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나티의 GHA 음반, "Guitares du Brésil"

by 으니 posted May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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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이 가진 힘을 믿는다.

음악은 영혼을 어루만지며, 지친 몸을 기댄 곳이 딱딱한 시멘트 바닥일지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불감증에 걸린 이들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들에게 또 한 번 한 사람에게 올인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GHA에서 출시된 벨리나티의 음반 Guitares du Brésil 은 A furiosa와 Jongo, 그리고 Le Choc de La Musique 과 4 Diapasons 스티커만으로도 소장의 가치가 충분하겠지만, 내가 이 음반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짧은 소품인 Um Amor de Valsa이다.

Um Amor de Valsa라는 사랑스런 제목의 짧은 소품, 이걸 다시 만난 날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남겨두고 온 느낌, 손때 묻어 애착이 가는 것을 잃어버렸는데 결코 손 닿는 곳에 있지 않는 그러한 느낌, 그래서 그것 없이 세상 모든 것이 허무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날이었다.

어린애를 씻겨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린애를 씻길 때는 엄지손가락만을 써야한다. 손바닥으로 북북 문지를 데가 없는 것이 어린애이기 때문이다. 통통한 팔을 씻길 때는 엄지를 뺀 나머지 손가락들로 팔을 받치고 엄지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동그랗고 작은 어깨도, 믿어지지 않게 부드러운 무릎도, 그렇게 엄지손가락을 살살 움직여야 한다. 귀 뒤, 그리고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의 작은 발.

나는 다시금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부드러운 도입부와 알맞게 서정적인 연주는 그렇게 나를 어루만지고, 달랜다. 나는 아주아주 작아진 몸을 파란 플라스틱 욕조에 누이고 느낀다. 따뜻한 물, 노곤한 느낌, 가슴께에서부터 올라오는 더운 기운, 촉촉한 공기, 이대로 잠들어버려도 좋을 것만 같은, 누구라도 다 믿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했으니, 나는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이렇게나 작고 사랑스러운것, 내가 아니면 돌봐줄 수 없는 것, 내가 꼭 지켜주어야만 하는 그러한 소중한 것들이 이 곡을 쓰던 벨리나티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은 훌쩍 커버렸거나 어쩌면 떠나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해도 그 때의 그 느낌들이 이렇게 음악으로 남아 존재하는 한, 의미있고 아름답다.

다시 한 번 믿어볼까, 믿어지지 않는 이 힘들을.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음악의 힘을.
가장 깊은 곳에서 통하는 진실을.


음악듣기 =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2&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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