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91.10.225) 조회 수 9573 댓글 7
  * 트레몰로 주법의 처리

  우선, 작편곡가의 관점에서 생각해 봅시다.

  바이올린 같은 찰현악기의 연음을 구사하기 위한 이유로만 트레몰로 주법을 개발했을까요? 그렇다면, 기타라는 악기의 32분 음표에 의한 연음이 과연 바이올린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기타음악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찰현악기의 연음 흉내를 내는 것이라면 어떤 음악적 의미가 있을까요? 토막 음으로 연결한 발현악기의 트레몰로를 아무리 빨리 구사한들, 그게 연음이 될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고른 탄현으로 연음을 내는 것이 트레몰로 주법의 본질이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32분 음표 하나하나가 색다른 음색과 시차를 가지고 있다면, 또 전체적인 흐름이 프레이징에 따라 점점 느려지기도, 점점 빨라지기도 한다면, 또 32분 음표 하나하나의 탄현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서로 다른 강약으로써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이 훨씬 더 기타음악적일 것입니다. 또한 이런 연습이, 시간적, 강약적, 음색적으로 고른 탄현을 유지하는 연습보다 도리어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옛날부터 트레몰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수님이 외칩디다. “도대체 누가 32분 음표 하나하나를 꼭 같이 연주하라 했나?” 이런 개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다고 봅니다.

  고른 탄현이라는 의미에도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학적인 물리학적인, 32분 음표에 의한 균등 배분을 뜻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소위 말발굽 타법 등은 숙련 부족에 의한 문제점임에 틀림없지만, 고른 탄현이라는 의미는 전체적인 균형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32분 음표 4개로 쪼개어진 8분 음표 하나 안에서도, 32분 음표 하나하나가 점점 느려지기도 점점 빨라지기도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혀있다면, 이는 고른 탄현이라 볼 수 있는 것이고, 창의적인 프레이징이 이런 기법/기능을 리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기혁님이 이런 댓글을 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32분 음표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이런 개념이 오히려 중요한 단서가 아닐까요? 나는 이 말이 정곡을 강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있는 어쿠스틱 음색을 지닌 미디음악으로 트레몰로를 만들어서 들어보십시오. 32분 음표는 시간, 강약, 음색이 완벽하게 균질합니다. 만일, 사람 손으로 미디와 똑같이 연주한다면, 미디 음향이 내는 효과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창의적 프레이징이란 개념을 떠나서, 목적 없이 단순히 속도를 빠르게 또는 늦게 트레몰로를 구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권정오님이 지적한 대로, 이런 개념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나는, 연주가라면, 이 비교가 깊은 악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프레이징의 연구 없는 단순한 수학적, 물리학적인 균등 배분, 악성이라는 리드가 없는 단순한 속도 경쟁은 위험합니다. 음악이론은 수학과 물리학의 기초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음악이론은 음악에 봉사하는 것이고, 음악은 수학이나 물리학이 아니며, 음악은 시간예술이지만, 그렇다고 속도 경쟁하는 기능공들의 기능 올림픽이 아닙니다.

  gmland.


