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13.121.62) 조회 수 6296 댓글 1














“안달루시아 지방의 오랜 음악적 전통에서 싹터 나온 플라멩꼬는 집시들의 슬픔과 위안, 괴로움과 추억을 담아, 어느 것과도 비길 바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음악이 되었다. 플라멩꼬의 노래, 기타 반주, 섬세하고도 감정 넘치는 박자를 듣노라면, 소외된 삶의 아픔과 자존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슬픔과 저항에 찬 목소리가 저 먼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집시라면 누구나 낭만적인 환상을 생각하게 된다. 카르멘이나 에스메랄다처럼 격렬하며 극적으로 사는 여자들. 그러나 스페인의 시인, 작가이자 수필가 펠릭스 그란데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플라멩꼬의 추억』에서 정열적이며 화려한 집시 대신에 언제나 이방인이거나 방랑자이거나 추방자라는 숙명을 짊어진 집시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동정 어린 눈길을 돌려 집시 공동체의 마음을 두드려온 플라멩꼬 속에서 시와 이야기의 어울림, 개인적 회상, 정신적 매력, 영감 등을 찾아내고 있다. 집시들의 슬픔과 고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리 분명하지 않지만…

♠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
이 세상의 뭇 사회들은 언제나, 또 다른 곳들로부터 그들에게 온 이방인들을 종종 얕잡아 보고 경멸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들은 꼭 공감적으로 여겨지지만은 않은 남이었다. 가난과 오해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수백 년을 유랑한 끝에 첫번째 집시의 무리가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 스페인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5세기 초의 일이다. 1425년 1월 아라곤 왕국의 알폰소 5세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소 이집트’에서 온 존과 그의 무리들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면서 친히 서명한 안전통행증을 발급했다. 이 안전통행증은 집시의 스페인 도착을 증명해 주는 가장 오래된 현존 문서로서, 현재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라곤 왕립기록보관소에서 소장하고 있다.
알폰소 왕은 다시 넉 달 후인 1425년 5월, ‘이집트’에서 온 토마스와 그의 무리들에게 왕국 내에서의 여행과 거주를 허가하는 안전통행증을 발급하고 있다. 얼마 안되어 다른 집시의 무리들도 뒤따라 들어왔고 안전통행증도 더 많이 발급되었다. 그렇게 해서 집시들은 당국의 보호 아래 수십 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 곳곳을 자유로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집시들이 이집트로부터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뱃길로 안달루시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스페인 집시의 언어엔 아라비아 어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안달루시아에 도착했을 때 교황과 프랑스 왕, 까스띠야 왕이 내린 안전통행증을 갖고 있다고 밝힌 점으로 보아 그들이 지나 온 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몇몇 집시들은 자기네가 로마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야곱의 무덤으로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기독교도들의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성지순례중이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처음엔 이런 말로 당국의 호의를 얻고 사람들의 환심을 샀으나, 이런 수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집시들의 진짜 모습에 달갑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집시들은 스페인을 여행하던 도중에 종종 그들과 언어와 풍습이 다른 토착민들 가까이에 머물며 그들로부터 약간의 문화적 언어적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늘 완전히 집시의식과 자기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릴 정도로 동화되기 전에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또 그들은 한 지역에 머물 때에도, 그 지역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토착민들은 어째서 집시들이 늘 떠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쓰는 낯선 언어, 낯선 옷차림, 괴상한 행동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 도시나 농촌 사람 모두 길들여진 곰의 묘기, 염소의 춤, 점치기 등을 보고 즐거워하면서도 집시들의 이런 재주를 볼 때마다 악마를 연상하곤 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로서는 집시들의 마법이나 요술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비나 해, 우박 등의 횡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떠돌이 습성은 마침내 토착민들로 하여금 경계를 확립하고 구획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을 그을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구조가 조직적이고 윤곽이 뚜렷한 사회에서는 그 외의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인 이방인을 집어내기가 쉬운 법이다. 서로 어울리기 힘든 이들 두 문화 -토착문화와 유랑문화- 가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은 너무나 빨리 끝나고 말았다.
