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새가 된 여인 - 로스 앙헬레스의 타계를 애도하며

by 1000식 posted Feb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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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15일 스페인 출신의 대성악가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 1923~2005)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내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느 음악애호가로부터 그녀의 타계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그 이후 며칠 동안 내내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여간 서운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은퇴한지 십 수년이 지났으므로 그 이후의 생은 생물학적인 의미 이외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녀의 음악성에 깊이 공감해온 나로서는 그녀의 죽음이 예사롭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스페인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해준 메신저(使者)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랑의 사자(使者) 로스 앙헬레스.

그녀가 남긴 수많은 음반들은 나로하여금 스페인 음악에 대한 정열로 불태우게 했다.

많은 녹음을 남긴 스페인 민요를 비롯하여 로르까의 "옛 스페인 민요집", 그라나도스의 "또나디야"와 오페라 "고예스카스"에 나오는 아리아,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과 "7개의 스페인 세속민요", 투리나의 "세비야의 노래" 등...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음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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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곳곳에 솟대를 세웠다.

솟대 꼭대기에 매달린 새는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사자(使者)다.

땅과 하늘과 새.

시간여행 입구에도 소나무를 깎아서 솟대를 세워 두었다.

기러기 세 마리 - 아빠 기러기를 앞에 세우고 엄마 기러기와 새끼 기러기를 좌우로 세웠다 - 를 깎아 석양이 물드는 서쪽하늘로 향하게 높이 세웠다.

눈이 소복이 온 작년 어느 겨울 밤, 인적이 끊어진 시간여행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창밖의 솟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을 맞고 서있는 기러기는 피안의 세계를 향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공관 오디오에선 그녀가 부르는 그라나도스의 "미녀와 나이팅게일"이 따스하게 울려나오고 있었다.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이토록 애절하게 표현한 음악이 또 있을까?

(그녀가 부르는 "미녀와 나이팅게일"을 들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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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갔다.

높다란 솟대에 깎아 세운 기러기처럼 그녀는 한 마리 새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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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 파일은 제가 평소에 즐겨 듣던 "새의 노래"입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음반.

(그녀가 부르는 "새의 노래"를 들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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