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퓨전재즈

by ZiO posted Jan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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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초등학생들에게
장음계를 기타로 쳐 준 다음에
"이게 뭐게?"라고 물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요~"

그다음, C-Lydian Scale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쳐준 다음에
"이건 어때?" 라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이상해요~"
이러는거다.
C-Mixolydian Scale인 <도레미파솔라시b도>를 쳐줘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이거 실제로 음악에서 사용하는 거야~"라고 말했더니,
"외계인들이 쓰나보다~"
이러는거다...

근데 알다시피 위의 모드(선법)들은
이미 마녀가 화형당하고 연금술과 흑사병이 판을 치던 오래전의 유럽에 있어왔던 것들 아닌가.
예전에 샘님이 리디안 모드를 사용한 음악을 들려주신 후,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시길래,
"SF음악 같아요..."
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이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엄따...
마녀사냥질이나 해대고
부부관계의 정상위 이외에는 모두 사탄의 체위(--..--::)로 간주하여 화형에 처하던 시절의 음악이
디지털 혁명이 불어닥친 요즘 시대에 SF 음악 같은 진보적 느낌을 가져다주니 말이다...
불과 20년전의 가요를 요즘 들어도
"에이..뭐가 이리 구리냐...촌시럽고....(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하는게 우리들 일반적인 감각일진대,
우짜 몇백년전의 음악이 참신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냐...희한타...

이런 결과가 초래된게 뭐,
평균율을 사용하고 조성음악을 확립한 바흐의 잘못은 아니다...--..--;;
바흐도 당대에는 이른바 진보적인 파이오니아였을테니까
오히려 그에게 경의를 표해야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흐 이후에 발전되어온 조성음악이
드뷔시에 이르러 다시금 비판 받음과 동시에
모드로의 귀환(또는 모드와 근대화성과의 조우?)을 시도하게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드뷔시는 과거의 모든 규칙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어째서 불협화음은 항상 협화음이 되어야만 하는가?"하는 의문이 생긴 그에게 만족스런 답이 주어지지 않을 때, 그는 반음계(Chromatic Scale) 형식의 곡,선법(mod)기교, 온음( wholetone scale)과 5음음계(pentatonic scale) 등에 이르는 갖가지 음악적 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드뷔시의 한 비평가는, "그것은 20세기 음악의 분해를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다"고 하였다...>

리디안 선법을 외계인 음악으로 듣고,
장/단음계 이외에는 이상하다고 말하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학교 교육 탓이 크다...--..--;;
뭐, 그런 것 아니겠나....'아는만큼 보인다'
또는,
'아는만큼 들린다...'
(서양음악이 보급되기 훨씬 전인, 1500년경의 조선시대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후
사람들에게 장음계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쳐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좀 과장되게 말해서 외계인 취급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알아야 들리는거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은 몽땅
보통사람들에겐 외계인 음악인거다...

그래, 뭐, 이해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얼마나 가르칠게 많은가. 수학,영어,국어,사회,과학,도덕...
거기에 장음계/단음계를 넘어선 그 이상까지 가르친다면
다른 과목들도 할말이 많을거다...
"왜 엔트로피는 안가르치냐?" 혹은, "왜 도덕경은 안가르치냐?"
또는, "왜 프로이트는 안가르치냐..." 등등...
애들은 기존의 교육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거기다 모드나 현대음악까지 가르칠 수는 없을거다...

교육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음악의 보편성에 대해서 얘기하고픈거다.
잘 모르겠지만 음악의 발전사는
"이전에 쌓여진 것을 토대로 한 <보편성>과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나름대로의 <진보성>(^^님의 표현을 잠시 빌렸습니다...죄송...__ __;;)"의 영원한 줄다리기인것 같다....아님말구...

그러니까, 학교교육(음대 제외)의 틀안에서 음악을 보편적으로 접한 분들꼔
진보적이거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낮선 음악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느끼게 될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짜겠나...내겐 60년대 중후반의 싸이코스러운(?)<핑크 플로이드> 보다는
80년대 초반의 정상적인(?)<에어 서플라이>의 음악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걸...--..--;;

근데 이 보편성이라는게 별로 그리 오랫동안 보편적일것 같지는 않다...
200년후에는 보편성이라는 넘이 어떤 탈을 쓰고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 이런 질문을 쌤~에게 드린적이 있었다.

"쌤~께서 말씀하시길,
C조성에서 V7화음인 G7코드에서는
<도>선율을 길게~끌어주면 아니된다(avoid note이므로)고 하셨는데요,
이상하게 제 귀엔 이 부적절한 음의 부딫힘이 묘하게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데요...
쓰면 안되나요?(--..--;;)"

그러자 쌤 말씀하시길,
"니 자위행위용으론 써도 돼~(--..--^)....
근데...딴 사람까지 배려하려면 쓰지마~!"

그리고 이런 얘기도 덧붙이시더군요.

"먼 훗날, 그러니까 니 후손들이 니 제삿밥 챙겨줄 때 즈음,
어쩌면 그때 사람들 귀에는 그게 괜찮게 들리게 되어서
보편타당한 소리로 인정 받게 될는지도 몰라..그건 아무도 모른다..."

재즈계의 기타리스트 중에 <알란 홀쓰워스>란 분이 계시다.
지판위에서 졸라 빨리 흐느적거리는 그의 손가락을 보면 마치
외계인 같이 느껴진다...
근데...
음악도 외계인 같다...--..--;;
그래서 내가 이름 붙이길,
<에일리언 퓨전재즈>라 했다...

나중에 기타리스트인 한 후배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화음 따로 스케일 따로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한단다.
예를들어..
C조성인 음악에서 코드는 그냥 C와 Bm7(b5)...등을 깔아두면,
보통은 상식적인 범위내의 스케일을 연주하는데 반해(이를테면 C아이오니안,D도리안,E프리지안...),
이 사람은 희한하게 <C-로크리안>을 연주하는거다...
그러니까..
<도미솔>화음위에 <도-레b-미b-파-솔b-라b-시b>를 연주하는거다...
화음과 선율의 어울림이 마치
생크림 케잌에 김치 얹어먹는 맛이다...--..--;;
(이쯤하면 얼마전에 어떤분이 질문하신 "전조상태도 아닌데, 어떻게 여러명이 동시에 화음을 울리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서 음렬을 크게 벗어나 혼자 승승장구한단 말입니까?" 에 대한 약간의 답변이 되었을 줄로 믿습니당..)

알란 홀쓰워스는 외계인일까?
MIB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는게 타당할 것 같다.
그는 이미 재즈의 모든 화성과 스케일의 극한까지 맛보고 맛보고 맛보고 맛보다가...
이젠 그것들조차 질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에겐 뭔가 새로운 실험과 자극이 필요했던 거다...
(꼭 누구 닮지 않았나?)
한마디로...
재즈를 배우는 학생들이 지상에서  얼터드나 홀톤 스케일 따위로 허걱거릴 때
그는 천상에서 <에일리언 퓨전재즈>를 즐기며
"그딴 지구인들 껀 진부하게 뭣하러 배워?"
이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님말구...

이런 '극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름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그 길이
지들만 가는 길이 될는지
먼 훗날 개떼같은 인파들로 북적대는 길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알기에는 우리 인생이 거시기하게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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