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여백

by 느끼 posted Feb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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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냐의 여러 공간중에 가끔 "음악이야기" 공간을 채워보리라 생각하고 애꿎은 시간만 탓해오다
회사 네트워크가 한시간동안 죽는다는 소리에 또 수다를 올려봅니다.
사람이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꽤나, 슬프게 느껴집니다.


알디메올라 트리오

여러해전에 파코데루치아, 존 맥러플린, 알디메올라 3인의 속주 연주자들의 트리오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스트링에 따라 고전음악악기와 대중음악악기로 나누어져 각기 제 길을 걸어오던 다른 형태의 기타들이 오랜만에 한 곳에 모였다는 것과 기타에서 ‘속주의 발견’이라는 의미외에도 여러 시사점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연주 스타일을 구체화 해보면 즉흥성과 교대 연주방식과 같은 재즈적인 요소, 속주/ 스트로크와 같은 대중적이고 락적인 요소, 라스게아도를 이용한 플라멩고적인 라틴풍의 요소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용하면서 마치 그들의 악기 스타일이 합쳐진 것과 같이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도 오랜만에 공통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과 재즈에 대해 두루 이해와 연주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 친구는 짧지 않은 여행중에 주로 그들의 음악을 틀어놓았고 매우 감탄하는 것을 본 적도 있고하니, 그들의 음악적 깊이가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가 봅니다. 저는 그들의 음악이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치 한 여름 오후의 시청 주변의 교통상황처럼 숨 막힐듯한 풍성함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공간의 여백

음악에서 여백이란 물리적으로는 두가지가 있을텐데 그 하나는 시간적인 여백입니다. 음표와 음표사이 단락과 단락사이의 공간과 음의 가치가 지속되며 가지는 그 빈 공간들입니다.  또한, 음악적으로 여백이란 여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면 론도 형식의 악장에서 반복되는 주제(그것이 매우 빠른 부분이라 하더라도)는 그 자체로 사이사이의 즉흥성있는 카덴짜 부분들에게는 여백이 될 것이고, 협주곡에서 솔로악기의 연주나 솔로악기를 호출하기위한 다른 악기의 준비연주등도 같은 의미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간적인 여백중에서 화성적인 여백입니다. 단순 병행, 3화음, 7화음, 9화음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다양한 화음들을 꽉 채우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여백인데, 그것을 화성학에서 대리화음 정도로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즈에서도 보면 7화음을 연주하기 위해서 1,3,5,7 모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과7 3과7 5와7등으로 간략하게 표현입니다. 기타에서 특히 이런 성향이 강한데 그것은 연주(운지)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여백과 상상력에 대한 연주자 나름의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공간적인 여백중에는 옥타브간의 관계도 있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레이션에서 4 옥타브 정도에 악기들이 배치된다면 화성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더 넓은 음악적 공간과 그 사이의 여백이 발생할 것입니다.

좀 더 넓은 감옥

그러나 무엇보다 음악에서 진정한 의미의 여백은 듣는 이에게 생리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감흥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백은 연주자와 관객 나아가서는 작곡자와의 소통의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음악적 여백이란 현대음악(현대라는 복잡계에서의 음악의 역할 측면에서)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실내악이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은 이런 여백-부족함의 미학-이 우리에게 점점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알디메올라 트리오가 주는 열정은 그 열정대로 이해하되, 상대적으로 내게 필요한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쇼생크의 탈출에 나오는 모짜르트는 죄수들의 운동장 위로 그 여백의 공간을 카메라가 날아 오르면서 가장 감동적으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우리모두에게 죄수들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하고 물어 보는 듯 합니다.



Mozart Canzonetta sull' aria...Che soave zeffiretto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제 3막 중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
(Sopranos : Dame Felicity Lott & Gianna Rola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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