1499년 4월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집시들의 유랑생활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하고 추방, 매질, 귀 자르기, 종신 노예형 등을 포함하는 형벌법을 마련하였다. 유랑을 금지하는 것은 집시들의 얼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법령이야말로 그 후 삼백 년에 걸쳐 시행된 일련의 반(反)집시법 중 첫번째 법령이었던 것이다. 이 법령이 공포된 후 1783년 9월 19일 찰스 3세가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이라는 법령을 서명, 공포한 날까지 스페인의 집시들에게 끔찍한 벌을 주는 법령이 백 가지 이상 통과되었다.
집시가 폭행이나 좀도둑질을 했을 때만 이런 벌을 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우, 그들이 단지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해서, 집시 고유의 언어를 쓰거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점을 친다고 해서, 또는 심술궂고 악의적인 사람들이 꾸며낸 모략 때문에도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뭐든지 잘못되면 집시 탓으로 돌렸다. 한 마디로 집시이기 때문에 형벌을 받았던 것이다.
자손이 많고 생명력 또한 끈질긴 긴 역사의 민족, 집시들은 인종폭력의 만만한 표적이 되어 죽음에 맞서 싸웠으나 원수의 잔인함과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자기를 잃지 않았다.
이와 같이 끊임없는 집시에 대한 탄압은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으며, 바로 이때부터 남쪽 안달루시아에선 집시들의 슬픔에 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의 천재들은 보편적인 어리석음이 정신적 진실을 흐리게 하고 없애려 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플라멩꼬라는 피맺힌 한(恨)의 노래, 눈물의 기타로…



글·서남준(음악평론가)
--월간 피아노 뮤직에서 펌



Comment '1'
  • 2001.12.17 19:24 (*.62.26.140)
    집시들은 방랑을 왜 그토록 오래하게됐을까요? 항상 돌아다니면 힘들었을텐데....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4 파야의 스페인 무곡 오페라 버전 정천식 2004.03.23 6345
1013 바하와 헨델, 바로크 7 천지대야망 2003.08.31 6341
1012 기타 음악 감상실에여...... 음반구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여!!! 2 강지예 2005.12.28 6341
1011 7화음 풀어쓰기 스케일 연습 - 예제 9 gmland 2003.03.27 6339
1010 혹시 1 안녕하세요^^ 2004.08.12 6327
1009 ☞ 푸가의 기법... 1 채소 2001.08.05 6323
1008 [까딸로니아 민요] Canco del Lladre 5 file 옥용수 2003.12.10 6311
1007 현상금 3만원........호세 루이스 곤잘레스의 샤콘느. 4 2001.05.16 6302
1006 파야의 폴로 - 후쿠다 신이치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6297
» 플라멩꼬 : 피맺힌 한의 노래, 눈물의 기타 1 고정석 2001.12.17 6296
1004 트레몰로에 대한 투정. 2 2003.11.09 6294
1003 [re] 무뇌중 어록중에서. 4 천지대야망 2003.09.01 6289
1002 음악에서의 호불호 6 2003.08.29 6288
1001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완성자, 파야(4) 1 정천식 2004.04.02 6282
1000 my favorite things라는 곡 악보구할수 없나요. 05 2004.09.30 6278
999 샤콘느에 대하여... (배인경) : 출처 http://iklavier.pe.kr/ 6 고정석 2002.10.09 6258