Comment '7'
  • 시내 2003.11.05 11:05 (*.254.63.29)
    언제나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주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속도경쟁하는 올림픽이 아니라는 말씀...큰 위로가 되는군요. 문제는 늦고도 아름다운 트레몰로가 가능키 위해서는 약간 추하더라도
  • 시내 2003.11.05 11:07 (*.254.63.29)
    빠른 트레몰러를 칠수있는 선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늘 있어요. 오류있는, 순 개인만의 경험에 불과한 의견이라면 죄송해요.
  • 2003.11.05 13:13 (*.168.105.40)
    시원한 설명 감사합니다^^
  • 저녁하늘 2003.11.05 20:53 (*.239.95.111)
    이글은 또 지금 봤네요... 저랑 똑같은 생각이네요... 참 당연한 말이기두 하구여^^
  • 시내 2003.11.07 16:57 (*.254.63.29)
    gmland님이 저를 위해 특별히 달아주셨던 리플을 보고 감사인사 드린다는 것이 이제보니 다시 내리셨네요. 기타메니아내 훌륭하신 선생님이신 gmland님 같은 분으로부터 귀한 가르
  • 시내 2003.11.07 17:29 (*.254.63.29)
    침을 받았다는 것이 큰 영광으로 여겨졌었지요. 모르는 한사람을 배려해 베풀어주셨던 말씀 오래도록 새겨두겠습니다. 값진 글을 잃어버릴만큼 때놓친 감사의 마음을 이제야 올립니다.
  • 애벌레 2003.11.10 03:10 (*.42.222.135)
    키야~역시 깊은 깨달음을 주시네요.....전 지금까지 정성껏 음한음 트레몰로를 연주한게 아니라 손만 기계처럼 칠려고 햇던거 같아요..이제 눈감고 알함브라궁을 상상하면 연습해야겟당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4 류트조곡 연주자소개.(사랑방님의 글) 2003.11.17 9331
933 비욘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의 레코딩 모습... 비발디..."con molti strumenti" 8 eveNam 2003.11.11 8432
932 데이비드 러셀의 옛 내한공연에 대한 질문입니다.. 18 으니 2003.11.10 7504
931 트레몰로~ 5 j.w 2003.11.10 8626
930 트레몰로의 교과서연주. 20 2003.11.09 10011
929 트레몰로에 대한 변증법적(?)인 고찰..........(지얼님글 퍼온글) 3 2003.11.09 9115
928 트레몰로에 대한 투정. 2 2003.11.09 10073
927 클래식 기타의 "꽃" 트레몰로... 11 2003.11.05 12817
» 트레몰로 주법의 처리 7 gmland 2003.11.05 9573
925 [re] 악기별 트레몰로 주법 gmland 2003.11.16 15328
924 밥할때 불의세기. 2 2003.11.16 9292
923 유명연주자의 트레몰로감상후기(러쎌, 바루에코,윌리암스) 64 2003.11.18 11056
922 적어도 이 두곡 만큼은여... 2003.11.18 7256
921 완벽한 트레몰로란? J.W. 2003.11.04 8832
920 트레몰로에 관하여 18 트레몰로미친 삐꾸 2003.11.04 8683
919 파크닝의 알함브라... 2 pepe 2003.11.01 9257
918 Gila's lullaby 1 ansang 2003.10.31 12033
917 La Guitarra California 2003 (후기) 7 bluejay 2003.10.28 11298
916 bluejay님 미국사라여? 3 2003.10.28 9471
915 Lecture of Jordi Savall... Early Music Today... 9 eveNam 2003.10.11 9098
914 연주에 대해서...("존 윌리암스 스펙트럼"관련)(어쩌면여^^) 1 2003.10.12 8828
913 sadbird 라는 곡.. 1 아따보이 2003.10.12 7864
912 "콤파냐 보칼레" 연주회 후기... 10 file eveNam 2003.10.02 8708
911 나의 연탄 이중주에 대한 거짓말 으니 2003.10.03 6867
910 망고레에 대하여~ 23 file 2003.09.20 9954
909 공개질문입니다요~ 52 기타사랑 2003.09.19 10348
908 파가니니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대소나타[바이올린이 반주해주는] 좀 올려주세요. 1 메르츠 2003.09.07 11461
907 로드리고의 곡들좀 감상실에 올려주십시오... 2 손님 2003.09.06 6679
906 Cuban Landscape with Rain verve 2003.09.04 8302
905 ★★★ 화음의 진행 27 file bluejay 2003.09.03 11643
904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5부(참고문헌) 9 쩜쩜쩜 2003.09.02 9978
903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4부 쩜쩜쩜 2003.09.02 9618
902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3부 쩜쩜쩜 2003.09.02 52174
901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2부 쩜쩜쩜 2003.09.02 9976
900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II, BWV 1004 - 제1부 쩜쩜쩜 2003.09.02 13198
899 [re] 나누어서 번역할 자원봉사 찾습니다. 7 gmland 2003.09.04 7388
898 무뇌중 어록중에서. 44 B612 2003.09.01 11209
897 [re] 무뇌중 어록중에서. 4 천지대야망 2003.09.01 8623
896 [re] 클래식은 리듬이 약하다는 논리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12 gmland 2003.09.01 8379
895 전체적으로는 공감합니다만 약간... 오로라 2003.09.02 6907
894 바하와 헨델, 바로크 7 천지대야망 2003.08.31 8443
