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향후 기타 음악에 어떤 "선입견"을 심어주느냐가 좌우되기 때문이죠.
먼저 글 올리기 전에 횡수 몇마디만 할께요...
제가 처음 입문할 때만 해도(70년대 말) 바루에코, 러셀 등의 세계와 음악은 전혀 국내에선 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이미 외국의 경우는 새로운 주법과 오늘날의 기타 음악의 방향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틀림없이 기타는 진보하고 있고 지금도 21세기의 기타음악의 조류는 오늘날 우리가 "기타 음악"이라고 하는 선을 지나 이미 그 방향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세고비아의 음반을 들으며 기타 음악의 방대함을 느끼던 초심자 당시만 하더라도 제가 브라우어, 삐아졸라, 끌레이냥, 디안즈, 도메니코니 등의 음악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죠. 또 어떤 천재가 10년 뒤 우리를 감동시킬지 모르는 것입니다.
러셀도 어린시절 스페인의 메노루카 섬에서 아버지가 연주하는 기타와 세고비아의 음악을 레코드로 들으며 성장했다고 합니다만...과연 너무나도 방대해져버린 오늘날 기타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떤 음반을 권해야 할 것인지...
정말 제가 초심자일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선택의 폭이 넓어 어려움을 느낍니다.
한번 반문해 봅니다.
엄청나게 성장한 기타 음악의 세계이지만 과연 20년 전과 비교하여 그때의 세고비아, 이에페스, 브림, 윌리암스의 음반만큼 진한 감동을 주는 음반이 있었는가? 러셀이 그러하였던가? 바루에코가 그러하였던가? 아니면 쇨셔의 바흐가?
혹시 오늘날 우리 기타 음악 애호가들은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저는 "희소 가치"의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분명 기타 음반 한장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의 음악 감상은 오늘날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풍요의 시대"에서 초심자를 위한 기타 음악을 권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음반의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음반이든 "희소가치"의 시대에 음반을 고이고이 꺼내 먼지를 닦아가며 듣는 정성이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만 횡수 마치고...
먼저 저는 스페인 곡의 음반으로는 여전히 필립스에서 출시된 바 있는 페페 로메로의 "금지된 장난"을 권하겠습니다. 이 음반은 아시다시피 타레가의 명곡과 아스투리아스, 말랏츠의 스페인 소야곡, 소르의 마적 등 스페인의 스텐다드 명곡을 젊은 시절의 페페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음반입니다. 나중에 기교가 늘어 스페인 곡을 잘 연주할 수 있게 된 뒤에도 스페인의 명수가 애정을 가지고 연주한 "스페인의 에스프리"가 묻은 음반의 기억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스페인 음악과 다른 연주가와 차별되는 스페인 연주가의 특성은 맛보아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소품의 아름다움은 그라모폰에서 출시된 쇨셔의 "카바티나" 앨범이 좋을 듯 합니다. 실로 다양한 영역의 기타 소품이 혼재되어 쇨셔의 다소 단색적인 연주 속에서도 "모듬 정식"을 시식하는 기분이 드는 음반입니다.그리고 감상에 빠지지 않고 음악적인 어법만으로 아름다움을 풀어 나가는 쇨셔의 스타일은 자칫 감상에 빠지기 쉬운 기타 초심자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은 협주곡입니다.
로드리고의 아란훼즈나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2악장의 아름다움이 아란훼즈 못지 않아 초심자에게도 의외로 적당하다고 저는 봅니다), 혹은 줄리아니-나아가 다소 가벼운 비발디라도-초심자에게 협주곡 음반을 들려 주는 것은 "전체 고전 음악 속의" 클래식 기타를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바흐, 고전 소나타, 남미 작품, 현대 작품 등은 그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P.S. 그리고 데이비드 타넨바움의 GSP 연습곡집에는 카르카시의 25 연습곡, 소르의 20 연습곡, 브라우어의 "단순한 연습곡집 1, 2권" 이 들어 있습니다만...글쎄요 좋은 기획의 "연습곡집"이지만 연습곡에서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볼 때 제 견해로는 "명연주집"으로서의 가치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습자를 위한 좋은 참고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리라고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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