998 클래식기타곡을 어디서 받아염?? 1 박이랑 2005.03.09 6253
997 세고비아가 연주한 소르의 그랜드솔로. 고정석 2001.03.09 6230
996 예술과 돈. 20 2005.01.11 6217
995 Lauro 곡을 연습하며... illiana 2001.01.21 6210
994 유명연주자의 트레몰로감상후기(러쎌, 바루에코,윌리암스) 64 2003.11.18 6208
993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타리스트의 보물창고 NAXOS illiana 2000.10.07 6207
992 원전연주 이야기(12)원전연주 단체-쉬뢰더와 카펠라 사바리아...Dos 신동훈 2001.12.04 6201
991 피아졸라 겨울은 예상대로 바루에코 자신의 편곡이라고 합니다 1 으니 2002.10.11 6196
990 [re] 새솔님께 질문!(답변입니다.) 11 file 새솔 2002.10.29 6195
989 [퍼온글] 기타와 다른악기와의 쉽지않은 중주에 관하여...(오모씨님의 글) 5 2004.04.11 6193
988 [re] 클래식은 리듬이 약하다는 논리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12 gmland 2003.09.01 6192
987 까탈이의 세계여행 2 file 1000식 2005.09.24 6192
986 Milonga Del Angel (A.Piazzolla) orpheous 2002.05.23 6185
985 갈브레이스의 연주 모습 5 file 1000식 2004.09.13 6182
984 POP 음악의 장르와 대중음악 略史 6 gmland 2003.04.15 6153
983 산젠인 퍼스트만 녹음해 주실 분 없으신가요? 2 삼천원 2005.03.09 6147
982 [요청] 브라우워의 곡중 Suite No.2 Mebae는? 6 file 옥용수 2004.04.12 6143
981 라틴풍의 사중주 추천좀 해주세요. bluehair7 2005.07.22 6141
980 파야의 스페인 무곡(기타2중주) 정천식 2004.03.24 6140
979 파야의 폴로 - 수페르비아의 노래 정천식 2004.03.26 6132
978 알프스 산중의 즐거운 무곡... 가보트 6 이브남 2004.11.18 6132
977 ☞ 쳄발로로 연주된 곡모음..퍼온글 2000.11.27 6129
976 내가 뽑은 5 대 스피드 천왕 16 길벗맨 2001.05.19 6126
975 영화음악 씨리즈 (3)... 발키리의 행진... 4 이브남 2004.12.06 6124
974 안티-세고비아의 힘. 2001.03.04 6118
973 악보가 안 외워질때... 2 기타초보 2001.11.12 6118
972 흐르는 강물님의 글을 읽고 8 느끼 2005.03.13 6118
971 Por una cabeza file 변소반장 2001.02.12 6110
970 이탈리안 각설이 타령 9 정천식 2003.12.27 6107
969 팽만식님이 쓰는기타..^^! 14 file 민성 2001.08.04 6099
968 줄리안 브림에 관한 좋은 글이 있네요. 해피보이 2005.05.06 6098
967 트레몰로에 대한 변증법적(?)인 고찰..........(지얼님글 퍼온글) 3 2003.11.09 6093
966 ☞ 망고레와 세고비아.. 9 서정실 2001.04.10 6092
965 쳄발로, 류트, 첼로 반주의 편안한 첼로선율... 6 이브남 2004.11.11 6089
964 한오백년 살자는데... 오모씨 2001.02.24 6087
963 Lecture of Jordi Savall... Early Music Today... 9 eveNam 2003.10.11 6086
962 사라장과 환상적인 카르멘조곡연주 ....플라치도 도밍고 지휘. 2002.01.06 6085
961 암보를 했다는 건 이제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 12 아이모레스 2005.09.30 6083
960 티비 cf중에서 '보성녹차'에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알고싶습니다~ 챠우챠우 2004.07.21 6082
959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곡은? 1 채소 2001.08.16 6076
958 파야 - 물방아꾼의 춤(기타연주) 정천식 2004.03.30 6072
957 "콤파냐 보칼레" 연주회 후기... 10 file eveNam 2003.10.02 6066
