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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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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에 요절한 바스크 출신의 천재 작곡가 - 아리아가 ▶

곡명 : Symphony in d Minor(교향곡 d단조), Overture to 'Los esclavos felices'('행복한 노예' 서곡)
연주 : Sir Charles Mackerras(Cond.), Scottish Chamber Orchestra
녹음 : Hyperion CDA66800, CD
















교향곡 D단조 1악장 'Adagi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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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 : String Quartets(No. 1~3), 현악4중주 1~3번
연주 : Guarneri Quartet, 과르네리 4중주단
녹음 : Philips 446 092-2, CD
















현악4중주 1번 d단조 1악장 'Allegr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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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명 : String Quartets(No. 1~2), 현악4중주 1~2번
연주 : Guilet String Quartet, 길레 현악4중주단
녹음 : Rarities Collection CHS-1068-PT(Limited Edition), LP

◆ 요절했던 천재 작곡가들 ◆

  흔히 모짜르트(W. A. Mozart 1756~1791)를 요절한 천재 작곡가라고 한다. 35세의 나이로 죽었으니 요절한 작곡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5세에 작곡을 시작하여 8세에 《바이올린 소나타》와 《교향곡》을 작곡했던 음악의 신동. 35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많은 걸작을 쏟아냈던 천재. 그러나 대략 30년 동안이나 작품활동을 했으니 작곡가로서의 삶으로서 결코 짧다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상의 작곡가 - 예를 들어, 베토벤(L. v. Beethoven 1770~1827)과 같은 작곡가 - 는 습작기를 거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베토벤은 대략 40년 동안 작곡을 했는데 만년의 작품은 깊은 정신세계를 담은 것이었다. 모짜르트 역시 연주여행을 통하여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흡수하고 자신의 작품 속에 이를 반영해 나갔지만, 초기부터 예술적 향기가 짙은 작품을 쏟아낸 특이한 작곡가이다. 그래서 모짜르트는 나이를 먹지 않는 작곡가라고 한다. 30세가 넘어서야 작곡가로의 뜻을 세우고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브루크너(A. Bruckner 1824~1896)와 같은 작곡가도 있는 것이고 보면, 어느 누가 말했듯이 모짜르트는 너무 오래 산 작곡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찌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작곡가는 오로지 그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슈베르트(F. Schubert 1797~1828)도 요절했던 천재였다. 선천적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서 자신을 내세울 줄 몰랐던 슈베르트는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 슈베르트 친구들의 모임)라는 조촐한 모임을 통하여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비인 음악계의 몰이해 속에서도 독일 가곡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죽음을 앞둔 만년에는 초기의 작품에 나타났던 샘솟는 듯한 선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작품이 치밀해지고 내재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독(梅毒)이라는 병으로 요절하고 말았지만 작품세계가 깊어져 가고 변모해 가는 과정에서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이 못내 안타깝다. 《피아노 소나타 D.958~960》이나, 《현악5중주 D.956》과 같은 후기 작품에서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작품이 치밀해졌다고는 하나 표정이 풍부한 화성의 계류(繫留)나 예측할 수 없는 화성의 변화는 전형적인 슈베르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00여 곡의 독창적인 가곡을 남긴 휴고 볼프(H. Wolf 1860~1903)는 모짜르트보다 8년을 더 살았지만 작곡가로서의 활동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를 요절한 천재 작곡가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그를 괴롭힌 정신병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가곡은 독일 가곡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는 열렬한 바그네리안(Wagnerian 바그너를 추종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바그너의 아류로 흐르지 않았고, 당시에 유행하던 그 어떤 유파에도 물들지 않았으며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진정한 천재 작곡가였다. 그는 시(詩)를 심리적,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시의 운율보다 언어의 리듬에 밀착된 모습을 보여 주는데, 독일가곡의 한 흐름인 데클러메이션(Declamation 언어에 음악이 종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율의 움직임)을 보여준 공적을 잊을 수 없다. 독일가곡에 있어 그와 비견될 만한 작곡가는 슈베르트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는 영감이 분출될 때면 잠도 자지 않고 하루에도 몇 곡씩을 작곡하였고, 영감의 고갈을 느꼈을 때에는 단 한 소절도 작곡할 수 없었던 광기 어린 불행한 천재 작곡가였으며, 자신이 가진 음악적 지식을 중언부언 늘어놓지 않는 자기 자신에 극히 성실했던 작곡가였다. 기질적인 면으로 보자면 고호(V. v. Gogh 1853~1890)와 같은 화가에 비견될 정도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작곡가였다.

