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좋은 글에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많이 배웠습니다^^)
랑그/빠롤에 대한 자의적인 "음악적" 해석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입니다만,
랑그/빠롤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언어학적"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창의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몇자 말씀드립니다.

제가 백대웅님의 글을 읽지 않아 그 분이 얘기하신
랑그/빠롤의 개념이 정확이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표현하신대로만 보자면 랑그/빠롤에 대한 구분이
일단 좀 잘못된 거 같습니다.

"언어의 의미부분인 랑그와 소리부분인 빠롤”- 이 부분입니다.
이때의 "언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우선 모호하고,
의미/소리 2분법은 차라리 시니피에/시니피앙 혹은
꽁뜨뉘/꽁트낭의 구분이 맞는 거 같습니다.
우리가 그냥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언어니 말이니 하는 단어들은
실생활에서야 전혀 문제가 없지만 언어학적인 면에서는
정확한 의미와 사용이 따라야만 합니다.
(말이나 언어에 대한 실용적인/언어학적인 패러다임이 다른 것이지요)

랑그/빠롤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랑가쥬(langage)라는 개념의 성립이 먼저 되어야만 합니다.
이건 말(성음기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의 능력을 이름합니다.
즉 언어의 개념에 사회성이라는 개념이 복합된 것이지요.
그래서 랑가쥬를 우리 말로는 흔히 인간의 ‘언어활동’이라고 번역합니다.

이런 인간의 능력 아래 랑가쥬가 랑그와 빠롤로 분류되는데,
소쉬르에 의하면 언어공동체의 구성원들 속에 내재화되어
그들의 언어활동을 지배하는 언어규칙의 총체를 “랑그”라고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현되는 개인적인 의사소통 행위를 빠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동일한 언어공동체(영어만 쓰는 사람들/한국말만 쓰는 사람들로 나뉘겠죠)의 말 속에 담긴 규칙의 체계가 바로 랑그(약속의 체계라는 점에서 하나의 code)이고,
그것을 개개인이 풀어내는(규칙을 구사하는 방식) 코드 이용의 방법을
빠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랑그는 -언어행위, 즉 랑가쥬에 대한- 공적인 사회제도이고,
빠롤은 개인의 언어구사 행위라고 거칠게 대별할 수 있습니다.
더 아주 거칠게 구분하자면 영어/불어/한국어는 각각 서로 다른 랑그이고,
존슨/뽈/문송이 영어/불어/한국어를 말하는 행위는 빠롤이 되겠지요.
이때 존슨이든 뽈이든 문송이든 누구나 인간으로서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랑그를 갖고 빠롤을 구사하는 이런 모든 언어행위는
랑가쥬가 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언어학자들(적어도 소쉬르에서 만큼은)
랑그만이 언어학의 연구대상이라고 얘기했지요.
(빠롤이 언어학의 연구 대상이냐 아니냐는
담론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화용론이 그런 예 중에 하나였지요. 아마?)

랑그/빠롤 개념을 창조적으로 음악에 대입한 것이
“흥미로운” 생각임에는 틀림없지만
랑그/빠롤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뒤따를 때
조금 상이한 해석도 가능할 거 같아
좀 복잡한(저도 가물가물 잘 모르겠는) 얘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구어/문어의 대비개념에서 구어를 랑그 빠를레langue parlee,
문어를 랑그 에크리뜨langue ecrite로 표현하고
이때의 랑그 빠를레(구어)가 바로 빠롤이라면,
음악에서의 랑그/빠롤에 대한 생각들이 분명히 바뀔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이 때, 모든 연주자의 해석은
한작품(광의의 개념에서 랑그라고 할 수 있을라나요?)에 대한
나름대로의 빠롤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바흐의 칸타타(랑그)에 대한 리히터의 빠롤, 아르농쿠르의 빠롤,
가디너의 빠롤…. 이 서로 다른 빠롤임에도 우리가 같은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는 건 서로 다른 빠롤들이 하나의 약호인
“바흐의 칸타타”에서 출발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런 분류도 매우 위험한 것이긴 합니다.
누구 누구의 개별적인 작품 하나 하나를 다 랑그로 비유하는 것도
좀 무리이고, 또 이때 기보법이라든가 그에 대한 해석의 부분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되기 때문이지요(고충진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고충진님의 생각은 분명 흥미롭고 또 생각할 부분이 많고
더더군다나 배울 점이 많지만,
출발점이 된 랑그/빠롤에 대한 조금은 더 정확한 구분이
고충진님의 견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더 많은 분들의 생각의 확장을
보다 더 바른 길로 이끌 수 있을 거 같아 위의 얘기를 했습니다.
발전적인 수용을 위해 한 얘기였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하도 오래 전 얘기라 정확하지 않거나
미진한 내용이 있을 거라는 위험을 조금 무릅쓰긴 했지만...
그 부분은 다른 분들이 더 고쳐 주시리라 믿고*^^*
고충진님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럼...


