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43.135.89) 조회 수 20825 댓글 0
◆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 ◆

  별첨 파일은 앞서 소개한 곡과 동일한 "Sonata in D, SR 84"로서 기타가 아닌 피아노의 연주로 들어 보시죠. 비교해서 들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스페인 음악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알리시아 데 라로차 여사의 연주입니다.

+++++++++++++++++++++++++++++++++++++++++++++++++++++++++++++++++++++++++++++++++++++++++++++++

◆ 솔레르 신부의 생애와 작품세계

  솔레르 신부는 1729년 까딸루냐 지방 헤로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군악대의 단원이었다고 한다. 6세부터 몬트세라트 수도원의 소년합창단원으로 있으면서 정규 음악교육을 받았는데 조숙했던 솔레르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까딸루냐 지방 레리다 대성당의 성가대장 겸 오르간 주자로 뽑혀 8년 동안 봉사한 후 신부(Padre)가 된다. 그리고 1752년에는 마드리드 인근의 엘 에스꼬리알(El Escorial) 궁정에 초빙되어 그 곳의 수도원에서 성직과 오르간 주자를 겸하게 된다.

  이곳에서 스페인 궁정에 오랜 동안 머물고 있던 만년의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 Scarlatti 1685~1757)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데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솔레르 신부는 스페인 국왕 까를로스 3세의 아들인 돈 가브리엘 왕자의 음악교사까지도 겸하게 되는데 이 왕자는 음악에 상당한 재능이 보였다고 하며 하프시코드(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는 이 왕자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는 대단한 일꾼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직자로서 교회의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작곡과 연주, 왕자의 음악교육과 저술 등으로 쉴 틈이 없었다고 하며 밤에는 거의 잠을 자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조바꿈의 열쇠 그리고 음악에 대한 옛이야기(Llave de la Modulacion y antiguedades de la musica, 1762)》라는 주목할 만한 저술도 남기고 있는데 짧은 순간에 어떤 조에서 24개의 모든 조로 조바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1783년에 이 곳에서 죽을 때까지 30여 년 동안 신부로 봉직하였다. 다음은 솔레르 신부가 남긴 작품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200여 곡
현악4중주와 오르간을 위한 5중주 6곡
2대의 오르간을 위한 콘체르토 6곡
9개의 미사곡과 5곡의 레퀴엠
카톨릭 전례음악 120여 곡
132곡의 비얀시코(Villancico)

  솔레르 신부가 남긴 많은 작품들 중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와 6곡의 《오르간 콘체르토》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곡들이지만 나머지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아 전체적인 평가가 어렵다. 하루 빨리 그의 종교음악에 대한 음반들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솔레르가 남긴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는 하이든(J. Haydn 1732~1809)에 의해 확립된 다악장 형식이 아니라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영향을 받은 단악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솔레르와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는 과감한 악상의 도약이라든지, 스페인 음악에 자주 나타나는 당김음의 사용, 양손이 자주 교차하는 연주법 등 부정할 수 없는 유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분산화음에 의한 알베르티 베이스(Alberti Bass)를 솔레르는 애용했으나 스카를라티는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점, 스카를라티는 아차카투라(acciaccatura)라고 하는 꾸밈음을 자주 사용했으나 솔레르는 드물게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솔레르의 후기 작품 속에는 단악장이 아닌 다악장의 소나타도 있다.