  반면, 시벨리우스(J. Sibelius 1865~1957)는 92세까지 장수했던 작곡가인데 인생의 후반기에는 작품활동을 하지 않고 자연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대략 인생의 중반 30년 동안만을 작곡가로 활동한 특이한 경우도 있다. 프랑키스트(Frankist) - 벨기에의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C. Frank 1822~1890)를 추종하는 사람들 - 의 주요 멤버였던 르쾨(G. Lekeu 1870~1894)도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벨기에의 작곡가인데 작품활동 기간이 채 10년을 넘지 않음에도 《바이올린 소나타》와 같은 걸작을 남기고 있다. 1994년 그의 사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작품 전집이 모두 9장의 CD(Ricercar RIC 94001)로 발매되었으니 참고 바란다. 그리고 우수한 현대음악가를 많이 길러내어 현대음악계의 대모로 불렸던 나디아 불랑제(N. Boulanger 1887~1979)여사의 여동생 릴리 불랑제(Lili Boulanger 1893~1918)도 요절했던 천재였다. 크론씨 병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달리면서 작곡에 전념했으나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다. 그녀는 약관 19세의 나이에 여성 작곡가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예술원이 수여하는 로마대상(Grand Prix de Rome)을 수상했다. 로마대상을 수상했던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로는 베를리오즈(L. H. Berlioz 1803~1869), 구노(C. F. Gounod 1818~1893), 비제(G. Bizet 1838~1875), 마스네(J. M. F. Massenet 1842~1912), 드뷔시(A. C. Debussy 1862~918) 등이 있는데 이 상이 갖는 비중을 대변해주고 있다. 1999년에 녹음하여 2000년도 그라모폰 상(賞)의 합창부문을 수상한 릴리 불랑제의 음반(Chandos chan9745)에서 그녀의 천분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 아리아가의 짧은 삶과 작품세계 ◆

