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본체 뒷면은 보통 금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파워 서플라이의 공기 배기구나 나사에, 철사나 전선(피복을 벗긴 구리선)을 연결하고 반대 쪽 선(역시 피복을 벗긴 구리선)을 땅속으로 묻는 것이 가장 완벽한 접지(Earth, 어스) 상태가 됩니다. 땅은 음극(-)이고 컴퓨터는 양극(+)이기 때문에 0V가 되는 것이죠. 원래 접지라는 것이 전압이 0V인 지점에서 선을 뽑아서 땅에 묻는 것이라면 이해가 되겠죠?
예를 들면 일반 가정에서, 1층 집에 컴퓨터가 있고 창문이 바로 옆에 있다면 창문 밖으로 선을 빼서 땅속으로 선을 묻으면 안전한 접지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수도꼭지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류가 수도 파이프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드는 원리는 같은데, 수도 파이프의 화학적 부식이 우려됩니다. 또 수도관이 비닐 전선관이라면 확실한 보장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 흙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아파트나 사무실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일단 한쪽 선을 벽까지만 끌어 올 수 있으면 가능합니다. 벽에 못을 박고 선을 연결하면 가정에서 하는 방법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벽이라도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결국은 벽을 타고 땅으로 스며드니까요.
하지만 사무실에서도 창가에 가까이 있는 컴퓨터라면 상관없지만 창가와 떨어져 있는 컴퓨터는 대책이 서질 않습니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수십 개의 전선을 일일이 벽으로 끌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웃기죠. 얼기설기 바닥에 깔린 선만 생각해도...
처음부터 공사할 때 바닥에 쇠파이프 하나만 박아 놓으면 간단한데, 그게 어려운가 봅니다. 실제로 제가 있는 사무실은 전혀 접지를 할 수 없는 곳입니다. 바닥도 랜선과 전화선 배선 때문에 30cm 정도 공간이 떠 있습니다.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쇠로 된 바닥을 들어내고 콘크리트 바닥에 물을 뿌리고 선을 연결해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물은 전기가 흐르기에는 최적의 촉매제입니다. 접지 전에는 본체에서 110V라는 엄청난 전류가 흘렀는데 접지 후에는 10-20V로 뚝 떨어지더군요. 물기가 마르니까 다시 원래 수치로 돌아오는 아픔을 느껴야 했습니다. 110V면 220V로 바뀌기 전에 일반 가정에서 쓰던 전압인데 접지를 한 것과 안 한 것은 이 정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110V의 전류가 흘렀는데도 용하게 컴퓨터가 버틴 걸 보면 제 컴퓨터는 기특하기만 합니다.
[자료출처]
http://kdaq.empas.com/knowhow/knowhow_view.html?ps=src&num=33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