고충진 (gcj321): 언어학에서 이야기하는 랑그와 빠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아직 기회가 없었네요! 여기서 제가 다른 책을 구해서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해서... 좋은 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3 오늘의 명언 한마디 보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모모 2024.04.24 252
1412 한국의 음악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 곳 하나 소개합니다. 변종현 2023.11.04 1041
1411 2023 론 브랜튼의 재즈 크리스마스 whomre 2023.10.09 1224
1410 2023 김제 기타페스티벌 1 file Jo 2023.04.05 1547
1409 주윤발 휠체어 춤신 음악제목 민트짱구 2023.02.02 1706
1408 손톱 다듬기.....이건화 2 2023.01.27 1731
1407 안녕하세요 서울기타콰르텟 한형일입니다 file 10현 2022.11.14 1860
1406 이필수님 초청 화성학강의 2022.09.27 1898
1405 Kleine Romance (작은 로망스) 조성이 궁금합니다.... 2 고독기타 2020.06.08 4388
1404 피아졸라 4계 중 봄 악보 중 피치카토 플러스 연주법 궁금합니다.... 고독기타 2020.06.04 4693
1403 연주 녹음 1 sanuri 2018.11.26 4876
1402 MILESTONES Luthier Seminar - La Romantica file 뮤직토피아 2018.10.11 4475
1401 신모씨의 연주자 평가(관리자 요청으로 제목 변경) 122 file 추적자 2018.01.28 16913
1400 운지와 탄현에 대한 몇 가지 고민 탁구공 2017.01.09 6723
1399 대다수 프로들도 되지 않고 있는 legato 연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53 신현수 2016.07.25 15621
1398 바흐음악을 연주할때의 자세및 마음가짐 2 마음가짐 2016.06.15 12636
1397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 핑거스타일 곡들을 쉽게 할 수 있나요? 2 산뽀 2016.03.02 13478
1396 스케르초 1 형식론 2015.11.30 15568
1395 알함브라 분석 3 분석론 2015.09.07 15138
1394 조언 4 조언 2015.05.26 14188
1393 쿠프랑의 "Les Barricades Mysterieuses"(신비한 장벽)의 의미... 2 행인2 2015.05.11 8459
1392 척추측만증... 1 아이고허리야 2015.04.14 8164
1391 요즘 국내외 콩쿠르 곡 2 궁금 2015.03.12 13415
1390 클래식과 대중음악 2 지식 2015.03.02 15942
1389 아랑훼즈 오케스트라 음원이 필요합니다. 1 나비소리 2014.11.18 14055
1388 Manuel Contreras 홈페이지의 배경음악 제목이 무엇인가요? 1 손님 2014.10.10 13391
1387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담 5 대담 2014.08.02 8576
1386 전국연주회장 콩쥐 2014.07.22 14275
1385 대학 경쟁력 세계에서 꼴찌수준 3 문제 2014.07.08 10225
1384 음악 이론수업의 문제점 2 문제 2014.07.07 8582
1383 망고쉐이크 망고 2014.06.28 13087
1382 배철수의 음악캠프(박규희) 3 file 꽁생원 2014.06.15 15781
1381 바닷가에서 dsaaa 2014.05.26 13468
1380 추억속의재회개머 sadaa 2014.02.24 7705
1379 줄리언 브림 경, 80회 생신. 그라모폰 평생공로상 수상 file 섬소년 2013.11.01 9626
1378 서평 : 노래극의 연금술사(오해수 지음) 2 정천식 2013.08.25 16594
1377 말러의 "현세의 고통에 대한 술 노래" - 병호 형을 생각하며 6 file 정천식 2013.08.02 17176
1376 전통문화의 원리를 찾아서 (우실하) 콩쥐 2013.07.19 15359
1375 클래식음악과 실용음악의 연관성 2 susujun 2013.06.21 16505
1374 작곡가philip rosheger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2 티트리 2013.02.21 16449
1373 블루스 2012.07.20 19013
1372 재즈, 음악의 르네쌍스를 이끌다. 2012.07.20 11107
1371 1991년 오우삼감독의 종횡사해라는 영화에 나왔던 노래입니다. file 마이콜 2012.07.13 14489
1370 작곡에 관해 훈님에게 질문 11 궁금 2012.05.29 10841
1369 기타리스트 김세황 오케스트라와 만나다 <청양> 까마니 2012.05.06 11538
1368 피게라스를 추모하며 5 file 정천식 2012.04.14 13257
1367 이미경 Who, " violinist / 뮌헨음대 교수 " < 발췌문 > 4 jons 2012.03.09 18408
1366 세고비아가 남긴 샤콘느의 4가지 녹음 10 file 정천식 2012.01.21 17756
1365 좋은 편곡이란 ? ( 슈베르트의 밤과 꿈에 대하여... ) 5 진태권 2012.01.10 16988
1364 클래식기타주자가 가야할길.. 333 생각 2011.02.14 45246
