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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28.154.181) 조회 수 5155 댓글 2



대학시절 참으로 음악을 많이 들었다.
궁한 용돈을 쪼개서 한 장, 두 장 LP음반을 사서 모았는데
마르고 닳도록 음반을 들어 연주자의 미세한 표정까지 다 외워버릴 지경이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으로 맨 먼저 구입한 것은 카라얀이 지휘한 DG녹음이었는데 카라얀에 의해 잘 조련된 베를린 필의 연주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리고 베를리오즈와 여배우 스미드슨의 소설같은 사랑 이야기, '여인의 주제'가 악장을 달리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더듬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참아왔던 음반에 대한 욕구가 터져나왔다.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오디오에 대한 욕구도 생겨나게 되어 오디오 바꿈질이 시작되었다.
직장 상사 중의 한 분이 오디오 매냐라서 옆에서 펌프질을 해대는 바람에 가랭이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말로만 듣던 샤를르 뮌시가 보스톤 심포니를 지휘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RCA LIVING STEREO LP음반으로 구입하였는데, 뮌시가 지휘한 환상교향곡은 이것 말고도 파리관현악단을 지휘한 EMI녹음도 있지만 음질이 그다지 좋지않아 불만스러웠던 터였다.
리빙 스테레오 녹음은 음반 매냐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LP로 재발매되었는데 초반과 같은 사양의 비닐수지를 사용하여 잡음이 적고 두꺼운 중량반으로 특별제작된 것이었다.
이 음반 1장 가격이 35,000원. 하지만 초반과 마찬가지의 좋은 음질로 이 가격에 LP를 구할 수 있다는 게 꿈같은 일로 여겨졌다.
CD시대로 접어든지 10년이 훨씬 지난 90년대 중반에 이같은 LP음반이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음반 표지의 그림도 무척이나 환상적이었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 음반을 개봉하여 바늘을 얹었을 때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약과도 같은 탐미적인 소리에 나는 그만 중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음악에 얽힌 이야기처럼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마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지만 치사량에 못미쳐 꿈같은 환상의 세계를 헤매는 것처럼...

세상에! 어떻게 LP에서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들어 온 음반은 모조리 똥판이야! 꿀먹은 벙어리같은 소리야!
기술이 진보한다는 건 말짱 거짓말이야! 요즈음 엔지니어들은 귀 막고 녹음하나?
어떻게 60년대 초반에 녹음된 음반이 이렇게 생생하고도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소리가 실재감이 있다거나, 생생하다거나, 자연스럽다거나, 밸런스가 좋다거나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미적인 세계가 이 음반에 담겨 있었다.
그저 아름답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뉴욕 필이 미국적인 색채를 가졌다면 보스톤 필은 유럽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악장 첫 부분, 보스톤 심포니의 현의 울림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달리 무슨 형용사로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매냐 칭구들은 햇빛이 눈이부셔 눈을 지긋이 감을 때, 무지개 빛으로 산란되는 거미줄과 같은 광선을 느껴봤으리라.
스피커에서 나는 현의 소리는 미세한 가루가 되어 열을 지어서 거미줄 가닥같은 빛으로 변해서 나의 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현의 소리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은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이런 게 행복이란 걸까!

마약을 복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음반은 마약과 같은 마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약에 중독되면 끊지 못하는 것처럼 이 소리를 듣고 중독이 되면 언제나 잊지못해 다시 찾게되는 음반.
하지만 똑같은 녹음의 CD음반에선 이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요즈음 엔지니어들은 복잡한 이론을 들이대며 이같은 이야기를 일소에 부치는 경우를 더러 봐았다.
나는 이들과 논쟁을 할 만큼의 이론지식을 갖추지 못해서 논리정연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꼈던 그 느낌만은 추호도 거짓없는 사실이다.

이 음반의 일부를 Wave File로 첨부한다.
비록 LP에서처럼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해주지는 못하지만 보다 가깝게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MP3 File이 아닌 Wave File로 첨부한다.
용량관계로 1악장 첫부분만 일부 추출했다.
오늘 밤은 잠이 올 것같지 않다. 술도 떨어지고...


음악샘플 듣기는 아래를 클릭하세요.

(첫 도입부 46초)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5&no=1207

(도입부 다음 27초)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5&no=1206

(좌절된 꿈과 정열, 그리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 36초)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5&no=1208    
Comment '2'
  • 1000식 2005.05.19 05:08 (*.228.154.181)
    위 이미지는 리빙 스테레오 음반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시에 발매되던 모노음반의 이미지입니다.
    당시는 초기 스테레오 시기라 모노음반과 스테레오 음반이 동시에 발매되었거든요.
    모노음반은 LM으로 시작되는 시리얼 번호를 가지고 스테레오 음반은 LSC로 시작되는 번호를 가집니다.
    스테레오 음반의 이미지를 찾지 못해 모노음반으로 대신했습니다.
    표지 그림은 모노와 스테레오가 동일합니다.
    다만 LIVING STEREO라는 글자는 없지요.
  • 1000식 2005.05.19 05:20 (*.228.154.181)
    여기에 스테레오 음반의 이미지가 있었군요.

    http://images.google.co.kr/imgres?imgurl=http://www.classical.net/music/recs/images/r/rca68979.jpg&imgrefurl=http://www.classical.net/music/recs/reviews/r/rca68978a.html&h=150&w=150&sz=8&tbnid=qRXYeaQMh58J:&tbnh=90&tbnw=90&hl=ko&start=17&prev=/images%3Fq%3Dsymphonie%2Bfantastique%26hl%3Dko%26lr%3D%26newwindow%3D1%26sa%3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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