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통해서 기타에 대해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군요. 그 중 한가지는 기타연주에서 앙상블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음량보다는 음색에 중요성을 두겠지만 음량에서 큰 차이가 나는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해보면 음색을 따지기 이전에 기타가 소리가 작고 음이 얇아서야 조화가 되기 힘들더군요. 100와트 이상 엠프에 연결해서 울려대는 스피커 옆에 워크맨 헤드폰잭에 연결한 스피커를 틀어놓는 격... 어지간한 기타소리는 나약한 신음으로 들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앙상블에서는 부드러움이나 다양한 음색의 변화가 가능한 터치보다는 억지로 크게치지 않더라도 무겁고 크고 선명해서 파트너의 소리에 파묻히지 않고 잘 들려지는 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 중 하나입니다.
첼로와 듀엣을 해 보면 음역이 비슷해서인지 화려하지는 않아도 아주 차분한 느낌이 들고 바흐의 곡을 해보니까 저희가 잘 못쳐서 그렇지 잘 치면 정말 두 악기에서 어울어지는 두 성부의 대위적 선율대비가 친구간에 나지막하게 주고 받는 대화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비록 원곡만한 감동은 못주어도 상당히 괜찮은 색깔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흠 중 하나는 기타의 여운이 안그래도 급격히 떨어지는데 첼로소리가 나오고 있을 때는 여운이 쉽게 묻혀서 음이 짧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어쨌건 기타와 첼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앙상블인 것 같은데 실제 나와 있는 음반은 별로 없는걸로 압니다. 과거에 존윌리엄즈와 자클린느듀프레 이 두 거장이 한번 같이 취입한 곡이 있었는데 곡은 짧고 소박한 소품 하나였던 것 같고 라고스니히가 첼로와 같이 연주한 음반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누가 아시면 소개좀 부탁합니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녹음을 해 보면 기타는 그 작은 음량에 비해 아주 가까이서 치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마 그 이유는 첼로같은 악기는 소리가 커도 다방향으로 퍼져나가는데 비해 기타는 마이크가 있는 전면으로 디렉트로 대부분 소리가 모아져 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저는 거리감의 통일을 위해 제가 더 멀리 물러나서 쳐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첼로주자는 음량의 통일을 주장하며 오히려 기타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하여 결국 절충안으로 마이크로부터 같은 거리에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바흐 앙상블의 묘미 중 하나는 자기 선율로서 대화하는 것입니다. 상대선율이 나올 때 대화 중에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있듯이 기다리는 때도 있습니다. 음을 끌든지 트릴을 하든지 가만있든지 악보대로... 이 때 혼자 말하는 사람은 다소 템포등의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것인즉 상대방은 이를 다 들어주면서 파악한 다음에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와서 자기 얘기를 시작하게 되지요. 또 둘이 같이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엄격히 템포를 맞추어야 하니 사전에 합의하고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요. 아쉽게도 저희는 이 묘미를 썩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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