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프레이징을 어떤 수단으로써 어떻게 처리하나? (2) - she님의 질문에 대한 답글.
프레이징은,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주자를 따라 해보는 것이 쉽겠지요. 창조는 모방부터이니까요. 이때는 반드시 악보를 보면서, 그 연주자의 프레이징을 추적해야 합니다. 물론 프레이즈의 구획이 악보 상에 미리 정리되어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프레이징의 처리 기법을 몇 가지로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작곡, 편곡자 및 연주자의 주관적인 것이므로,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패턴을 몇 개 예시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작곡가의 프레이징과 연주가의 그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즉, 연주자가 다른 해석을 시도한 경우입니다. 대개의 작곡가는 이를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먼저, 프레이즈를 구획하는 것부터 논합니다. 사람들은 작곡을 할 때, 곡을 쓴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작곡이 문학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주제를 문학으로 표현할 수도, 음악이나 회화로 표현할 수도 있으니까요.
문학처럼, 음악에서도, 起承轉結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이 기승전결을 풀어나가는 것을 프레이징이라 할 수 있겠지요. 기승전결, 이 4개의 구획이 악곡마다 반드시 명료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기승전결의 각 파트가 반드시 1개의 프레이즈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기승전결은, 그 악곡의 주제, subject의 진행과정을 말하는 것이므로, 프레이징을 분석하고 표현한다 함은, 바로 악곡 주제의 변형과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곡에는 주제뿐만 아니라, 부주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이때는 주제와 부주제가 악절을 단위로 하여 순차적으로 등장하거나, 마지막 악절, 또는 어떤 악절에서는, 한 악절 내에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주제와 부주제를 화성학의 4성부 중, 어떤 성부, 즉 어떤 악기들이 나누기도 합니다. 프레이징은 대위법적으로 구현되기도 합니다. 대위법도 화성학의 일부분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주제나 부주제는, 악절을 달리하여, 또는 같은 악절 안에서, variation 변주곡의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결국은, 문학적 관점에서의 주제나 부주제의 기승전결, 즉 주제나 부주제의 진행이, 악식론에서의 phrase 프레이즈, 즉 악구 또는 작은악절 단위, 즉 문단, 단락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phrasing 프레이징이며, 이 프레이즈는 대개 4마디 내지는 6마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개의 period, passage 악절은, 대개 8마디, 10마디, 12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1개의 악절은 대개 2개의 프레이즈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악절이 10마디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1개의 프레이즈가 5마디로 형성되었다고 보기보다는, 프레이즈는 4마디로 구성되지만, 끝 2마디가 다음 악절로 넘어가기 위한 접속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는 문학에서 중문이 and, or, but 등의 접속사로 연결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주제의 기승전결과 프레이즈라는 악식을 서로 대응시켜 본다면, 예컨대, 1개의 악절이 2개의 프레이즈로 구성된다면, 첫 번째 프레이즈는 주제의 기, 승, 전, 결의 한 파트에 해당하고, 두 번째 프레이즈는 부주제의 기, 승, 전, 결의 한 파트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첫 번째 프레이즈가 주제의 기, 승, 전, 결의 한 파트에 해당하고, 두 번째 프레이즈는 주제의 그 다음 파트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병렬과 직렬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4~6마디로 구성되는 한 개의 프레이즈는, 다시 2~3마디 단위로 분할되는데, 이 분할된 단위를 motive 동기라 합니다. 동기는 문학에서의 단어에 해당합니다. 단어는 이미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동기는 주제나 부주제를 표현하기도 하고, 주제를 수식하기도 하며, 주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문학에서, 한 단어의 역할, 기능이 주어나 목적어, 또는 수식어나 술어에 해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한 개의 프레이즈는 대개 2개의 동기로 이루어지는데, 이 2개의 동기는 각각 주어와 술어, 또는 목적어와 술어, 또는 주어와 목적어, 또는 수식어와 주어나 목적어 등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1개의 프레이즈 안에 주어와 술어에 해당하는 동기가 다 있다면, 이는 문학의 절에 해당하므로, 음악에서도 작은악절이 될 것이요, 술어에 해당하는 동기가 없다면, 이 프레이즈는 악구에 해당할 것입니다. 작곡자가 곡을 쓸 때, 이러한 문학적 구상을 기초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이 것까지 가려내는 일은 어렵고 불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프레이징, 즉 프레이즈의 진행에 참고가 될 뿐입니다.
프레이징 표현의 수단으로서, 즉 프레이징 기법에 주로 쓰이는 것은, 우선 리듬이 있고, 리듬의 구성요소는 beat 박입니다. 박은 박자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박은 탄현의 강약, 셈여림으로 표현합니다. 박자표에 내재하는 박의 배열 원칙이 무시되어, 약박의 위치에 강박이 이동되어 오는 현상을 syncopation 당김박이라 합니다. 당김박이 위치하는 음을 당김음이라 합니다. anticipation 선행음은 당김박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카토 등의 한 음에 종속된 articulation, 또는 마디에 종속된, 점점 느리게, 점점 세게 등의 expression도 프레이징의 수단입니다. tempo 속도의 빠르고 느림에 의한 조절도 프레이징의 수단이 됩니다.
음의 길이인 음가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도 프레이징의 수단입니다. 어떤 음이나 마디를 긴장과 이완의 개념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프레이징의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비화성음, 또는 불협화음으로써 긴장을 조성하되, 이를 점점 빠르게, 점점 강하게 탄현하여 긴장감을 조성한 다음, 화성음 또는 협화음으로써, 조용하고 여리게, 느리고 약하게 이완시키는 것도 프레이징의 처리 기법입니다.
프레이징의 처리 기법은 여기서 다 논할 수는 없습니다. 틈나는 대로 어떤 기타 연주곡을 예제로 하여, 그 분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람브라의 회상 및 바하의 1004 샤콘을 예제로 할 예정입니다. 바하의 샤콘은 이미 분석 시리즈가 연재 중에 있습니다. 악곡의 구성 분석이 끝나면, 맨 마지막에는 프레이징 처리 기법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논합니다.
gm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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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제 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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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제를 보여주실때요 누구누구가 연주한 어떤음반의 어떤 곡을 예로들어서 프레이징처리기법을 분석해주신다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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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 보면서 말이예요.. 너무 주문이 많아서 어떡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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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쥄랜드님은 이런 주문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좋아하는 좀 별난 성격을 기진 분입니다. 더 많이 주문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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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큘레이션과 프레이징]이라는 번역서가 전에 나와 있던데.. gmland님의 글과 비슷한 얘기겠지만 좀 색다른 관점에서 예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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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님,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 오셨습니까? 한동안 안 보이시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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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징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해 가는것 같습니다. 아직 손끝으로, 온몸으로 느끼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부족하지만요...훌륭한 강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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