  요절한 천재 작곡가의 대열에 스페인 출신의 아리아가(J. C. de Arriaga 1806~1826)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는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Bilbao)에서 태어났다. 빌바오는 대서양을 면한 스페인의 북부의 무역항으로서 물자가 풍부하였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부유럽의 문화를 흡수하는 창구역할을 하였다. 아리아가의 아버지 시몬은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편,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였다고 하며, 형인 라몬은 바이올린과 기타연주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모짜르트와 같은 세심한 음악적 배려와 환경 속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음악적인 재능을 나타내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11세에는 《무(無)와 다(多)》라는 9중주곡을 작곡했고, 14세에 오페라 《행복한 노예 Los esclavos felices》를 작곡하였는데 로시니(G. Rossini 1792~1868) 못지 않은 훌륭한 선율이라는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15세에는 파리로 유학을 갔는데 그를 지도했던 F. J. 페티는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그의 재능에는 기적적인 것이 있었다. 3개월도 안되어 그는 모든 화성법을 익혀버렸다. 2년 후에는 모든 대위법과 푸가 작곡법에 정통해 있었다..." 그리고 1824년 18세에 작곡한 3편의 현악4중주에 대해 "이 이상으로 독창적이고 우미하고 순결하게 씌어진 작품은 이 밖에 다시 생각할 수도 없다"고 격찬하고 있다. 확실히 아리아가의 작품에는 천재의 숨결이 느껴진다. 1825년에는 《교향곡 d단조》를 작곡했는데 아리아가의 최고의 걸작이다. 이 밖에 몇 곡의 종교음악과 피아노작품 그리고 바이올린 작품을 남기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이 넘쳤던 아리아가는 결핵에 걸려 20번째의 생일을 열흘 앞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리아가의 3개의 현악4중주(1번 d단조, 2번 A장조, 3번 E-flat장조)는 18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된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모짜르트는 모두 23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하였는데, 초기의 약간 유치한 곡들을 제외하고 26세 무렵에 하이든의 현악4중주 양식을 흡수하여 작곡한 속칭 "하이든 4중주곡(14~19번)" 이후부터를 모짜르트의 개성이 드러난 본격적인 작품으로 봐야할 것이다. 아리아가가 18세에 작곡한 일련의 현악4중주곡들을 들어 보면 고전파 스타일의 현악4중주 양식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짜르트가 17세에 작곡한 일련의 현악4중주곡(8~13번)과 비슷한 나이에 작곡한 아리아가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에서 아리아가의 작품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나이로만 작품을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용서한다면, 적어도 아리아가가 18세 무렵에 모짜르트보다 더 깊은 음악적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아리아가의 《교향곡 d단조》는 19세 때에 작곡된 걸작인데 전형적인 고전파 스타일의 작품으로, 흔히 '질풍노도(疾風怒濤) Sturm und Drang'이라고 부르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18세기 말에 유행했던 문학사조가 음악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면 되겠는데, 1악장에서는 젊은 혈기가 용솟음치는 청소년기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으며, 느린 2악장에서는 이 나이의 젊은이들이 느꼈을 우울하고 감상적인 면모도 묻어나고 있다. 3악장은 미뉴엣 악장인데 미뉴엣이라기 보다는 스케르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베토벤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아리아가가 스페인을 떠나 파리로 유학을 가서 세계의 여러 음악양식을 활발하게 흡수하고 자기의 작품 속에 반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악장은 1악장의 '질풍노도'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밝은 가운데에서도 우수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모짜르트가 천재라고는 하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비교적 자주 연주되는 작품은 KV 300번 이후의 것들이다. 이 시기가 20세 전후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이때부터가 모짜르트의 개성이 표출된 시기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모짜르트의 초기 작품 중 비교적 자주 연주되는 《교향곡 25번 g단조, KV 183》는 17세에 작곡한 것인데 아리아가의 《교향곡 d단조》와 같이 '질풍과 노도' 스타일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모짜르트의 《교향곡 25번 g단조, KV 183》는 잘 알려진 《교향곡 40번 g단조 KV 550》, 《현악5중주 g단조, KV 516》와 동일한 조성인데 모짜르트는 'g단조'에서 특유의 짙은 우수가 느껴지는 명작을 남기고 있다. 비슷한 나이에 작곡된 비슷한 경향의 이 두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작이다.

  아리아가는 부당하게 잊혀진 작곡가이다. 그가 적어도 모짜르트만큼만 살았어도 서양음악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 것이다. 모짜르트, 슈베르트가 요절했다고는 하나 자신의 음악세계를 드러내고 나서 죽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아쉬움은 없으나 아리아가는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병마에 스러지고 말았다. 참으로 애석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그가 남긴 몇 편의 작품만으로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서양음악사에 길이 남을 천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아리아가가 살았던 고전파 시대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음악을 양분했던 때였기 때문에 스페인이라는 변방의 작곡가가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변방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는 아리아가가 죽고 난 이후에 생겨난 낭만파 시대부터이다. 하지만 아리아가는 잊혀져야 할 만큼 격이 떨어지는 작곡가가 아니라 재조명되어야 할 천재 작곡가다. 필자는 부당하게 잊혀진 아리아가를 알리고자하는 의도에서 이 글은 쓴다. 다행히 음반이 아직 숫적으로 적기는 하나 몇 장이 나와 있다. 그리고 아리아가의 고향 빌바오에 가면 그를 기리는 오페라 하우스(Teatro Arriaga)가 건립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http://www.teatroarriaga.com/을 방문해보기 바란다.