893 [re] 바하와 헨델, 바로크 - 약간의 딴지... ^^; 2 신동훈=eveNam 2003.09.01 7526
892 총평(디게 잼있어요) 3 B612 2003.08.31 7150
891 지극히 개인적인. 9 B612 2003.08.31 8401
890 음악의 호불호에도 객관적 보편타당성이 존재하는가? 1 gmland 2003.08.29 7257
889 한국적인 것. 30 B612 2003.08.29 9737
888 [re] 조선의 힘 15 2003.08.29 9775
887 음악에서의 호불호 6 2003.08.29 9230
886 . 37 . 2003.08.27 7987
885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자중들 하십시오 !!! 1 gmland 2003.08.31 8216
884 [re] 음악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펌) 6 아롱이 2003.08.29 7391
883 . 13 . 2003.08.28 8794
882 [re] 음악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펌) 28 B612 2003.08.29 7354
881 [re] 음악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펌) 13 B612 2003.08.28 8127
880 [re] 음악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펌) 10 B612 2003.08.28 9675
879 Agustín Barrios Mangore:The Folkloric, Imitative, and the Religious Influence Behind His Compositions by Johnna Jeong 2 고정석 2003.08.14 11400
878 [re] ★★★ 조국을 사랑한 바리오스 망고레 ( 글 & 번역 gmland ) 완결판 ★★★ 2 고정석 2003.08.29 12324
877 [re] ★★★ 조국을 사랑한 바리오스 망고레 ( 글 & 번역 gmland ) 완결판 ★★★ 2 2003.09.16 8045
876 기타-화성학이란 무엇인가? - 예제를 통한 코드의 이해 (2) 8 file gmland 2003.07.27 13080
875 [re] 코드진행님 질문과 답변 2 gmland 2003.07.29 7833
874 [re] 피날리 가진 분을 위한 피날리 악보 - 별첨 file gmland 2003.07.27 7275
873 이곡 제목 뭔지 아시는분? 7 차차 2003.07.24 7681
872 Naxos 기타 컬렉션 中 명반은??? 11 세곱이야 2003.07.24 10544
871 기타-화성학이란 무엇인가? - 예제를 통한 코드의 이해 (1) file gmland 2003.07.24 17707
870 또 질문 있습니다...^0^ 33 file 아랑 2003.07.20 9057
869 페르시안마켓에 대해서.. 2 케텔비 2003.07.19 12219
868 루이스 밀란의 파반느요.. 3 루이스 2003.07.19 7245
867 [re] 루이스 밀란의 파반느요.. 4 루이스 2003.07.19 7070
866 Guitar의 정의 - The Guitar 5 일랴나 2003.07.18 8872
865 [re] Guitar의 정의 - 번역 19 gmland 2003.07.18 7080
864 [펌] 피아졸라에 관한 글 3 삐아솔라 2003.07.16 8944
863 멋있게 해석좀 해주세요.. 94 아랑 2003.07.15 9920
862 [re] 2001년 9월 1일자 외국어대 영자신문중에.... 5 seneka 2003.07.18 7967
861 [re] 채소님, 음악에 대한 인용구 번역입니다. 2 gmland 2003.07.16 7922
860 Music Quotes.. 채소 2003.07.15 19066
859 퐁세의 발레토 5 iBach 2003.07.01 8184
858 바루에꼬 마스터클래스 실황녹음(BWV996) 4 iBach 2003.06.29 9389
857 장화음과 단화음의 비밀 28 file Bluejay 2003.06.29 15285
856 [re] 7화음의 이름 2 file gmland 2003.06.29 9300
855 기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12 천지대야망 2003.06.27 10508
854 기타 하모닉스에 관한 물리학적 접근 2 익제 2003.06.23 7780
853 트레몰로. 2 2003.06.23 7662
852 [re] 트레몰로. 5 기타 이상자 2003.07.16 8218
851 바루에꼬 마스터클래스 실황녹음(아랑훼즈협주곡) 5 iBach 2003.06.21 7572
850 바루에꼬 마스터클래스 참관기 13 iBach 2003.06.21 7596
849 야마시타 11 천지대야망 2003.06.20 8313
848 현대음악이란 이런걸 말하는게 아닐까요? 14 2003.06.19 8340
847 음악도 분명히 현재의 모습을 반영하는 곡들이 지금가득합니다. 9 cool 2003.06.23 6359
846 칼카시 토론을 하면서....... 14 gmland 2003.06.18 6927
845 정규 소품은 연습곡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7 gmland 2003.06.17 6897
844 토론실에 있는, 저작권에 대한 글들에 관하여 10 gmland 2003.06.14 7776
843 음악의 예술성과 과학성, 음악과 음학 10 gmland 2003.06.11 9151
842 코드... 2 얼떨결에지나가는넘 2003.06.10 10086
841 마누엘 바루에꼬 마스터클래스(前記) 8 iBach 2003.06.10 7752
840 ★ Krystian Zimerman 마스터 클래스 후기 ★ 28 으니 2003.06.09 9398
839 카르카시 교본에 대하여....제 생각에는...^^;; 6 망고레 2003.06.07 9031
838 제가 야마시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5 seneka 2003.06.06 6806
837 카르카시교본비판에 관하여3 4 기타방랑자 2003.06.04 6786
836 카르카시교본비판에 관하여2 6 기타방랑자 2003.06.04 7440
835 제가 생각하는 카르카시. 12 file 아랑 2003.06.04 823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