956 내 머리속의 지우개 7 모카 2005.05.13 6066
955 탱고 이야기(1) file 변소반장 2001.02.10 6050
954 듀엣곡 좋은 거 뭐 없을까요? 1 병신이 2004.07.30 6049
953 조스캥 데프레의 미제레레... 헤레베헤... 17 eveNam 2003.12.27 6047
952 Sunburst 를 좀 연습해봤는데요.... 왕초보 2000.11.25 6040
951 키프니스의 매력적인 노래(2) 정천식 2003.12.23 6038
950 [까딸로니아 민요] La filadora 2 file 옥용수 2003.12.10 6035
949 파야의 폴로 - 예페스의 연주 정천식 2004.03.26 6034
948 그남자와 그여자의 사정. 2 눈물반짝 2000.08.30 6033
947 내 첫사랑의 추억이 어린 그리그의 <페르 귄트>(1) 정천식 2004.02.10 6032
946 음악 - 어떻게 들을 것인가 4 1000식 2005.03.29 6032
945 쇼팽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7 용접맨 2005.03.12 6031
944 [re] 참고로~ 1 seneka 2004.02.04 6022
943 푸가의 기법을 기타콰르텟이? 7 으랏차차 2001.07.28 6016
942 WinOye 라는 청음 훈련 및 테스트 프로그램입니다 file 고정석 2000.12.03 6009
941 스카를랏티... 그 아기자기함... 10 이브남 2004.10.15 6007
940 바흐 샤콘의 비밀 6 채소 2001.11.19 6003
939 영화음악 씨리즈 (4)... Paint It Black! 이브남 2004.12.14 6002
938 ☞ #, b 가 다른 음인가요? (이명동음에 대해서...) 지우압바 2000.12.21 5999
937 원전연주 이야기(11)원전연주 단체-쉬뢰더와 카펠라 사바리아...Uno 신동훈 2001.12.04 5999
936 세고비아의 20년대 음반 들어보니... 지영이 2000.10.10 5998
935 [re] segovia 샤콘느-CD 18 file niceplace 2004.08.31 5995
934 gmland 님께... 13 아랑 2003.05.13 5990
933 석달 전쯤 갈브레이스의 모습... 5 file 아이모레스 2004.09.13 5986
932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자중들 하십시오 !!! 1 gmland 2003.08.31 5979
931 박자기... 써야되나요? 말아야되나요? 6 채소 2001.08.12 5977
930 음악과 색채.... 7 채소 2001.06.27 5968
929 . 13 . 2003.08.28 5966
928 영화속 기타이야기 2 지얼 2001.08.26 5965
927 음악의 상대성과 절대성. 1 2005.06.17 5965
926 스페인 기타음악의 원류를 찾아서(1) 7 정천식 2004.03.10 5963
925 ☞ 베네주엘라 왈츠에 관한 짤막한 글(빙산의 일각임)... 2 미니압바 2000.11.20 5954
924 퐁세의 발레토 5 iBach 2003.07.01 5948
923 세고비아가 사용한악기들.. 쉬운 영어에요 ^^ 딴따라~! 2001.04.03 5942
922 John Williams &#8211; Richard Harvey 공연 후기 2 jazzman 2006.06.18 5941
921 Milonga(Jorge Cardoso) - 곡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s2govia 2004.09.09 5940
920 헨델...하프시코드 조곡임당!!!(요건 쬐금 짧아여 ^^) 신동훈 2001.10.17 5939
919 채보가 뭐에여? ^^;;; 3 아따보이 2002.02.08 5932
918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9 정천식 2003.12.19 5929
917 탱고이야기(2)-카를로스 가르델 file 변소반장 2001.02.12 5928
916 스트라디바리 사운드의 비밀, 기후 탓?[잡지 월간객석에서 퍼옴] 9 김동선 2004.02.29 5919
915 로마 교황청 : 이 곡을 외부로 유출시 파문에 처하노라 - Allegri의 Miserere 13 정천식 2003.12.25 591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