 꽃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꽃이 된 시인을 그리워하는 수 밖에.
나는 지금 을미재 강변을 거닐면서 가만히 '산목련꽃'을 다시 읊어본다.
산목련꽃이 벙그는 날
막 입속의 혀
......
이성원(문학박사, 강호문학연구소)
이 글을 쓰신 이성원 박사님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름이 높던 농암 이현보(관향:영천) 선생의 종손이시죠. 농암 선생은 <어부가>, <농암가> 등으로 우리나라 강호문학을 개척하신 분입니다. 이성원 박사님은 가끔 저희 시간여행에 놀러 오시는데 7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를 소리바다에서 다운받아 둔 것을 CD로 담아 드렸더니 들어 보니 너무 좋다고 더 주문을 하시는군요. 기회가 되면 박사님을 찾아가 안동에서 아직 개발이 안된 마지막 비경인 을미재 강변을 구경시켜 달라고 할 작정입니다.
작곡 : J.S.Bach(1685~1750)
곡명 : Three Parts Invention No.11
연주 : The Swingle Singers
녹음 : Virgin Classics VKCD-0008
앞서 소개드린 임병호 시인이 7년째 발행하고 있는 "시를 읽자 미래를 읽자" 7월호의 "이 한편의 시와 짧은 이야기"에 게재된 이성선 시인의 "산목련꽃"과 이성원님의 글을 옮깁니다. 시 치고는 포르노에 가까운데 매우 재미있네요.
바흐의 인벤션은 통상 지겨운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곡을 스윙글 싱어즈의 연주로 들으니 바흐의 음악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네요. 환상적이예요. 아,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친한 벗과 소주 잔을 기울이며 이 음악과 시에 취해서 여름 밤을 보내고 싶군요.
산목련꽃
이성선
산목련꽃이 벙그는 날
막 입속의 혀
붉은 꽃술이
반만 보일락말락할 때
그것은 순전히
아직 한 번도 세상 남자를
접해 보지 못한
아, 산중 처녀의
순결한 음부.
가까이 다가가면 몸 닫아 버릴 듯
그 앞에서 눈을 감으니
나직이 울리는 먼산 향기.
나는 갑지기 와락 달려들어
그의 중심에다
나의 혀를 갖다 대어 본다
한밤에 너를 몰래 폭행하겠다.
그 다음 산의 큰 천둥소리에 맞아 쓰러지겠다.
위 시는 李聖善 시인이 5년 전 "안동소주"의 安相學 시인에게 보낸 메모와 '산목련꽃' 시이다. '산목련꽃'은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 책갈피에 숨겨 놓고 몰래 읽어 보던 시였는데 언젠가 없어져 버렸다. 서점, 인터넷 등을 뒤졌으나 찾지 못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안상학 시인에게 고백했더니 그가 저자에게 말해서 원문을 보내온 것이다.
누구나 애창시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러한데, 그 가운데 이성선의 '산목련꽃'이 있다. 10년 전, 어느 산목련꽃 같은 분이 적어 주었는데, 읽을수록 좋아져서 아예 '산목련꽃'을 찾아 나섰다. 꽃피는 시기를 놓치기를 몇 년, 드디어 태양이 빛나는 97년 6월 어느 날, 단양 소백산 기슭에서 이 꽃을 보았고, 그 순간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아, 아, 저렇게 예쁠 수가! 그 이후로는 나도 시인처럼 산목련을 惑愛하기 시작했다. 혹애한 나머지 4년 전에는 수소문해서 을미재(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의 시골집 마당에 귀거래의 기념으로 심었다. 그리고 꽃이 피면 시인을 초청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 해 관리 소홀로 죽여 버렸다. 다음 해는 더욱 크고 싱싱한 3그루를 구해서 조경업자에게 맡겨 심고 가꾸었는데 지금까지도 충실하지 않다. 꽃을 보지 못함은 물론이다.
지난 해, 나는 신문을 보다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억장이 무너졌다. 이성선 시인이 타계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꽃을 피워 시인을 모시고자한 내 꿈이 사라졌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끝없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제 어찌하랴. 꽃을 피워 꽃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꽃이 된 시인을 그리워하는 수 밖에.
나는 지금 을미재 강변을 거닐면서 가만히 '산목련꽃'을 다시 읊어본다.
산목련꽃이 벙그는 날
막 입속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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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문학박사, 강호문학연구소)
이 글을 쓰신 이성원 박사님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름이 높던 농암 이현보(관향:영천) 선생의 종손이시죠. 농암 선생은 <어부가>, <농암가> 등으로 우리나라 강호문학을 개척하신 분입니다. 이성원 박사님은 가끔 저희 시간여행에 놀러 오시는데 7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를 소리바다에서 다운받아 둔 것을 CD로 담아 드렸더니 들어 보니 너무 좋다고 더 주문을 하시는군요. 기회가 되면 박사님을 찾아가 안동에서 아직 개발이 안된 마지막 비경인 을미재 강변을 구경시켜 달라고 할 작정입니다.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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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글 싱어즈는 우리나라에 수차례 다녀간 아카펠라 그룹이죠. 기막힌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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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시가 거으...쯔업....ㅍㄹㄴ수준이네여...놀래라...그나저나 음악이 여간 성스러운게 아닐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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