1363 Blues&#65381;Jazz, Flamenco, 국악 장르와 즉흥연주&#65381;애드립 11 gmland 2011.02.04 14028
1362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128 의문 2011.01.31 26960
1361 연주들을때 프로들의 특징. 5 file 궁금이 2010.09.23 17714
1360 연주할때 아마추어의 특징. 34 file 궁금이 2010.09.16 18913
1359 기타선생님 만난 후기. 32 file 궁금이 2010.09.14 17613
1358 카나리오스 주법 질문이에요(앙헬로메로 편곡버전) 2 잉잉 2010.07.03 13402
1357 반도네온(bandoneon) 2 고정석 2010.06.11 44571
1356 대성당 1, 2, 3악장의 난이도 10 GLSB 2010.05.21 15257
1355 Desolation Row ㅡ Bob Dylan 9 file gmland 2010.04.04 19600
1354 바흐 샤콘느 세고비아 편곡본에서요 4 서씨 2010.01.21 14903
1353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 별사탕요정의춤- 질문이요! 1 카키 2009.12.08 16737
1352 젓가락행진곡에서 file 기타사랑 2009.11.17 14865
1351 [화음] 그것이 알고 싶다. 42 금모래 2009.10.15 17206
1350 샤콘느 편곡에 대해서. 11 1004 2009.10.15 13877
1349 음악과 미술에 대한 잡생각 41 쏠레아 2009.10.09 15471
1348 Carnival Songs... 15세기 칸초네 2 이브남 2009.10.05 13653
1347 milonga de julio +_+ 2009.07.18 13954
1346 에릭클랩튼 ' Layla'에 대해서 뭐 좀 여쭤보겠습니다... 2 bradpitt 2009.06.29 21004
1345 안녕하세요 찾고 있습니다. 1 학생 2009.06.12 13020
1344 너무 길어진 저작권법 34 콩쥐 2009.05.18 14272
1343 안녕하세요 음악파일을 찾구있어요 2 scotch 2009.03.30 13671
1342 카오리 무라지 dvd 코스타리카 감상 file 로직밤 2009.03.22 18345
1341 지고이네르바이젠 23 콩쥐 2009.03.14 15713
1340 샤콘느 1004님 보셔요... 4 file amabile 2009.03.05 15947
1339 많이 안어려운 클래식기타곡좀 추천해주세요 11 Rookie 2009.03.03 20710
1338 Alexander Lagoya라는 분이 연주한 BWV 1006 Gavotte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29 pizzicato 2009.03.01 22094
1337 2008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음반 안나오나요? 3 하기 2009.01.28 13752
1336 클래식 기타곡중에 이런 곡 없나요?? 3 경박한놈 2008.12.15 15473
1335 비브라토 21 2008.11.17 24932
1334 Tant que vivray 이브남 2008.11.08 13054
1333 마르코 소시아스 마스터클래스(2008.11.6) 3 YEON 2008.11.08 14018
1332 타레가 작품목록 1 뮤즈 2008.10.22 15579
1331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에 대해... 9 이브남 2008.08.12 13607
1330 왜 우리는 우리 민요를 기타로 연주한 명곡이 없는지 모르겠네요??? 3 file moosoh 2008.07.18 14172
1329 스페인 르네상스 음악 한 곡, La Bomba!~ 4 이브남 2008.07.09 17854
1328 신나는 리듬의 카나리오스!~ 12 이브남 2008.07.03 16540
1327 현으로 듣는 인벤션이라... ~.~ 6 이브남 2008.07.02 14993
1326 예술과 기타매니아와 현실 23 금모래 2008.06.30 14971
1325 절대음감 좋은가 나쁜가? 35 seami 2008.06.09 19225
1324 [re]또 하나 클래식 좋은글 ... 2008.06.08 14055
1323 20대 젊은연주자와의 대화 . 3 file 콩쥐 2008.06.08 14858
1322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76 - 100) file 2008.06.04 19469
1321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51 - 75) file 2008.06.04 19507
1320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26 - 50) 1 file 2008.06.04 18483
1319 바흐 칸타타 한글가사 (BWV 1 - 25) 2 file 2008.06.04 23089
1318 piano vs fortepiano (bach2138) 1 file 콩쥐 2008.06.04 13966
1317 기타 맥놀이 조율표 4 file CHOI 2008.03.24 21846
1316 음악과 수학 - 순정조와 평균률, 그리고 기타의 조율 10 bluejay 2008.03.24 20212
1315 [질문] 바하 샤콘느를 연주하기 위한 기본 준비에는 어떤것이 있을까요? 40 밀롱가. 2008.03.03 17030
1314 윤디 리 콩쥐 2007.12.06 13119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