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도메니코니 한국 투어 연주 서울 공연 후기 - 2004년 11월 24일 금호 리사이틀홀
어쩐지 더 긴장되었다.
작년엔 코윤바바의 작곡자 도메니코니를 만난단 생각으로 설레었지만, 올해는 작년 연주의 감동을 떠올리며 왠지 더 긴장되는 것이었다. 튼튼하고 선명한 터치는 그대로일까.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듯한 몰입도 그대로일까. "코발트색"으로 느껴졌던 그의 코윤바바의 감동은 일년 사이에 얼마나 더해졌을까. 작년에 듣지 못한 곡은 또 어떤 놀라움과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을까.
도메니코니 선생님은 일년이 채 안된 시간이었지만 조금은 더 늙으신듯 했다. 하지만 흰 머리와 고집스러워보이지만 따뜻한 인상은 그대로였다.
오늘은 인상깊은 곡이 둘 있었다.
Gita Op. 26
레퍼토리엔 없지만 연주해주신 "지타" Gita Op. 26 는 작년에는 말씀을 많이 하신 가운데서도 설명이 없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다른 곡들에 대핸 말씀이 자세히 없으셨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비교적 길게 설명해주셨다. 인디언들의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세상이 창조된 이야기를 표현한거라고 하셨다. 인디오들의 신화에 따르면, 세상은 "소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소리가 하늘과 땅을 만들고, 그리고 사람들의 영혼soul을 만들어 따뜻함으로 가득채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바로 시작된 연주 정말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명연이었다. 눈에 보이는듯 했다. 암녹색의 평지가 갑자기 일어서고, 꿈틀꿈틀 솟아올라 산이 되고, 깊이 패여 그곳에 물이 솟구쳐 차오르고, 또 반짝이는 먼지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붙고, 울룩불룩한 산과 골짝 사이로 차갑고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내리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줄곧 떠오르는 힘있는 연주였다. 곡이 다 끝난 그 순간 나는 정말 "정말 세상은 이렇게 생겨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 아주 아름다웠던 곡은
Prelude & Fugue Nr.6 Op.105.
복고가 유행한다고 해도 부분부분은 현대의 감각에 맞게 변형되는 것처럼, 이 곡은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너무나도 멋진 곡이었다. 너무나 익숙한 프렐류드, 푸가의 형태에 새로운 화성과 리듬이 덧입혀져 한층 더 세련되고 정갈한 멋을 지니고 있었다. 프렐류드는 익숙한 프렐류드에 약간의 화성 변형정도였지만, 푸가는 정말 놀라웠다. 분명 화음전개가 아주 예상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들었을 때 낯설지 않는.. 뭐랄까.. 교육학에서 말하는 "적절한 불균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곡이었다. 게다가 기타에 착착 감겨붙는 듯한 재즈적 리듬이란.
그 외, 열개의 프렐류드도 하나하나 아름다웠고, 코윤바바는 역시 온갖 태클에도 불구하고 8시직전 연주회장에 도착한 보람이 있는 도메니코니 선생님의 열정적 연주였다.
끝나고 싸인회를 하셨는데 아르시누스님께 선생님 당신을 "Young Boy"로 소개해달라고 하셨다고 해서 좌중엔 웃음이 감돌았다. 도메니코니 선생님 연주하시는 모습을 본다면 언제까지나 Young Boy가 맞을 거 같다. 싸인회가 다 끝나길 기다려 사진을 부탁했는데, 아르시누스님이 작년에도 내가 왔었다니까 도메니코니 선생님도 기억하신다구 하셔서 순수히 팬으로써 얼마나 기뻤는지!! 작년엔 정장에 다소곳 컨셉이구 올핸 청바지에 선머스마 컨셉이었는데다가 기억하실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역쉬~ 어찌해도 그게 그거인 "원/판/불/변/의/ 법/칙" 은 나에게도 해당사항 있었던 것인가? 켁. 아니다.. 아닐거야.. 단지.. 선생님이 특히 마음이 따뜻한 분이셔서 나를 기억해주신 것일거얌.. 쿨럭,쿨럭.
오늘 연주회에서 "Dicen que le espiritu... siempre habla그들이 말하기를, 영혼은 항상 말한다"를 빼고 하셨는데.. 만약 남은 공연에서 연주하신다면.. 지방공연에 참석할 수 없는 것이 너무너무 억울 할 것 같다. 하지만.. 늘 좋은 기획으로 애써주시는 아르시누스에서 도메니코니 선생님을 내년에라도 아니면 후년, 혹은 그 후에라도 또 뵐 수 있도록 해주실 거라 생각하고 오늘 공연에 합쳐 미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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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후기 감사드립니다~^^ 아 정말 기대되는데여ㅋ 학생으로 없는돈 끌어모아 예약했기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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