  다악장 양식의 소나타에는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에게서 느껴지는 경쾌하고 우아한 '갈란테 스타일(galant style)'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로코코 시대로 접어든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솔레르의 작품경향은 스카를라티의 소나타에다 스페인적인 색채로 덧칠을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즉, 스카를라티가 인생의 중반 이후를 스페인에서 보낸 만큼 스페인적인 경향의 작품을 다수 남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솔레르 신부에 비해 스페인적인 색채가 희미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솔레르가 남긴 작품 중 비교적 널리 알려진 《판당고(Fandango 스페인 남부지방의 춤곡)》는 스페인 민중들의 숨결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은 '스페인적인 색채'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플라멩꼬 음악에서 느껴지는 '격렬함'이나 '정열'과 같은 것으로 해석하지 말기를 바란다. 솔레르 신부가 살았던 시기는 우리들이 요즈음에 자주 접하는 플라멩꼬 음악양식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때이기 때문이다. 플라멩꼬 음악이 '스페인적인 색채'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페인 남부지방의 음악적인 요소와 외래민족인 집시의 음악적인 요소가 결합된 것으로서 대기(大器) - 스페인 음악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플라멩꼬 음악이 갖는 격렬함과, 프랑스의 작곡가인 비제가 이국적 취향에 의해 작곡한 《카르멘》과 같은 음악은 우리들에게 스페인 음악에 대한 편향된 고정관념을 심어준 측면이 많다. 오히려 솔레르 신부의 음악에는 투우사의 절도있는 몸 동작에서 느껴지는 어떤 '멋스러움'이나 '우아함'과 같은 것이 녹아있다. 플라멩꼬 음악을 듣고 스페인다운 '멋스러움'이나 '우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짜르트의 음악에는 '우아함'은 있어도 스페인다운 '멋스러움'은 없다. 나는 이 '멋스러움'이나 '우아함'이 바로 스페인 민중들의 숨결이라고 생각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4 [re]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큰 별, 알베니스(3) 차가운기타 2004.03.16 7743
1033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큰 별, 알베니스(2) 1 정천식 2004.02.25 9717
1032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큰 별, 알베니스(1) 4 정천식 2004.02.24 9559
1031 음악과 수학(2) – 피타고라스 음계와 선법 1 bluejay 2004.02.17 12287
1030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file 해피보이 2004.02.16 9491
1029 [re] 바하는 어떤 악보로 공부하여야 하나........!!?? 6 정천식 2004.02.16 9069
1028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3) 정천식 2004.02.11 8937
»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2) 정천식 2004.02.11 20825
1026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선구자 - 솔레르 신부(1) 정천식 2004.02.11 9367
1025 내 첫사랑의 추억이 어린 그리그의 <페르 귄트>(2) 3 정천식 2004.02.10 8495
1024 내 첫사랑의 추억이 어린 그리그의 <페르 귄트>(1) 정천식 2004.02.10 9807
1023 Obligato on Etude in B minor 정천식 2004.02.08 9549
1022 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3) 3 정천식 2004.02.07 11377
1021 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2) 1 정천식 2004.02.07 11741
1020 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1) 3 정천식 2004.02.07 11199
1019 로르까의 <스페인 옛 민요집> 4 정천식 2004.02.06 12129
1018 척박한 황무지에서 피어난 찬란한 꽃, 그라나도스 8 정천식 2004.02.04 12447
1017 20세에 요절한 바스크 출신의 천재 작곡가 - 아리아가 2 정천식 2004.02.03 15484
1016 [re] 참고로~ 1 seneka 2004.02.04 9171
1015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 4 정천식 2004.01.30 12954
1014 히메네스 - 알론소의 결혼(야마시타의 연주) 4 정천식 2004.01.31 10554
1013 로드리고... 안달루즈 협주곡 25 file eveNam 2004.01.25 10125
1012 합창교향곡...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3 file eveNam 2004.01.25 9014
1011 LP를 CD로 만들기 정천식 2004.01.24 9204
1010 LP예찬 7 정천식 2004.01.22 9562
1009 정경화의 샤콘느... 5 eveNam 2004.01.22 7403
1008 1월 16일 배장흠님 Recuerdos 연주회 후기 8 으니 2004.01.17 10374
1007 프랑코 코렐리를 추모하며 7 정천식 2004.01.05 10102
1006 천사의 죽음 - Suite del Angel 5 file 차차 2004.01.05 9830
1005 카운터 테너와 카스트라토 그리고 소프라니스트(수정) 2 정천식 2004.01.04 15504
1004 산사나이들의 밝고 유쾌한 노래 3 정천식 2003.12.29 10179
1003 해피보이님께.................거지의 사랑노래(?) 4 정천식 2003.12.29 12325
1002 시간여행 : 800년 전의 음악은 어땠을까요? 8 file 정천식 2003.12.28 9873
1001 조스캥 데프레의 미제레레... 헤레베헤... 17 eveNam 2003.12.27 8285
1000 가사의 얽힘과 그 이후의 역사적 전개과정 정천식 2003.12.28 7876
