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기무라의 바덴재즈를 듣고...(추가)

by 으랏차차 posted Jul 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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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레인님이 좋은 선물 주셔서...
어렵사리 다운받아 들어본 다이기무라...

루스베네딕트할머니의 국화와 칼...
문화인류학에 별 관심은 없지만.. 기말 논문 쓰느라고 억지로 읽었던 거기서 발견한 일본인의 이중성.. 공손하고 예의바르다가도 뒤에선 모반할생각을 하고, 국화와 아름다움을 숭상하면서도 극도로 호전적인 알수없는민족 일본.. 그 일본을 이웃으로둔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당했고, 요새도 친구인척 하다가 잊을만 하면 군국주의 망언을 해대서 도무지 종잡을수 없는 일본.. 무지하게 다양한 문화의 강국임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변태 섹스 상업주의 쓰레기 문화역시 공존하는곳 일본...

일본의 연주자는 뭔가 냄새가 다르다.. 야마시타 신이치 카오리 그리고 오늘 들은 기무라.. 그들의 연주의 공통분모에서 이중성을 끄집어내는건 어렵지 않다.. 국화와같이 하늘하늘 여리고 아름답다가도 순간 날카롭게 번득이는 일본도같이 귓날을 사정없이 베어오는...

일본연주자가 들려주는 음악속에 내재된 코드에는 뭐가 있을까? 극적인 강약의 대비..좀은 과장된 표현과 절제.. 과격함.. 프레이징의 과단성.. 분명함.. 명료함.. 뭐 여러가지가 있겟지만.. 다이 기무라의 바덴재즈 안에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두가지가 들어있다..바로 국화와 칼..

바덴재즈1악장 심플릭타스.. 안단테칸타빌레의 아름다운 노래부분과 템포 디 보사노바의 멋진 춤곡부분으로 되어있는데.. 기무라는 마치 국화송이를 칼로 베어버리는듯한 연주를 한다.. 공들여 가꾼 국화를 "이얍~"하고 베어버리듯이.. 첫부분 좀 거북살스러울 정도로 정성들여서 만들어놓은 예쁜 노래를 뒤에 폭발하는 템포와 강약의 과격함으로 한순간에 파괴해 버리는것이다...

내가 알기로 과격함에있어 야마시타를 따라올 연주가는 없다. 그는 무사같다. 전의로 똘똘 뭉친.. 수행의 길을 걷고있는 젊은 미야모도무사시가 연상된다.. 그에게 있어 기교는 검술과 같은것이고.. 음악은 정복해야할 대상같은것이 아닐까?

신이치와 그의 제자인 카오리는 야마시타보다는 보다 "국화적인" 연주가들이다. 대성당 연주에서보여준 신이치의 풍부한 표정과 과장된 음악감성은 그가 야마시타와는 또다른 극단을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카오리는 아직 어리고, 음악적인면으로 자기만을 색깔을 내기엔 아직 감성적으로 더 성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다이기무라의 바덴재즈에서 나는 야마시타의 칼과 신이치의 국화를 동시에 느낄수 있엇던거 같다..

그러나.. 음악은 국화여서도 칼이어서도 안된다...
노래는 노래답게.. 보사노바는 보사노바답게...
一言以蔽之하면..
일본음악가들의 연주는 너무 인위적이다.. 너무 "만들려고"한다..
각 프레이즈를 메스로 해부해서..
여기는 예쁘게.. 여기는 슬프게.. 여기는 빠르게.. 이부분은 신나게..
이런식으로 만들어서 모자이크 하려고 하는것 같다...
파코 데 루치아가 플라멩코를 연주할때..
양쉐페이가 이족무곡을 연주할때...
롤랑디용이 샹송을 연주할때...
세고비아가 세빌랴를 연주할때...
슈미트가 바하를 연주할때...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이 보사노바를 연주할때의 그 자연스러움...
결단고 그것은 인위적인것과 정반대의 개념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워지려고 할때 나타나는것이 아니다..
아름다워지려고 하는것 조차 잊고 음악자체에 몰두할때
진짜 아름다움이 진짜 감동이 우러나는 음악이 되는것이다...
기교는 음악을 표현하기위해 존재하기 보다...
음악에 묻혀버리기 위해 존재해야 할것이다...

爲無爲而無不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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