◆ 아리아가를 연주한 음반 ◆

  필자는 오래 전부터 스페인 음악 전반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음반을 수집했으나 아리아가의 음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필자의 지인이 운영하는 빈티지 오디오 숖(Vintage Audio Shop)에 중고 LP 수입음반이 다량 입하되었다. 이 무렵은 세계 여러 나라의 방송국에서 보유하고 있던 LP를 처분하고 CD로 교체를 하던 시기라 LP를 구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기였다. 필자는 당시 약간의 여유 돈만 생기면 오디오를 업그레이드하거나 LP를 구입하는 바람에 항상 빈 주머니였고, 안사람에게는 이미 못 말릴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신용카드까지 차압을 당하는 바람에 끼니만 겨우 때우는 불쌍한 신세였다. 그러나 어찌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어느덧 오디오 숖에서 음반을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LP 재킷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왜 그리 좋았던지... 그리고 LP의 다양한 레이블들을 재미있게 공부해가던 시기라 LP에 푹 빠져 있던 때였다. CD는 그 크기부터가 작아 앙증맞은 장난감처럼 느껴져서 깊이 있는 음악을 담는 그릇으로 부족해 보이기도 했었다. 음반을 고르던 중 필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원래의 음반 재킷이 없어졌는지 두꺼운 종이로 임시로 만들어진 재킷에 싸인 십 수장의 초라한 음반더미 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리아가의 음반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길레(Guilet)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아리아가의 《현악4중주 1~2번》. 필자의 손이 떨리고 가슴이 용솟음 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Fine Art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전집, 마르티누(Martinu)의 《바이얼린 협주곡》과 《피아노협주곡 3번》을 체코 수프라폰(Supraphon 체코 국영 음반사)에서 제작한 모노 초반, 말리피에로의 《현악4중주 4번》과 프로코피에프의 《현악4중주 2번》을 이탈리아노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콜럼비아의 모노 초반.... 초라한 음반재킷 더미에 들어 있던 음반들은 숨겨진 보물더미였던 것이다. 게다가 반질(盤質)은 하나같이 특A급이었다. 십 수장의 음반을 아주 헐값으로 흥정을 하여 외상으로 들여놓았다.

  길레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LP음반을 재킷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어 정성스레 먼지를 닦아내고 카트리지를 음반 위에 올려놓았을 때의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다. 'Rarities Collection(희귀 음반 모음)'이란 큰 글씨도 마음에 들었고, 'Limited Edition'이란 글씨도 기대감에 들뜨게 했다. 모노 녹음이기에 모노용 카트리지에서 나오는 곰삭은 소리는 황홀함 그 자체였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1번과 2번만 녹음이 되어 3번을 들어볼 수 없는 점이었다. 길레 현악4중주단은 그리 널리 알려진 연주단체는 아니나 리더인 다니엘 길레(Daniel Guilet)는 독주자로서도 많은 음반을 남기고 있는 바이올린 주자이다. 그리고 첼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소여(David Soyer)는 과르네리 현악4중주단에서도 활동한 실력자이다.

  치링기리안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음반은 아직 구하지 못했으나 중견 현악4중주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과르네리 현악4중주단이 연주한 CD를 입수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음반은 Philips에서 CD로 나왔는데 전곡(1~3번)을 다 수록하고 있다. 과르네리 현악4중주단의 명성에 걸맞은 안정된 연주도 일품이다. 《1번 d단조》는 모짜르트의 현악4중주곡에서 느껴지는 애조 띤 선율과 귀족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명작이다. 1~3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곡인데 마치 모짜르트의 현악4중주곡을 듣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고전파 음악이 추구했던 균형과 조화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어느 한구석도 흐트러진 데가 없이 완벽한 조화와 균형미를 갖춘 걸작이다. 《2번 A장조》도 전형적인 모짜르트 스타일이다. 그의 생애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접할 수 없어 속단하기는 이르나 그가 모짜르트를 모델로 하여 공부를 했음에 틀림이 없다고 여겨진다. 악장의 배치도 전형적인 모짜르트 스타일이다. 다만 3악장에 나오는 미뉴엣은 베토벤의 스케르쪼(Scherzo)를 따르고 있지만 베토벤처럼 해학적인 요소는 적다. 즉 아리아가의 현악4중주는 모짜르트를 모델로 하여 베토벤적인 요소를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3번 E-flat장조》는 앞의 두 작품에 비해 다소 격이 떨어진다. 과르네리 4중주단의 연주는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이 말쑥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길레 현악4중주단에서 느꼈던 예스런 맛이 없어 다소 불만이다. 하기야 길레 현악4중주단이 활동하던 시기는 전체의 앙상블을 중시하기보다는 제1바이올린이 주도하던 때라 길레의 예스런 연주가 한 몫을 담당했지만, 요즈음에 활동하는 현악4중주단은 각 파트가 고른 중요도를 갖고 치밀한 앙상블을 추구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다.

