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장에 울려퍼지는 정열적이고도 우아한 음악(1)

by 정천식 posted Feb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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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P. Marquina
곡명 : Espana cani(스페인 집시)
연주 : R. Dorado(Cond.), Band of the Plaza de Toros, Madrid(마드리드 투우장 밴드)

  별첨 음악은 스페인 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의 하나입니다. 이 곡을 연주한 음반을 조사해보니 제게 모두 7종이 있네요. 대규모의 Full Orchestra로 연주한 것도 있는데 이 음악이 투우장에서 주로 연주되는 곡임을 감안하여 투우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투우장 밴드가 연주한 이 음반을 골랐습니다. 이 음악은 빠소 도블레(Paso doble) - 소를 무너뜨리고 의기양양하게 투우장을 빠져나가는 투우사의 경쾌한 스텝에서 유래한 댄스 스포츠 - 를 춤출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까니(Cani)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사투리인데 "집시-gitano(히따노)"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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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우(鬪牛:Corrida de Toros)는 스페인의 국기(國技)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일요일 오후, 낮잠(시에스타:Siesta)을 즐긴 후 오후 4시경에 아레나(Arena)라고 하는 투우장으로 몰려가서 투우를 관전하며 열광한다. 요즈음에는 축구의 인기에 눌려 예전과 같은 영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투우의 인기는 대단하다. 투우는 목축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투우를 단지 인간과 숫소 사이의 죽음의 게임으로만 본다면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스페인의 국기를 모욕하는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 투우는 게임이나 스포츠가 아니며 아름답고도 멋스러운 의식이며 예술이다. 우리 나라에서 개를 식용으로 하는 관습을 두고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야만적’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스페인의 투우를 두고 ‘동물학대’라든지 ‘야만성’ 내지는 ‘스페인의 후진성’까지 들먹이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투우는 소가 일방적으로 지게 되어 있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근의 포르투갈에서는 마지막에 소를 죽이는 장면을 생략한다.

  그러나 1700년이래 스페인의 유명한 1급 투우사 125명 중 40명 이상이 투우장에서 죽었다는 통계를 볼 때 소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 아니라 투우사에게도 상당히 위험한 의식인 것만은 사실이다. 투우장에서 죽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부상으로 은퇴하여 한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지내는 투우사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나는 스페인의 투우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다만 스페인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투우에 대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들어가서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투우가 발생한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스페인의 다른 지방과 많이 다르다. 이 지역은 특히 마녀나 무녀, 이교도(비기독교도)적인 종교의식 및 미신 등도 많은 곳으로서 신비하고도 샤머니즘적이며, 논리를 뛰어 넘는 문화의 발자취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특이한 지방이다. 이러한 토속성이야말로 이 지방만의 독특한 요소로서 제반 예술분야에서 스페인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파야(M. de Falla:1876~1946)의 <사랑은 마술사 El Amor Brujo>와 같은 음악이나 로르까의 수많은 시작이나 희곡작품들에 이같은 토속성이 없다면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스페인의 사상가 오르떼가 이 가세뜨는 <극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 속에서 극의 기원을 디오니소스 제의식에 두면서도 스페인 사람들은 아직도 그 모습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다고 했는데 바로 투우를 두고 한 말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제물로 바치던 소를 가지고 예술의 기원에 가장 근접한 가장 원시적이며 위대한 예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론다(Ronda)는 투우의 발상지인데 18세기에 이 지방에서 태어난 프란시스꼬 로메로가 그 동안 말을 타고 창으로 소를 찌르던 레호네오(Rejoneo) 방식을 무시하고 1726년에 최초로 칼과 물레따(Muleta 막대에 감은 붉은 천)로 소에 도전하여 새로운 투우의 표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즈음에도 말을 타고 창으로 소를 찌르는 투우사인 삐까도르가 있는데 이러한 전통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란시스코의 손자인 뻬드로 로메로는 5천여 마리의 소를 죽인 전설적인 영웅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스페인의 화가인 고야가 그린 초상화가 남아 있다. 투우는 프랑스 남부지방과 남미에서도 열리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스페인으로서 이 나라 사람들의 투우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요일 오후에 낮잠을 즐긴 후 투우장으로 몰려가거나, 따블라오(Tablao 카페)에서 밤이 새도록 플라멩꼬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 마치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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