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래 : 엘 초코라테(El Chocolate, 칸타오르)
녹 음 : Docora HM 83(CD)
열 네 번째 트랙인 마르티네테(Martinete)는 대장장이의 노래인데 기타 반주가 없이 망치를 두드리며 노래하는 노동요이다. 선율도 스페인 음악에서 흔히 나타나는 프리지아 선법에 의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적 재미가 색다르다. 엘 초코라테의 음악은 이처럼 생활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요즈음의 플라멩코는 생활의 애환은 도망가버리고 기교만 남았다. 엘 초코라테는 명인기적인 기교에만 관심을 두는 오늘날과 같은 풍조에서는 절대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귀중한 존재이다.(본문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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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는 다종 다양한 형식을 갖고 있지만 형식 자체에 구애되는 법이 없다. 악보를 일체 갖지 않는 플라멩코의 아티스트들은 각 형식마다 정해져 있는 전통적인 패턴을 완전히 익힌 후 거기에 각자의 기량이나 감수성에 의한 즉흥적인 창조를 부단히 덧붙여 간다. 따라서 플라멩코 음악의 가장 큰 특성은 즉흥성과 개성이다. 프로피오 세지오(자기의 표현)라는 것이 있어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자기만의 표현을 갖지 않을 때에는 2류로 취급된다. 재즈에 상통하는 즉흥성과 자유로움이야말로 플라멩코의 생명력의 원천이다.
그리고 플라멩코는 즉흥성과 개성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두엔데(Duende)라는 것이 있는데 이 두엔데야 말로 플라멩코의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다. 두엔데의 사전적 의미는 <귀신>이라는 뜻인데 비논리적이고 초자연적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안달루시아인의 검은 정서를 말한다. 플라멩코의 깊숙한 정서를 노래하는 칸테 혼도(Cante Jondo:깊은 노래)를 들어 보면 격렬함 속에 숨어있는 죽음의 그림자와 같은 검은 마성(魔性)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플라멩코의 매력이다.
엘 쵸코라테는 1931년 스페인 남부 헤레스의 집시 거주지구에서 태어났는데 6세에 세비야의 트리아나로 이사를 와서 플라멩코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를 했다. 엘 쵸코라테는 요즈음에는 보기 드문 집시 고유의 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칸테 히타노의 특성을 지닌 대단히 귀한 존재다. 요즈음의 플라멩코는 명인기적인 기교를 지향하는 상업주의에 물들어 예스런 맛을 잃어가고 있다. 플라멩코라고 하면 흔히 격렬한 리듬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단순한 접근으로는 플라멩코의 진한 맛을 느끼기 어렵다.
쵸코라테의 음악에는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건강함이 살아있다. 그의 음악은 극도로 분화된 현대사회에서 물에 뜬 기름처럼 전통과 유리된 음악이 아니라 전통에 굳건히 뿌리를 두면서 생활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런 음악이다. 플라멩코의 노래는 벨칸토와 같은 미끈한 발성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창을 연상케하는 생목소리를 쓴다. 탁배기 한 잔 걸치고 걸쭉하게 불러 제끼는 우리의 육자배기나 판소리같은 맛이 느껴진다. 엘 쵸코라테의 뱃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구성진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엇! 대물이구나!"하는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두 번째 트랙인 '타란토(Taranto)'를 들어 보면 광산 노동자가 광산 입구에서 노동이 힘들다는 것과 사랑도 힘들다고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돈을 못벌어다 준다고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버린 아내에 대한 원망과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 대해 주절주절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여섯 번째 트랙인 '헤레스의 시기리야(Siguiriya de Jerez)'는 헤레스 출신의 전설적인 칸타오르(플라멩꼬 남자가수)인 마누엘 토레(1878~1933)에게 바쳐진 곡인데 깊은 슬픔을 담은 곡이다. 시기리야는 가망없는 사랑에 대한 슬픔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굳어진 칸테 히타노의 대표적인 양식이다.
열 네 번째 트랙인 마르티네테(Martinete)는 대장장이의 노래인데 기타 반주가 없이 망치를 두드리며 노래하는 노동요이다. 선율도 스페인 음악에서 흔히 나타나는 프리지아 선법에 의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적 재미가 색다르다. 엘 초코라테의 음악은 이처럼 생활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요즈음의 플라멩코는 생활의 애환은 도망가버리고 기교만 남았다. 엘 초코라테는 명인기적인 기교에만 관심을 두는 오늘날과 같은 풍조에서는 절대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귀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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