  프뤼벡 데 부르고스의 지휘로 독일의 Schwann사에서 발매한 아리아가의 《교향곡 d단조》가 있으나 아직 입수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찰스 매케라스경(Sir Charles Mackerras)의 지휘와 스코틀랜드 실내악단의 연주로 Hyperion에서 CD로 나와 있다. Hyperion이란 회사는 영국의 음반회사로서 CD시대에 급격히 부상한 음반사인데 거의 메이저급의 음반사로 성장하였으며 잊혀진 작곡가들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아리아가의 《교향곡 d단조》도 이러한 작업의 결과로 녹음된 것이다. 체코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왔던 찰스 매케라스경의 지휘 아래 요절했던 체코의 작곡가인 보리세크(J. V. Vorisek 1791~1825)의 《교향곡 D장조》도 한 음반에 같이 들어있어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행복한 노예' 서곡 Overture to 'Los esclavos felices'》도 같이 수록되어 있는데 14세에 작곡한 작품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전파 시대의 어법을 완벽하게 체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서곡은 로시니의 오페라 서곡에서 자주 나타나는 유쾌한 스타일을 닮아 있다. 현재 발매된 음반은 서곡 밖에 없어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이 유쾌한 '오페라 부파(Opera buffa) 스타일의 작품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Comment '2'
  • seneka 2004.02.04 03:49 (*.84.57.220)
    자세한 설명 갑사합니다..
  • 2004.02.04 08:18 (*.105.92.77)
    아름답당......아리아가 첨 들어봤어요....제가 모르는 멋진음악인이 얼마나 많을까요? 800만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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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 줄리언 브림 경, 80회 생신. 그라모폰 평생공로상 수상 file 섬소년 2013.11.01 10593
1378 서평 : 노래극의 연금술사(오해수 지음) 2 정천식 2013.08.25 18383
1377 말러의 "현세의 고통에 대한 술 노래" - 병호 형을 생각하며 6 file 정천식 2013.08.02 19122
1376 전통문화의 원리를 찾아서 (우실하) 콩쥐 2013.07.19 16167
1375 클래식음악과 실용음악의 연관성 2 susujun 2013.06.21 17308
1374 작곡가philip rosheger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2 티트리 2013.02.21 17317
1373 블루스 2012.07.20 19931
1372 재즈, 음악의 르네쌍스를 이끌다. 2012.07.20 11952
1371 1991년 오우삼감독의 종횡사해라는 영화에 나왔던 노래입니다. file 마이콜 2012.07.13 15259
1370 작곡에 관해 훈님에게 질문 11 궁금 2012.05.29 11654
1369 기타리스트 김세황 오케스트라와 만나다 <청양> 까마니 2012.05.06 12302
1368 피게라스를 추모하며 5 file 정천식 2012.04.14 15233
1367 이미경 Who, " violinist / 뮌헨음대 교수 " < 발췌문 > 4 jons 2012.03.09 19308
1366 세고비아가 남긴 샤콘느의 4가지 녹음 10 file 정천식 2012.01.21 26305
1365 좋은 편곡이란 ? ( 슈베르트의 밤과 꿈에 대하여... ) 5 진태권 2012.01.10 17785
1364 클래식기타주자가 가야할길.. 333 생각 2011.02.14 47188
1363 Blues&#65381;Jazz, Flamenco, 국악 장르와 즉흥연주&#65381;애드립 11 gmland 2011.02.04 15038
1362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128 의문 2011.01.31 2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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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 카오리 무라지 dvd 코스타리카 감상 file 로직밤 2009.03.22 1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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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3 마르코 소시아스 마스터클래스(2008.11.6) 3 YEON 2008.11.08 1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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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 절대음감 좋은가 나쁜가? 35 seami 2008.06.09 20351
1324 [re]또 하나 클래식 좋은글 ... 2008.06.08 1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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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76 - 100) file 2008.06.04 20370
1321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51 - 75) file 2008.06.04 20225
1320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26 - 50) 1 file 2008.06.04 19281
1319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1 - 25) 2 file 2008.06.04 2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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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7 기타 맥놀이 조율표 4 file CHOI 2008.03.24 23023
1316 음악과 수학 - 순정조와 평균률, 그리고 기타의 조율 10 bluejay 2008.03.24 2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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