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패악질

by 허허 posted Jun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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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주변에는 전례 없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안보리 15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유엔 외교가는 잠시 술렁거렸다. 한 외교관의 말처럼 "가장 심각한 안보문제가 논의되는 다자외교 무대의 중심에 긴박한 사안이 막 전개되려던 차에 한국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불쑥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참여연대가 안보리 의장국과 15개 이사국 전체에 보낸 서한은 "거칠고 제약이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쪽 분량의 이 서한은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가 의혹투성이"라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심각한 정치·외교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서한의 근거자료로 국내에서 발표한 '천안함 이슈 리포트 1·2'의 영문번역 20여쪽을 첨부했다.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 물기둥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고, ▲생존자나 사망자의 부상 정도도 어뢰 폭발에 따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 결과가 없는 발표를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있었는가 등 그동안 서울에서 숱하게 제기됐고, 또 해명된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이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 외에 베트남 등 북한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비이사국들에도 팩스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안보리 관계자들은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외교대표들이 때론 조율하고 때론 충돌하는 엄격하고 전문적인 무대에 시민단체가 느닷없이 뛰어든 것도 상식 밖이지만, 더구나 46명의 해군장병이 희생된 대한민국의 시민단체가 사건의 책임자를 규탄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국 민·군합동조사단은 바로 주말을 지낸 직후인 14일 뉴욕 유엔본부 소회의실에서 안보리 브리핑을 실시한다. 한 안보리 관련국 관계자는 "한국, 도대체 왜 이러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실소(失笑)를 지었다고 한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 많은 분쟁사건이 회부됐지만, 한국의 참여연대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곳 외교관들은 "굳이 비유하자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참히 죽어서 이스라엘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됐는데, 갑자기 팔레스타인 시민단체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에 무수한 의혹이 있다'고 팩스를 보내 말리는 꼴"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 관계자들도 중요한 안보리 결정을 앞두고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연대 사건이 발생하자, "허탈하고 창피하다. 고개를 못 들겠다"는 표정이다.

참여연대의 서한으로 북한은 당장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북한은 참여연대가 서한을 발송한 바로 그날 오후 안보리 의장국에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자신들도 설명회를 갖겠다고 요청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14일 오후(한국시각 15일 새벽) 한국의 브리핑이 끝난 뒤 바로 이어서 북한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의 서한과 보고서를 근거로 들어 자신들의 무관함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에 대한 책임 추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연대의 서한을 자신들의 주장을 유리한 쪽으로 펴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자신이 있으며 안보리 이사국들에 진실을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민주 국가이든 비민주 국가이든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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