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견해가 좀 다르군요.

by 셰인 posted May 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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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 감사합니다. 기타의 속주라는 것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수 있군요.

저의 생각으로는 기타로 치는 곡의 속도를 원곡에서의 악기의 속도와 비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음악의 결과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면 되는 것이지 원곡보다 비교해서 느리다고 해서 반드시 감동이 적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그건 곡마다 또 연주하는 방법마다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갈브레이쓰가 연주한 바흐의 샤콘느가 단지 원곡인 바이올린의 평균적인 빠르기보다 엄청 느리다고 해서 또 세고비아나 야마시타의 샤콘느가 하이페츠의 것만큼 빠르다고 해서 제가 그 곡에서 받는 감동의 양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주를 각 연주자가 구축해서 제시하는 독립된 구조물이라 본다면 그대로 그 구조물 전체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다른 여러 요소들 속에서 함께 판단하면 될 일이 아닐까요?

또한가지 문제는 굳이 속도만을 따로 떼어서 감상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본다 하더라도 악기의 연주메카니즘에 따라 같은 속도라도 그 속도감이 다르게 느껴지며 그 "느낌" 이 중요한 것이지 실제로 몇 분이 걸렸는지 메트로놈 속도가 얼마였는지는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웬지 이론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악기에서는 그저 좀 빠른가 싶은정도의 음계나 아르페지오가 기타에서는 엄청 빠르게 느껴지고 그럼으로써 듣는 이의 마음에 팽팽한 긴장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이는 그만큼 기타의 빠른 연주가 다른 악기처럼 (피아노, 바이올린... 얼마나 수월하게 들립니까?) 쉽지 않아 거의 한계상황에서의 속도에서 연주하는 것같은 느낌에서 오는 긴장감이라면 지나친 추리인가요? 적어도 기타로 이 정도면 (빠르게) 잘 치는거야라는 선입견은 아닌 것 같으며 따라서 기타는 어지간한 속도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원곡과의 단순 속도비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약간은 부차적인 이유인데요, 기타의 경우 다른 악기의 곡을 편곡해서 연주할 때 악기의 음역상 무반주 첼로조곡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전체적인 음을 낮게 아래로 내려서 편곡할 수밖에 없죠. 잘 아시는 바흐의 샤콘느 D minor 도 키는 같지만 원곡보다 무려 한 옥타브가 낮지요. 아주 일반적으로 얘기하면 낮은 음역에서 연주할 때는 빠른 템포보다는 다소 느린 템포가 더 잘 어울리거든요. 따라서 기왕에 낮은 음역의 악기로 편곡한 것이라면 조금 느리게 치는 것이 오히려 "원곡의 감동을 살리는데" (솔직히 이런 기준 자체가 저는 무의미하다고 봅니다만.) 더욱 효과적일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물론 테크닉이 못 받쳐주어서 할 수없이 어떤 곡을 자기 음악에 안 맞게 느리게 쳐야하는 연주자의 타협연주까지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하여간 저는 연주 전체에서 단지 속도만을 따로 떼어서 연주나 연주자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속주자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것이 빠른 패시지라 해서 모든 주자가 최선의 빠르기로 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면 브림이나 바루에코등 이미 테크닉의 높은 벽을 돌파한 정상급 연주자들이 마음먹으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야마시타만큼 또 빌라로보스 연습곡 2번을 홉스톡처럼 빨리 못친다고 전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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