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5중주 이야기 (4) - 슈베르트편

by 1000식 posted Apr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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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F. Schubert(1797~1827)
곡명 : String Quintet in C, D. 956 중 2악장 Adagio
연주 : Heinrich Schiff(Vc.), Alban Berg Quartet



이 곡을 감상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guitarmania.org/z40/view.php?id=gowoon35&no=1138



슈베르트는 15곡의 현악4중주곡, 3곡의 피아노 3중주곡을 남겼지만 현악5중주곡은 단 1곡 만을 남기고 있다.

<현악 5중주 C장조 D. 956>는 슈베르트가 죽기 2개월 전에 완성한 작품으로, 슈베르트가 남긴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일 뿐만이 아니라, 실내악의 역사를 통틀어 이 처럼 큰 스케일의 장대한 작품은 달리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선 악기 편성을 보면 바이올린2, 비올라1, 첼로2의 보케리니형을 따르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곡보다도 첼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곡은 악상이 웅대할 뿐만 아니라 형식도 확대되어 있어 총 연주시간이 50분이 넘는다.

특히 1악장은 연주시간이 대략 20분이나 되는 장대한 길이를 가진다.

우선 들려오는 음향부터가 묵직하고 장중해서 실내악이 아니라 대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하며, 고금의 실내악곡 중 이 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은 달리 없다고 할 정도로 슈베르트의 회심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과연 이 작품이 슈베르트의 작품이 맞는가"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샘솟는 듯한 신선한 선율로 음악 애호가들에 친근한 슈베르트는 만년에 이르러 작품 경향이 중대한 변화를 맞는다.

피아노 소나타 19번 ~ 21번(D 958~960)은 만년의 작품인데 이 곡들을 들어 보면 과거처럼 샘처럼 솟아나는 내부의 심상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를 향해 침잠해 들어가는 깊은 사색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능력을 꾀꼬리처럼 그저 읊어대기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작품이 치밀해지고 악상의 유기적 흐름을 중시하는 베토벤의 강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3악장에서는 미뉴엣이 아니라 베토벤처럼 스케르조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상하리만치 들뜨고 흥분된 감정을 표출하고 있으며, 트리오 부분에서는 웅대한 악상과 함께 깊은 내면세계로의 성찰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베토벤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악장이다.

<현악5중주 C장조>는 우선 악상이 장대하고 무척이나 무겁고 우중충하다.

과거와 같이 밝고 즐거운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듯한 불안함이 느껴진다.



슈베르트는 총각으로 살다가 31세로 죽었다.

혈기왕성한 남자로서 어찌 여자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사랑도 없이 이루어진 거리의 여자와의 하룻밤의 육체적 접촉으로 인해 걸렸을 매독(梅毒)이라는 불치의 병이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혔을 것이고,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에는 이미 병이 깊어져서 죽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싸우면서 한 소절 한 소절 악상을 다듬어 가면서 곡을 써내려간 슈베르트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을 것이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분노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이러한 만년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병마에 거꾸러지지 않고 하루하루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부여안고 마지막 투지를 불태우면서 써내려간 이 곡은 인간승리의 드라마이며 슈베르트의 불굴의 정신세계의 기록인 것이다.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의 인간승리를 칭송하면서도 슈베르트의 이 위대한 인간승리의 드라마는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인리히 쉬프의 첼로와 알반 베르크 4중주단과의 연주를 골랐다.

슈베르트의 웅대한 악상을 느끼려면 1악장이 좋겠으나 워낙 장대하고 연주시간이 길 뿐더러 업로드 용량제한때문에 2악장을 골랐다.

슈베르트는 죽음을 앞두고 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깨친 자만이 취할 수 있는 평정심과 강한 정신세계가 아름다운 2악장에 녹아 있다.

전반부는 장중한 분위로 흐르다가 후반부로 가면 죽음을 극복해가는 우리의 용감한 투사 - 슈베르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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