999 이탈리안 각설이 타령 9 정천식 2003.12.27 9187
998 성악에 있어서의 목소리 분류 21 file 정천식 2003.12.27 10072
997 그라나도스의 또나디야 - La maja dolorosa No.1 정천식 2003.12.26 10457
996 그라나도스의 "영원한 슬픔" 정천식 2003.12.26 7729
995 로마 교황청 : 이 곡을 외부로 유출시 파문에 처하노라 - Allegri의 Miserere 13 정천식 2003.12.25 9152
994 가사 내용 및 배경 정천식 2003.12.26 8816
993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목소리는? 7 정천식 2003.12.25 11676
992 키프니스의 매력적인 노래(2) 정천식 2003.12.23 9139
991 박두별 선생님... 12 지나가는띨띨이 2003.12.23 10063
990 키프니스의 매력적인 노래 정천식 2003.12.23 13105
989 반주자의 위상 2 정천식 2003.12.23 9469
988 1920년대의 디지털 녹음????????? 5 정천식 2003.12.22 13618
987 정천식님께... BWV1025에 대한 견해입니다... 19 eveNam 2003.12.21 12762
986 역사상 최초의 녹음 - Mary had a little lamb. 1 file 정천식 2003.12.20 10940
985 전설의 부활 - 위젠느 이자이의 연주 8 정천식 2003.12.19 9006
984 世네car.... 님....이 궁금해 하시는 것들... 17 eveNam 2003.12.19 7426
983 종소리의 여러가지 버전... file 궁금이 2003.12.19 7110
982 박두별 선생을 아시나요? 3 정천식 2003.12.18 8321
981 베드로의 통곡 8 정천식 2003.12.17 8553
980 바이올린소나타 BWV1017의 첫악장.... eveNam 2003.12.17 9569
979 문제의 제기 4 정천식 2003.12.18 8756
978 [re] 바로크시대의 연주 스타일.... ^^ 5 eveNam 2003.12.19 9745
977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9 정천식 2003.12.19 9334
976 Milan Tesar 의 "Aria" 1 file 옥용수 2003.12.12 8888
975 [re] Milan Tesar 의 "Merry-go-round" 1 file 옥용수 2003.12.12 7258
974 [re] Milan Tesar 의 "Intermezzo" file 옥용수 2003.12.12 7142
973 [re] Milan Tesar 의 "Aria" file 옥용수 2003.12.12 7257
972 [까딸루냐 자장가] Mareta, mareta, no'm faces plorar 8 eveNam 2003.12.11 9257
971 Morel - Gershwin Medley 2 정천식 2003.12.10 8251
970 [까딸로니아 민요] La pastoreta 10 file 옥용수 2003.12.10 8546
969 [까딸로니아 민요] El mestre file 옥용수 2003.12.10 9436
968 [까딸로니아 민요] L'hereu Riera file 옥용수 2003.12.10 7304
967 [까딸로니아 민요] La nit de Nadal file 옥용수 2003.12.10 7484
966 [까딸로니아 민요] La filla del marxant 4 file 옥용수 2003.12.10 9425
965 '상인의 딸' 가사입니다. 1 정천식 2003.12.10 8623
964 [까딸로니아 민요] La filadora 2 file 옥용수 2003.12.10 8031
963 [까딸로니아 민요] El testament d'Amelia (내용추가) 1 file 옥용수 2003.12.10 10033
962 [까딸로니아 민요] El Noi de la mare file 옥용수 2003.12.10 7331
961 [까딸로니아 민요] Canco del Lladre 5 file 옥용수 2003.12.10 8278
960 호르헤 모렐이 누구야? 9 정천식 2003.12.09 10741
959 [re] Vieaux의 연주로 들어보는... 3 file 옥용수 2003.12.09 9877
958 페라이어... 이건 에러야~ -_-; 3 file eveNam 2003.12.08 10330
957 12월 6일 도메니코니 연주회 후기 - I'm just a guitar player. 6 으니 2003.12.08 11386
956 잘자요 3 권희경 2003.12.07 8585
955 Mikulka의 연주 - The toy soldiers 정천식 2003.12.07 10998
954 깔레바로 - Tamboriles 1 정천식 2003.12.03 7745
953 깔레바로의 깜뽀 - 베니테스의 연주 6 정천식 2003.12.03 8860
952 매력적인 쇼루 - 그대는 어디를 떠돌고 있나 1 정천식 2003.12.02 8608
951 쇼루(Choro)에 대하여 3 정천식 2003.12.02 11944
950 The girl from Ipanema(오오하기 야스지) 1 정천식 2003.12.01 9456
949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원곡) 2 정천식 2003.11.30 10642
948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베니테스) 8 정천식 2003.11.30 12728
947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7 정천식 2003.11.29 10715
946 피아졸라의 밀롱가 3 정천식 2003.11.28 11323
945 피아졸라의 대표곡은? 5 정천식 2003.11.27 11303
944 [re] 피아졸라의 음악은 과연 탱고인가 ? 51 gmland 2003.11.28 9755
943 혹시 Leonardo Balada의 Apuntes for Four Guitars 들어볼수 있을까요? 옥용수 2003.11.26 13972
942 도깨비불의 노래 4 정천식 2003.11.20 7883
941 음악과 수학(1) - 음악의 엔트로피 33 file bluejay 2003.11.20 10280
940 John Dowland의 "What if I never speed"의 악보 1 file 정천식 2003.11.19 14601
939 [re] 당시엔 이런게 유행이었나봐요... ^^ 3 file eveNam 2003.11.19 7169
938 Bach의 푸가의 기법 12번에 대하여 7 file 정천식 2003.11.19 11615
937 바흐의 역행 카논 1 file 정천식 2003.11.19 11734
936 한국 전통음악 좋은곡으로 추천해 주셔여~~^^ 19 2003.11.17 11999
935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을 추천합니다. 6 고정석 2003.11.17 14689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